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70

프리드리히 실러: (1) '산책'

친애하는 나의 제자 M에게~ 당신을 위해서 실러의 산책을 번역하여 올려놓습니다. 번역하는 데 힘이 들어서 5일이나 걸렸습니다. 각주가 지워졌군요. ㅠㅠ 조만간 해설도 올려놓겠습니다. 관심 부탁드리면서 ....................... 산책 프리드리히 실러 안녕, 불그스름한 봉우리로 빛나는 나의 산(山)아, 사랑스럽게 산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여, 잘 있었니? 인사하노라, 생기 넘치는 평야여, 바람 스치는 보리수여 즐거운 합창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여, 초록의 숲 위의 갈색으로 비치는 산과 산 그리고 5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답답한 대화를 나누다가 빠져나온 나의 주위에는 끝없이 펴져 나가는 아름다운 창공의 푸르름이여, 너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구원해 주는구나. 스쳐 지나가는 향기로운 바람은..

21 독일시 2023.03.21

서로박: 테니오르의 이른 여자

이른 여자 1 만일 그미가 2 코너를 돌아오면 3 14세의 나이로 4 분홍 스웨터로 5 약간 더럽게 6 그미의 가슴은 7 주먹 볼록하다고 8 사내애들이 말하듯 9 만일 그미가 10 코너를 돌아오면 11 풍선껌 불다 12 입 앞에서 13 퍼억 (Die Fastfrau von Ralf Thenior: “Wenn sie/ um die Ecke kommt/ mit ihren 14 Jahren/ und dem rosa Pullover/ etwas schmuddelig/ an den Brüsten/ hat schon ’ne Handvoll/ sagen die Jungs/ wenn sie/ um die Ecke kommt/ mit der Kaugummiblase/ vor dem Mund/ PLOPP”) 「이른 여자」..

21 독일시 2022.11.16

박설호: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너: 지면 관계로 다른 작품을 살펴볼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슈테핀의 시적 주제를 요약해주시지요? 나: 네, 슈테핀의 시작품은 고통에 처한 여성의 뒤엉킨 사랑의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사랑을 둘러싼 부차적인 복합적 증상들이 뒤섞여 있지요. 물론 슈테핀은 요절했지만, 그미가 남긴 소네트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너: 인간은 이성적 존재지만, 다른 한편 본능적 동물이지요? 나: 네, 인간의 몸은 지렁이처럼 반응합니다.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인간 동물의 사랑을 연속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를 질시하며, 초조한 불안으로 어쩔 줄..

21 독일시 2022.10.30

박설호: (4)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4. “생각해 봐, 당신이 살 섞었던 모든 여자가” 너: 임에 대한 헌신은 문학 작품 집필에서도 나타납니다. 만약 슈테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브레히트는 많은 명작을 완성하지 못했겠지요? 나: 그렇습니다. 1930년대에 슈테핀은 한스 아이슬러의 말대로 “브레히트의 가장 귀중한 협력자”였습니다. 가령 「호라치와 쿠라치」,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 「제 3제국의 공포와 참상」, 「카라 부인의 무기」, 「아르투르 우이의 저지할 수 있는 상승」,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등과 같은 놀라운 수준의 드라마 작품들을 생각해 보세요. 슈테핀은 연인을 위해서 직접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했고, 원고를 세심하게 정리했습니다. 너: 자신의 창작보다도 임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군요. 나: 네. 그밖에 슈테핀은 ..

21 독일시 2022.10.25

박설호: (3)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3. “사랑을 사랑했을 뿐, 사랑하기는 아니었어요.” 너: 브레히트의 사생활은 문란했다고 들었습니다. 나: 네 그는 망명 생활을 구실로, 한 집에 세 여인과 동거한 적도 있었습니다. 페터 바이스 (1916 - 1982)는 소설, 『저항의 미학』에서 이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 슈테핀은 브레히트 뒤에 앉아 속기에 몰두하고, 베를라우는 브레히트 앞에서 마치 성욕을 자극하듯이 손을 그의 무릎에 얹고 있는데, 바이겔은 바깥 정원에서 빨래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너: 브레히트는 일부다처주의자인가요? 나: 네. 그렇지만 돈 후안과 같은 진상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을 애호하는 카사노바를 방불케 합니다. 어느 연구자는 “데리고 놀기 좋은 귀여운 남자”의 전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너: 한 가지 사항이 잘 이해되지 않..

21 독일시 2022.10.21

박설호: (2)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2 “축축해졌는가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 너: 일단 작품 「축축해졌는가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편의상 제1행을 제목으로 붙여보았습니다. 기이하게도 슈테핀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습니다. 나: 슈테핀의 시작품은 주로 브레히트의 소네트에 대한 답신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작품 발표를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축축해졌느냐 하고 그가 처음 물었을 때 그게 대체 뭐람? 하고 생각했어요. 한 번 살펴볼까? 하고 다시 물었을 때 매우 부끄러웠어요, 축축해졌으니까요. 맨 처음 나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는 물었지요, 감이 오는가? 하고. 김이 무엇인지 나는 몰랐답니다. 대답하지 않았어요, 감이 왔으니까요. 나이 어린 소녀처럼 그리 행동했어요. (정확히 4년 반 동안 한 남자와 그런 식으로 동거하..

21 독일시 2022.10.18

박설호: (1)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1. “즐기면서 함께 창조하기” 너: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1898 - 1956)의 연인이자 공동 작업자, 마르가레테 슈테핀 (1908 - 1941)의 시편을 다루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슈테핀의 시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나: 슈테핀이 남긴 시작품은 불과 15편에 불과합니다. 작품들은 1991년에 간행된 슈테핀의 작품집 『공자는 여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에 실려 있습니다. 시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시인의 삶과 문학을 논하고 싶습니다. 너: 작품들은 주로 사랑과 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성격은 성(性)의 격식(格式)이라고 하지요? 나: 그렇다고 무조건 성과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성이 인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지만 말입니다. 너: 그런가요? 성격은 심리학에서 거..

21 독일시 2022.10.17

서로박: 시빌라 슈바르츠의 시

시빌라 슈바르츠 (1621 - 1638)는 암울한 유럽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바로크의 시기에 잠시 살다가, 이질이라는 병에 걸려 세상을 하직한 시인입니다. 그미의 삶은 짤막했지만, 그미의 예술은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훌륭한 시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읽히고 있으니까요. 독일의 독문학자들은 슈바르츠를 “포메른의 사포” 내지는 “게오르크 뷔히너의 자매”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나아가 이후에 태어난 괴테는 시의 형식적 측면을 중시하여, 그미의 시에서 소네트의 진수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시빌라 슈바르츠는 1621년 포메른의 항구도시, 그라이프스발트의 시장의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포메른은 동프로이센에 속하는 지역으로서, 근대 식민지 쟁탈의 역사에서 피로 얼룩진 바 있습니다. 슈바르츠는 어린 시절에는 ..

21 독일시 2022.09.26

뵐렌도르프의 시작품 (2)

첫 번째 작품은 프랑스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뵐렌도르프가 독일에서 시 발표할 기회가 사라지자 스스로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간청하는 시 세공업자"는 프랑스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려는 것은 스스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절대로 창안하지 않겠다는 내적인 다짐일 것입니다. “당신네는 마차로 왕래하고 웃으며,/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있어요,/ 좋고 나쁜 난동을 피우고 있네요,” 두 번째 시는 시인이 갈구하는 비밀스러운 고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요정의 땅”으로서 “금빛 찬란한 기적의 나무”가 자라는 공간입니다. 시인은 “늪지의 부드러운 꽃”을 사랑합니다. 시인의 고향은 주어진 비참한 현실에 대한 반대급부의 상입니다. 뵐렌도르프는 프랑스와는 다른 조국의 억..

21 독일시 2022.08.26

뵐렌도르프의 시작품 (1)

“어떻게 하면 세계는 도덕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Wie muss die Welt fuer ein moralisches Wesen beschaffen sein?” 이 구절은 요한네스 보브롭스키의 산문 「빌렌도르프Boehlendorff」에 실린 뵐렌도르프의 독백입니다. 뵐렌도르프는 일신의 편안함을 도모하지 않고, 오로지 더 나은 세상을 갈구하면서 작품의 탹마에 집중한 기인입니다. 평생 유럽과 동구를 방랑하면서 시를 집필했는데, 자신의 가방에 작품이 가득 차면, 그냥 버리고 다른 글을 집필하곤 하였습니다. 19세기 독일은 폭정과 가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775년 미타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조실부모하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1794년 예나 대학에 입학한 그는 피히테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의 친..

21 독일시 202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