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67

서로박: 빌란트의 "아리스티포스와 그의 동시대인들"

아리스티포스는 기원전 4세기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입니다. 그는 견유학파의 형성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고, 향락주의의 생활방식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시대의 철학자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수업료를 수령한 바 있습니다. 그의 문헌은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않으며, 몇몇 문헌학자들의 책에 그의 사상이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몇몇 문장을 인용하기로 하겠습니다. “내가 무슨 옷을 입든 간에 동등하게 대접 받는 게 너무 좋다.” “가장 나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사악한 인간은 우리에게 어떤 끔찍한 범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는 무언가를 소유한다. 그렇지만 결코 그것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행복을 불러일으키..

40 근대독문헌 2020.08.09

서로박: 조이메의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

조이메의 초상화 일찍이 조실부모한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 (Seume, 1763 - 1810)는 어느 후원자의 도움으로 신학을 공부하였다. 20세 무렵에 군대에 징집되어, 캐나다로 떠난다. 탈영 후 그는 프로이센으로 귀국하여 프로이센의 병사가 된다. 나중에 조이메는 러시아 대신의 비서로 그리고 괴센 출판사의 Lektor로 일하기도 했다. 조이메의 여행기,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부분적으로 비일란트의 잡지 "Neue Teutsche Merkur"에 발표되고, 전편은 나중에 (1803) 책으로 간행되었다. 조이메는 1801년 10월 6일 라이프치히를 출발하여, 1802년 8월 14일 시라쿠스까지 걸어서 여행하였다. (시라쿠스는 시칠리아 섬에 있는 수도이다.) 그러니까 "시라쿠스로 향한 도보여행"은 저..

40 근대독문헌 2020.07.03

서로박: 괴테의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

이 작품은 1779년에서 1787년 사이에 괴테가 네 차례의 수정을 거듭한 대표적 고전극입니다. 특히 마지막 제 4원고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에우리피데스의 同名의 극에서 나온 합창을 과감하게 생략했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독백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주로 여주인공의 관점에 의해 개진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괴테는 (에우리피데스 극의) 신비로운 주위 배경을 바꾸어, 리얼리티를 살림으로써 인간의 영향력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피게니에의 노여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에는 제물이 되어 죽음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아폴로 신의 도움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살아남습니다. 이곳의 왕, 토아는 이방인 여자를 살려둡니다. 왜냐면 그..

40 근대독문헌 2019.12.10

서로박: (2)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

(앞에서 계속됩니다.) 8. 작품의 줄거리 (4) 이때 브리기테 부인이 결정적 증거물을 들고 법정에 나타납니다. 부인은 이브의 창 밑에 찍힌 퉁퉁 부은 발의 발자국을 말했을 뿐 아니라,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가발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법률 고문관이 판결을 독촉하자, 당황하던 아담은 황급히 루프레히트에게 유죄를 선고합니다. 바로 이 순간 이브는 마침내 큰소리로 “항아리를 깬 범인은 바로 재판관 아담이야.” 하고 소리칩니다. 이때 아담은 쏜살같이 도주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붙잡지 못합니다.  이브는 발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오 하늘이여, 사악한 인간이 어찌 날 속였는지요./ 끔찍한 술수를 사용하여 그는/ 나의 심장을 괴롭혔어요. 그날 밤/ 루프레히트의 서류를 내밀었어요./ 거짓된 진단서가 그를 ..

40 근대독문헌 2019.06.18

서로박: (1) 클라이스트의 '깨어진 항아리'

1. 작품 집필과 공연: 운문으로 집필된 단막극 희곡 「깨어진 항아리」는 1803년에서 1806년 사이에 드레스덴, 베를린 그리고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집필, 1808년 3월 2일에 바이마르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는 극작품 「깨어진 항아리」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1808년 바이마르에서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공연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작품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한 괴테는 단막극의 작품을 제 마음대로 3막으로 수정하여 공연하였던 것입니다. 작품은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분석 극의 성격을 드러내므로, 3막으로 나누게 되면, 일관된 주제의식이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괴테는 간과했던 것입니다. 1820년에야 비로소 작품은 원문 그대로 공연되었으며, 아담의 역할은 독일 연극의 가장 위대하고..

40 근대독문헌 2019.06.18

서로박: (4)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앞에서 계속 됩니다.) 17. 법의 실천 그리고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노력: 도시가 황폐화되고, 그 지역에 더 이상 주민들이 거주하지 않게 되면, 어떤 혁신적 조처가 내려지게 됩니다. 이 경우 도시의 일부만 수정되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어떤 다른 새로운 계획에 의해서 건립됩니다. 도시는 자치적으로 계몽된 왕을 선정하는데, 왕들은 그야말로 새롭게 건립되는 공동체의 하인으로 일하게 됩니다. (Wieland: 251). 그렇게 되면 세시안 왕국에서는 왕이 법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법이 왕으로 하여금 모든 규정을 집행하게 요구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책을 실행하는 자는 주어진 법적 토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지역을 총괄하는 왕, 티판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는 입법자, ..

40 근대독문헌 2019.06.17

서로박: (3)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자연성과 인간 문화를 통합시킨 세시안 왕국: 중요한 것은 세시안 왕국의 삶이 무조건 자연의 법칙에 해당하는 무위에 의해서 영위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제도적이고 인위적인 정책은 부분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페늘롱은 이상 국가가 오로지 고대의 아르카디아의 경우처럼 모든 인위성을 배격하는 자연 상태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페늘롱의 시대적 현실은 고대의 현실과는 다른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텔레마크의 모험』에서 두 개의 절충적인 유토피아 모델을 설정한 바 있습니다. 그 하나는 “베타케”의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살렌타인”의 모델을 가리킵니다. 베타케가 ..

40 근대독문헌 2019.06.17

서로박: (2)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세시안 왕국: 원래 세시안의 광활한 지역은 많은 작은 공국으로 분할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변방의 제후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서로 소규모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어느 날 타타르의 칸, 오굴이 세시안의 전 지역을 정복하였습니다. 오굴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정대하고 이성적으로 넓고 광활한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리던 사제들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에 기생하던 사제 계급, “야-포우스Ya-Faous”는 그때까지 사회의 상류층으로 대접받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세시안 사람들은 사제들에게 머리를 수그리며 그들을 경배했는데, 이제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굴은 혼자 있기..

40 근대독문헌 2019.06.17

서로박: (1) 빌란트의 '황금의 지침서'

1. 17세기 18세기에 출현한 국가소설: 이미 언급했듯이 서양의 국가 소설은 크세노폰의 『키로스 왕의 교육Kyrupädie』에서 출발하여, 르네상스시기에 만개하였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 이르면 국가 소설은 기술과 학문에 바탕을 둔 유토피아 미래 소설로부터 벗어나서, 군주의 교육서적의 면모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군주의 교육 서적은 “제후의 규범Fürstenspiegel”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문헌 속에는 바람직한 이상국가가 하나의 가설로 설정되어 있는데, 군주의 교육 서적은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사회 유토피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군주의 교육서적은 어떤 이상적인 군주가 자신의 국가를 다스릴 때 어떠한 권리를 지니며, 어떠한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추가..

40 근대독문헌 2019.06.17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2)

9. 성의 투쟁, 사랑 그리고 살인: 클라이스트의 극작품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관계를 직시하여, 거기에서 어떤 병리학적 문제를 예리하게 추출하고 있습니다. 병리학이 전혀 발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투적 열광 그리고 성적 열광의 뒤엉킴을 탁월하게 묘사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펜테질레아는 사랑에 관한 놀라운 상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성의 투쟁으로서의 상”입니다. 에로스에 대한 갈구와 이성에 대한 증오심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여주인공은 그것들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게오르크 슈타이너가 영리하게 지적한 바 있듯이, 작품 「펜테질레아」는 “장검의 춤”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0. 사마귀 혹은 거미들이 행하는 사랑의 혈투: 그리스 영웅과 아마존 여왕은 서로의 성을 ..

40 근대독문헌 2019.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