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62

횔덜린: 빵과 포도주

빵과 포도주 프리드리히 활덜린 (역자: 서로박) 1 도시 주위는 쉬고 있다. 횃불로 장식한 환한 빛의 골목길은 고요해지고, 마차들은 소리 내며 사라진다. 하루의 기쁨에 포만한 사람들은 휴식하려고 귀가한다. 골몰하는 사람은 집에서 하루의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며 만족하고 있을 테지. 분주하던 시장에는 포도송이와 꽃들이 비워져 있고, 수공 제품들도 어느새 휴면하고 있다. 허나 멀리 정원에서 울려오는 현악의 음,아마도 거기에는 한 쌍의 연인이 연주하거나, 혹은 어느 고독한 남자가 멀리 사는 친구 혹은 청춘 시절을 회상하리라. 향기 퍼지는 정원근처의 분수, 항상 솟아오르며 신선한 소리를 낸다. 어스름한 공중으로 조용히 울려퍼지는 교회 종소리의 여운, 야경꾼은 몇 시인지 생각하며 큰소리로 시각을 알린다. 바람 역시..

21 독일시 2018.03.17

페터 한트케: 유년의 노래

아이가 아이였을 때 모든 건 품 안에 머물렀지. 개울은 하나의 시냇물, 시냇물은 강, 물웅덩이는 바다라 여기며. 아이가 아이였을 때 스스로 아이였는지 몰랐지 모두 영혼을 지녔고 모든 영혼은 하나였지. 아이가 아이였을 때 무(無)에도 의미 있다고 믿었지, 습관을 지니지 않았고, 이따금 도사리고 앉거나, 바로 서서 달리고, 머리카락 속에 가마를 지니고 사진 찍을 때 얼굴 숨겼지. 아이가 아이였을 때 이따금 다음과 같이 물었지, 왜 내가 네가 아니라, 나인가? 왜 내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 있는가? 언제 시간이 시작되고, 공간이 끝나는가? 태양 아래의 삶은 한낱 하나의 꿈인가?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은 세상 앞의 어떤 세상의 가상이 아닌가? 죄악 그리고 정말로 사악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나라..

21 독일시 201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