40 근대독문헌 62

서로박: 괴테의 친화력 (2)

소설의 제 2부는 두 여인의 일과로 시작됩니다. 그들은 성에 남아서 묘지를 가꾸고 예배당을 증축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말하자면 제 2부는 죽음의 그림자로 시작되는 셈이지요. 독자는 어느 건축가와 나누는 오틸리에의 대화에서 지루한 일상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샤를로테의 딸인 루시안네가 성을 찾아와서, 어머니에게 바깥세상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전해줍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영지 내에서 지내는 귀족들의 한가한 삶과 대립되는 것들이지요. 아들은 성장할수록 오토와 너무나 닮아갔습니다. 샤를로테는 이에 대해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느 날 에두아르트는 전쟁으로부터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오틸리에는 아이를 데리고 호숫가로 가서 애인과 뜨겁게 재회합니다. 에두아르트는 자신의 아이를 보는 순간 에두아르트는 ..

40 근대독문헌 2021.06.27

서로박: 괴테의 친화력 (1)

친애하는 C., 오늘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 - 1832)의 소설 한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1809년에 발표된『친화력 (Die Wahlverwandtschaften)』이라는 중편입니다. 괴테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집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년 전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시대』를 집필하던 과정에서 한 가지 착상이 떠올랐는데, 이 착상으로 인하여 결국 한 편의 중편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괴테는 언젠가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 토르베른 베르히만 Torbern Bergman이 1775년에 발표한 논문 「금속의 인력 引力에 관하여 (De attractionibus electivis)」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금속의 성분이 상호 충동하여..

40 근대독문헌 2021.06.27

서로박: 횔덜린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횔덜린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은 1797년에서 1800년 사이에 씌어졌으며, 시인이 사망한 뒤에야 (1826년) 발표된 미완성 드라마이다. 세편의 원고 가운데 제 2고만이 "Der Tod des Empedokles. Ein Trauerspiel in fünf Akten"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엠페도클레스는 실제로 BC. 5세기 (지금은 시칠리아의 아그리겐트인) 아크라가스 출신의 고대 철학자, 시인, 의사 그리고 정치가이다. 횔덜린은 1797년 곤타르家에서 작품을 구상하였으나, 제 2막에서 집필을 중단하였다. 1798년 그는 홈부르크에서 제 2고를 착수하였으며, 제 3고에서 근본적 수정을 가했다. 횔덜린은 친구 싱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엠페도클레스는 역사극도 아니고, 고대..

40 근대독문헌 2021.06.12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홈부르크 왕자

친애하는 H, 오늘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홈부르크 왕자」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비극으로서 1809년에서 1811년 사이에 완성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가 1811년 베를린의 반호숫가에서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가 생전에 공연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작품은 클라이스트가 죽은 뒤 10년 후인 1821년에 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사건은 1618년 페어벨린 전투가 발발하기 하루 전날의 왕궁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홈부르크 왕자는 몽유병자입니다. 잠자다가 벌떡 깨어나서, 페어벨린의 정원에서 월계수를 쓴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전쟁의 승리자로 자처하며, 헛소리를 중얼거린다는 사실입니다. 먼발..

40 근대독문헌 2020.10.14

서로박: 실러의 돈 카를로스

친애하는 H, 프리드리히 실러 (1759 - 1805)의 「돈 카를로스 에스파냐 왕자 (Don Karlos. Infant von Spanien)」는 5막으로 이루어진 극시로서 1785년에 집필되었고, 1787년에 함부르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실러는 이 작품을 애호한 나머지, 여러 번 개작을 시도했는데, 그의 대부분의 원고는 잡지 “라인 탈리아”에 실렸습니다. 「돈 카를로스」는 특히 얌부스 스타일의 운율을 사용하여, 무척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쓰게된 계기는 만하임 극단의 단장이었던 달베르크 (Dahberg)가 이 소재로써 실러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1782년에 실러는 달베르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돈 카를로스에 관한 극작품을 시도하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1783년에 ..

40 근대독문헌 2020.10.02

서로박: 빌란트의 "아리스티포스와 그의 동시대인들"

아리스티포스는 기원전 4세기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그는 견유학파의 형성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고, 향락주의의 생활방식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시대의 철학자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수업료를 수령한 바 있습니다. 그의 문헌은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으며, 몇몇 문헌학자들의 책에 그의 사상이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몇몇 문장을 인용하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무슨 옷을 입든 간에 동등하게 대접 받는 게 너무 좋다.” “가장 나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사악한 인간은 우리에게 어떤 끔찍한 범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언가를 소유한다. 그렇지만 결코 그것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행복을 불러일으키..

40 근대독문헌 2020.08.09

서로박: 조이메의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

조이메의 초상화 일찍이 조실부모한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 (Seume, 1763 - 1810)는 어느 후원자의 도움으로 신학을 공부하였다. 20세 무렵에 군대에 징집되어, 캐나다로 떠난다. 탈영 후 그는 프로이센으로 귀국하여 프로이센의 병사가 된다. 나중에 조이메는 러시아 대신의 비서로 그리고 괴센 출판사의 Lektor로 일하기도 했다. 조이메의 여행기,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부분적으로 비일란트의 잡지 "Neue Teutsche Merkur"에 발표되고, 전편은 나중에 (1803) 책으로 간행되었다. 조이메는 1801년 10월 6일 라이프치히를 출발하여, 1802년 8월 14일 시라쿠스까지 걸어서 여행하였다. (시라쿠스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수도이다.) 그러니까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저..

40 근대독문헌 2020.07.03

서로박: 괴테의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

이 작품은 1779년에서 1787년 사이에 괴테가 네 차례의 수정을 거듭한 대표적 고전극입니다. 특히 마지막 제 4원고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에우리피데스의 同名의 극에서 나온 합창을 과감하게 생략했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독백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주로 여주인공의 관점에 의해 개진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괴테는 (에우리피데스 극의) 신비로운 주위 배경을 바꾸어, 리얼리티를 살림으로써 인간의 영향력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피게니에의 노여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에는 제물이 되어 죽음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아폴로 신의 도움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살아남습니다. 이곳의 왕, 토아는 이방인 여자를 살려둡니다. 왜냐면 그..

40 근대독문헌 2019.12.10

서로박: (2)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작품의 줄거리 (4) 이때 브리기테 부인이 결정적 증거물을 들고 법정에 나타납니다. 부인은 이브의 창 밑에 찍힌 퉁퉁 부은 발의 발자국을 말했을 뿐 아니라,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가발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법률 고문관이 판결을 독촉하자, 당황하던 아담은 황급히 루프레히트에게 유죄를 선고합니다. 바로 이 순간 이브는 마침내 큰소리로 “항아리를 깬 범인은 바로 재판관 아담이야.” 하고 소리칩니다. 이때 아담은 쏜살같이 도주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붙잡지 못합니다. 이브는 발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오 하늘이여, 사악한 인간이 어찌 날 속였는지요./ 끔찍한 술수를 사용하여 그는/ 나의 심장을 괴롭혔어요. 그날 밤/ 루프레히트의 서류를 내밀었어요./ 거짓된 진단서가 그를 병..

40 근대독문헌 2019.06.18

서로박: (1)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

1. 작품 집필과 공연: 운문으로 집필된 단막극 희곡 「깨어진 항아리」는 1803년에서 1806년 사이에 드레스덴, 베를린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집필, 1808년 3월 2일에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는 극작품 「깨어진 항아리」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1808년 바이마르에서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공연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작품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한 괴테는 단막극의 작품을 제 마음대로 3막으로 수정하여 공연하였던 것입니다. 작품은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분석 극의 성격을 드러내므로, 3막으로 나누게 되면, 일관된 주제의식이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괴테는 간과했던 것입니다. 1820년에야 비로소 작품은 원문 그대로 공연되었으며, 아담의 역할은 독일 연극의 가장 위대하고..

40 근대독문헌 201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