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근대독문헌

서로박: 괴테의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

필자 (匹子) 2019. 12. 10. 14:29

이 작품은 1779년에서 1787년 사이에 괴테가 네 차례의 수정을 거듭한 대표적 고전극입니다. 특히 마지막 제 4원고는 고전주의 드라마에 합당한 자유 무운격 (Blank-vers)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에우리피데스의 同名의 극에서 나온 합창을 과감하게 생략했고, 등장 인물들의 대화 그리고 독백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주로 여주인공의 관점에 의해 개진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괴테는 (에우리피데스 극의) 신비로운 주위 배경을 바꾸어, 리얼리티를 살림으로써 인간의 영향력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피게니에의 노여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에는 제물이 되어 죽음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아폴로 신의 도움으로 타우리스 섬에서 살아남습니다. 이곳의 왕, 토아는 이방인 여자를 살려둡니다. 왜냐면 그미가 고결하고도 아름다운 신부 감으로 너무나 적격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아들이 죽었으므로, 하루 빨리 결혼식을 올려, 후사를 두려고 합니다. 이로써 그는 “모든 이방인은 신의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는 계명마저 어깁니다. 그러나 이피게니에는 자신과 결혼하자는 왕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이피게니에의 거절을 접했을 때 토아 왕은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입습니다. 그는 최근에 떠내려 온 두 명의 그리스 인을 승리 축제의 제물로 바치려 합니다. 두 사람은 이피게니의 오빠와 다른 사내였습니다.

 

이피게니에의 오빠 오레스테스와 다른 남자, 필라데스는 디아나 여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오레스테스가 이곳에 온 까닭은 다음의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 어머니,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하였으므로, 신과 동족으로부터 커다란 징벌을 받을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는 신탁 (神託)에 자문을 구합니다. 아폴로 신탁은 “벌 받지 않으려면, 누이를 타우리스 섬에서 구해 그리스로 데려 와야 한다.”고 오레스테스에게 명합니다.

 

 

 

 

그리하여 이피게니에는 오빠 오레스테스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이때 오레스테스는 그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비밀리에 토아 사람들을 죽인 뒤 탈출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들은 나를 도살자로 점지하였어. 경애로운 어머니의 살인자로 말이야 그들이 신호를 보내서 어머니의 아버지 살해를 보복하는 잔인한 행위자가 되게 하였어, Mich haben sie zum Schlächter ausgekoren/ zum Mörder meiner doch verehrten Mutter,/ und eine Schandtat schändlich rächend, mich/ durch ihren Wink zu Grund gerichtet.” 이피게니에는 오랫동안 고심합니다. 디아나 여신과 같은 그미의 고결한 성품은 마침내 교활한 음모를 거부합니다. 이피게니에는 모든 사실을 토아 왕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고, 그에게 자신이 오빠와 함께 그리스로 떠날 수 있도록 청원합니다. “만약 왕께서 진실된 마음을 지니고 계신다면, 그래서 칭송받으시려면, 모든 것은 당신의 도움으로 나를 통해서 진리가 드러나도록 조처해주십시오, (...) Wenn/ ihr wahrhaft seid, wie ihr gepriesen werdet,/ so zeigt’s durch euren Beistand und verherrlicht/ durch mich die Wahrheit.” 토아 왕은 이피게니에의 고결하고도 순수한 성품에 이끌려 이들로 하여금 그리스로 떠나도록 도와줍니다.

 

에우리피데스의 극에서 사건의 축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의 인간에 대한 영향력이었습니다. 가령 이피게니에가 살아서 그리스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신의 권능과 인간의 운명의 탓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괴테의 극은 이와는 다릅니다. 이피게니에의 고결한 인간성 및 내적 아름다움이 결국 토아의 마음속에 관용적 태도를 불러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로써 괴테는 내적 인격의 완성을 통해서 신의 결정론적 영향 및 개인의 죄 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괴테의 이피게니에는 셰익스피어 극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인 극중 주인공의 인물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령 이피게니에는 처음에는 어떤 결함, 천진난만하고 성숙되지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령 선한 토아 왕의 구애에 대해 무조건 거부하는 태도가 바로 이를 반증합니다. 말하자면 그미는 “오빠와 달아날 것인가?” 아니면 “솔직히 고백할 것인가?” 하고 깊이 고뇌하는 과정 속에서 성숙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피게니에는 더 이상 세상에 수동적으로 이끌리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주체임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