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61

서로박: 브링크만의 '오렌지주스 기계는'

롤프 디터 브링크만의 책들의 표지 오렌지 주스 기계는 롤프 디터 브링크만 돌고 있다 & 그 바텐더가 처음에 차가운 차 한 컵 마시는 어느 처녀의 벗겨진 살결을 힐끔 쳐다보는 건 좋은 일이다. “여기 아주 무덥지요?” 하고 묻는다, 그건 공간을 약간 치장하는 질문이지, 아니면 뭘까? 처녀는 억센 육체를 지녔다, 그미는 자신의 팔을 뻗어서, 컵을 유리 판 위에 다시 얹어놓는 순간 땀나는 겨드랑이에서 까만 털의 얼룩이 보인다, 그건 공간을 순간적으로 변화시키지만, 생각을 바꾸게 하진 않는다. 그리고 모두 바라본다, 그미가 이러한 방식으로 율동을 즐기는 양을, 그러면 바텐더는 어느 오랜 휴식 다음에 박자를 두드린다, 오로지 언제나 그러하듯이,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었던 시간, 아니면 대체로 지금 이 낮 시간..

21 독일시 2021.10.11

서로박: 마샤 칼레코의 "대도시에서의 사랑"

마샤 칼레코 (1907 - 1975)는 독일 문학사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무명시인이다. 그미는 1907년 아우슈비츠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크르차노프에서 유대인의 딸로 태어나다. 칼레코의 가족들은 1914년에 독일로 이주하였으며, 1918년부터 베를린에서 살다. 재정적 이유에서 대학을 다니지 못한 칼레코는 회사의 비서직을 전전하며, 밤에 글을 쓰다. 1933년 시집 『속기 노트 시집 (Lyrisches Stenogrammheft)』으로 잠깐 문학적 명성을 얻었지만,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독일을 떠나다. 칼레코는 1938년 미국으로 건너갔고, 1966년에는 다시 이스라엘로 이주하다. 그 후 1975년에 무명 시인은 취리히에서 사망하였다. 대도시에서의 사랑 마샤 칼레코 그들은 어딘가에서 대충 안면을 익..

21 독일시 2021.09.22

자라 키르쉬: 여름에

Sarah Kirsch: Im Sommer http://www.youtube.com/watch?v=9JHkHwRLImk 인적이 드문 땅 거대한 들판에 기계소리 들려도 마을은 피곤하게 누워 있다. 회양목 정원: 돌팔매질은 거의 고양이들을 맞히지 못한다. 8월에 별들이 떨어지고 9월에 사람들은 나팔로 사냥을 알린다. 잿빛 거위가 날고 두루미는 오염되지 않은 들판을 헤매고 있다; 아, 구름은 산 모양으로 숲 위로 날아간다. 여기서 신문을 접하지 않으면, 세상은 아마 질서 잡혀 있으리라. 자두 잼 끓이는 솥에서 자신의 얼굴이 아름답게 반사되고 들판은 붉은 빛을 발하고 있다. Duennbesiedelt das Land. Trotz riesigen Feldern und Maschinen Liegen die Doer..

21 독일시 2021.09.15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의 경향

친애하는 D, 오늘날까지도 트라클의 시는 모호하고, 비의적인 작품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트라클 시를 명징하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트라클의 “시적 언어는 무언가의 의미를 전달하지 않은 채 그 자체 말하고” (Walter Killy)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트라클의 언어는 독자가 이해하는 언어 영역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트라클 시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트라클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 보들레르 그리고 말라르메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트라클이 남긴 대부분의 시에서는 예술작품과 관찰자 사이의 조화로움이 파괴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트라클의 시어는 “순수한 포에지 poésie pure” (말라르메)의 시적 언어를 실제로 사용되는..

21 독일시 2021.05.16

횔덜린의 시 "봄"

"만약 하늘의 눈 (眼)에, 지구의 가슴에 봄이 다시 도래한다면, 누가 사랑 그리고 위대한 행위의 기쁨을 갈구하지 않겠는가?Wer sehnt sich nicht nach Freuden der Liebe und großen Taten, wenn im Auge des Himmels und im Busen der Erde der Frühling wiederkehrt? " (횔덜린의 "휘페리온"에서) 봄 횔덜린 빛이 환히 비치고, 들판이 만개하네, 낮은 온화하게 새순과 함께 찾아오고 저녁은 덩달아 꽃눈 피우고 밝은 나날은 낮을 도래하게 한 하늘 아래로 저물어가네. 일 년은 축제를 위해 준비해둔 어떤 찬란한 의상처럼 시간에 맞추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의 일손은 새로운 목표로대 시작되고 이렇듯 수많은 기적이네,..

21 독일시 2021.04.01

서로박: 레온하르트의 '결산'

친애하는 K, 루돌프 레온하르트 (Rudolf Leonhard, 1889 - 1953)는 훌륭하고 탁월한 문학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독일에서도 그리고 해외에서도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레온하르트의 시 한 편을 번역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작품은 1949년에 발표한 「결산 (Bilanz」입니다. 평생 집 한 채 짓지 않았다. 아마도 내 이름을 택한 도로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손수 뽕나무 곁에서 뜨거운 장벽 가로 옮겨 심은 송악은 오래 떠나 있던 동안에 이미 말라죽고 말았다. 심어둔 어떠한 식물이 자란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떠한 성숙도 알지 못했다. 사랑하던 바람과 함께 날았다, 떨어져 발 디딘 적이 없는 씨알, 나는 바람을 사랑했다, 너무도 강렬..

21 독일시 2021.01.08

미하엘 크뤼거의 시 "모방시"

미하엘 크뤼거는 1943년 비트겐도르프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을 베를린에서 보냈다. 아비투어를 마친 뒤에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1963년부터 1965년까지 런던에서 도서 상인으로 일하다. 크뤼거는 1965년에 뮌헨의 한저 출판사의 편집인이 되다. 그리하여 나중에 (1976년에) 한저 출판사에서 문학에 관한 칼럼을 쓰고 문예 잡지 『악첸테 (Akzente)』를 간행하다. 특히 클라우스 바겐바흐 출판사에서 간행된 잡지 『문어 (Tintenfisch)』는 크뤼거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크뤼거는 인간의 언어에 대해 회의하는 “사고 시 (Gedankenlyrik)”를 주로 집필하였다. 인용 시 「희망에 관하여」는 1978년 뮌헨에서 간행된 『디드로의 고양이 (Diderots Katze)』에 간행된 것이다. 모..

21 독일시 2020.09.26

하인츠 칼라우의 시 "마르크 브란덴부르크의 마을"

하인츠 칼라우의 최근의 모습 하인츠 칼라우는 1931년 포츠담 근교의 드레비츠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다. 1948년까지 여러 노동을 전전하다가, 트랙터 운전사 그리고 FDJ (자유 청년 동맹)의 당원이 되다. 1950년 이후에 시를 발표하다. 브레히트에게 사사한 칼라우는 가끔 극작품 그리고 동화 등을 집필하기도 하다. 그는 1991년 12월 공개석상에서 스타지와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즉 자신은 1957년부터 1964년 사이에 스타지의 비공식 요원 (IM)으로 일했다는 것이다. 당시 1956년 헝가리 폭동이 있었을 때, 동독 안기부 (MfS)는 칼라우의 비판적 시작품들을 거론하며, 협조하지 않으면 신변상의 위협을 받으리라고 그를 협박했다고 한다. 마르크 브란덴부르크의 마을 여름 어느 마을을 차타고 지나..

21 독일시 2020.09.26

서로박: 하이너 뮐러의 연애시 (3)

나: 그런데 하이너 뮐러는 자신의 연애시를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너: 글쎄요. 어쩌면 순수 극작품을 집필하는 작가로서 사적인 사랑에 관한 작품을 발표하기 꺼렸을 것입니다. 특히 미발표 작품은 포르노 그리고 연애시 사이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연애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인간의 적나라한 성욕을 있는 그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마지막으로 브레히트의 초기 시 「나무 오르기에 관하여 Vom Klettern in Bäumen」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너희가 저녁에 물속에서 올라오면 틀림없이 너흰 벌거벗고, 피부는 부드러울 거야. 또한 잔잔한 바람결에 너희의 커다란 나무로 올라가겠지 하늘 역시 창백해 있을 거야...

21 독일시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