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1)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

필자 (匹子) 2019. 6. 18. 10:08

1. 작품 집필과 공연: 운문으로 집필된 단막극 희곡 「깨어진 항아리」는 1803년에서 1806년 사이에 드레스덴, 베를린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집필, 1808년 3월 2일에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는 극작품 「깨어진 항아리」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1808년 바이마르에서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공연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작품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한 괴테는 단막극의 작품을 제 마음대로 3막으로 수정하여 공연하였던 것입니다. 작품은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분석 극의 성격을 드러내므로, 3막으로 나누게 되면, 일관된 주제의식이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괴테는 간과했던 것입니다. 1820년에야 비로소 작품은 원문 그대로 공연되었으며, 아담의 역할은 독일 연극의 가장 위대하고도 열광적인 것으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2. 집필 계기: 클라이스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802년 1월 클라이스트는 스위스에 머물면서 문우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이때 빌란트 Wieland와 초케 Zschokke 그리고 클라이스트는 화가 Debucourt의 잃어버린 그림인 La cruche cassée를 모방하여 만든 르보 Le Veau의 동판화를 골똘히 바라봅니다. 이때 그들은 장난삼아 내기를 벌입니다. (이 동판화에는 깨어진 항아리를 놓고 옥신각신 언쟁을 벌리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즉 동판화와 관련하여 초케는 산문을, 빌란트는 풍자의 글을, 클라이스트는 희곡을 집필해보자는 게 바로 그 내기였습니다. 나중에 깨어진 항아리는 문학사에 남게 되었으니, 결국 내기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은 클라이스트인 셈입니다. 특히 모티브의 측면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비견되는 희비극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작품의 상황 및 배경 (1): 무대는 네덜란드의 우트레히트 근처의 후이줌이라는 마을입니다. 주인공 아담은 늙었고 대머리이며, 이 마을의 판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아르테 부인의 외동 딸, 이브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이브를 가까이서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미의 보드라운 살결 그리고 그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가 그의 욕정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이브에게는 지난번 건초 수확 철에 청혼을 한 루프레히트라는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아담은 이들 두 사람을 이용하여 간교한 계략을 꾸밉니다. 이브의 약혼자는 징집 연령에 처해 있었는데, 아담은 영장을 날조하여 루프레히트를 식민지인 인도네시아로 보내려고 계획합니다. 그가 사라져야 아담은 그의 약혼녀에게 수작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브는 약혼자를 구해내려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늙고 음탕한 아담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미리 짐작하지 못합니다. 아담은 진단서를 작성하여 병역을 면제해주겠다고 이브에게 약속합니다. 이브는 아담의 호의에 감사하며, 내일 진단서를 찾으러가기로 계획합니다.

 

4. 작품의 상황 및 배경 (2): 그러나 아담은 그날 밤 진단서에 써넣을 루프레히트의 정확한 철자를 잊었다는 구실로 한밤중에 그미를 찾아갑니다. 조용히 방에 들어온 아담은 온갖 유혹과 협박으로 그미의 성을 탐하려 합니다.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입니다. 이때 루프레히트가 이브의 창가에서 그미와 대화를 나누려고 찾아왔는데, 방안에서 들리는 실랑이 소리를 듣습니다. 루프레히트는 이브의 방 앞으로 다가와 문을 흔들자, 이브의 침실에서 어떤 남자 한 명이 창밖으로 뛰어내립니다. 루프레히트는 마침 쥐고 있던 나무 막대기를 휘두릅니다. 이로써 아담은 이마와 뒤통수에 상처를 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포도나무 넝쿨에 얼굴을 긁히며, 발목 관절을 삡니다.

 

소란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마르테 부인은 깜짝 놀라 이브의 방으로 가보니 아까운 항아리가 깨져 있습니다. 루프레히트의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마르테 부인은 루프레히트를 항아리 깬 범인으로 고소합니다. 이브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그미가 자초지종을 말하게 되면, 이는 루프레히트는 진단서를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나아가 사랑하는 임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지금까지의 내용이 감추어진 채 재판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담이라는 마을 재판관의 인물 속에 내재해 있는 모순성입니다. 왜냐하면 아담은 재판관이자 동시에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실을 은폐해야 합니다.

 

5. 작품의 줄거리 (1): 막이 오르면 시골 재판소의 한 방에서 아담은 얼굴과 머리에 부상당한 채 앉아 있습니다. 서기 리히터가 아침 인사하러 찾아왔을 때, 아담은 당황해 하며, 오늘 아침 의외의 사건으로 상처 입었다고 말합니다. 서기는 아담의 퉁퉁 부은 다리와 붕대를 바라보면서 그를 위로합니다. 뒤이어 그는 법률 고문관, 발터가 지금 재판소로 오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아담은 일순간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발터에 의해서 어쩌면 자신을 심판하는 최후의 날이 도래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게다가 재판 시에 언제나 착용했던 자신의 가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담은 하녀에게 청소를 맡기면서 가발을 찾게 합니다. 그러나 가발은 지난밤의 난리 통에 분실되었습니다. 하녀는 아담이 간밤에 가발을 착용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보고합니다. 이때 법률 고문관 발터가 찾아옵니다. 이마의 상처를 바라본 발터는 별다른 의심 없이 동정 어린 말만 건넵니다. 아담은 시간을 끌면서 백방으로 가발을 찾으려 하나, 실패합니다. 아담은 가발 쓰지 않은 모습으로 재판을 진행합니다. 재판관의 대머리는 주위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듭니다.

 

6. 작품의 줄거리 (2): 드디어 재판이 시작됩니다. 깨어진 항아리를 든 마르테 부인, 이브, 이브의 약혼자 루프레히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아담의 마음은 편할 리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심리를 서기에게 대행시키는가 하면, 이브를 불러서 그미의 귀에다 “간밤의 일을 털어놓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속삭입니다. 이에 발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사건의 심리를 공정하게 하라고 요구합니다. 재판의 원고는 마르테 부인이며, 피고는 루프레히트로 정해져 있습니다. 마르테 부인은 어젯밤에 피고 루프레히트가 무단 침입하여 소동을 벌였으며, 자신의 항아리를 깨뜨렸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루프레히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간밤의 일을 다음과 같이 해명합니다. 자신이 이브가 거주하는 집의 정원으로 들어섰을 때 이브가 어떤 사내와 대화를 나누더니 방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루프레히트는 그자가 구두수선공 레브레히트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합니다. 레브레히트가 그미와 방에 들어가 항아리를 깨뜨렸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순간 수선공은 창문을 통해서 황급히 도망을 쳤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을 저버리고 다른 남자와 사통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루프레히트는 이브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7. 작품의 줄거리 (3): 아담은 더 이상 심문을 계속하지 않고, 루프레히트를 범인으로 단정함으로써 황급히 재판을 끝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비밀이 밝혀지지 않도록 하는 게 아담으로서는 가장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던 발터는 아담의 이러한 독자적 행동을 저지합니다. 발터는 한 가지 사실을 증언합니다. 즉 수선공 레브레히트는 지난밤에 마을에 없었고, 우트레히트 시에 머물고 있었다는 게 바로 그 증언이었습니다. 마침내 이브는 외부적 강요에 의해서 증인석에 섭니다. 아담은 그미의 진술을 가로막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발터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바꾸면서 심리를 계속합니다. 이브는 루프레히트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그렇지만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이브는 말합니다. 아담은 심리를 내일로 연기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발터는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