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레지 크로미크: 크리스티안

필자 (匹子) 2022. 1. 8. 11:03

레지 크로미크 (1943 - )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미는 슐레지엔의 리그니츠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는 킬에서 살고 있다. 아래의 작품은 1990년에 간행된 시집 『도중에서 (unterwegs)』에 실려 있다.

 

크리스티안

레지 크로미크

 

너와 함께

있었지

 

있었지

너와 함께

 

너와 함께

있었지

 

Christian von Resi Chromik: Leben/ mit dir/ war. // Leben/ war/ mit dir. // Mit dir/ war/ Leben.

 

(질문)

1. 제목은 남자 이름입니다. 누구를 가리킬까요?

2. 독일어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통상적으로 문장의 뒤로 향합니다. 3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제각기 무엇인가요?

3. 세 연은 제각기 다른 내용을 시사합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요?

 

(해설)

참으로 언어를 아끼는 시입니다. 절제된 언어의 시를 해석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움을 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어 외적인 여백 속에 감추어진 진리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시는 오로지 네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단어를 제외하면 모두 단음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라는 단어만 두 음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입니다. 제목 “크리스티안”은 남자 이름입니다. 이로써 그는 시인의 임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인의 전언은 “”와의 삶이 이제 끝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 개의 동일한 문장 성분은 제각기 다르게 기능합니다. 첫 번째 연은 “”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임이 세상을 떠난 뒤의 고통을 생각해 보세요. 죽은 자에 대한 원망은 그리 크지 않는 법이 아닌가요?

 

두 번째 연은 “너와 함께” 살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다음의 사실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즉 사랑 내지 혼인의 삶이 하나의 공동체에 해당한다는 점 말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기억은 -비록 임이 세상을 떠났지만- 남아있는 자의 내면에 간간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세 번째 연은 “”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도 지고의 가능성으로서의 살아가는 일이 그를 통해서 실현 내지 성취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경우의 삶은 “과거를 포괄한 현재” 속에 지양되어 있습니다. 비록 이승과 저승이 달라 두 사람은 헤어져 있지만, 다음의 사실을 공통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그들은 “함께” 있습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의 사랑은 함께 지내던 삶 속에서 성취되어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레지 크로미크는 1970년 크리스티안 크로미크와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아 살았는데, 남편은 1979년에 유명을 달리하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