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마르가레테 슈테핀: (10) 무제

필자 (匹子) 2021. 11. 19. 09:52

 

여성의 오르가슴과 성에 관한 여성의 자의식에 관하여 논의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1930년대에 활동한 안드레아스- 살로메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뤼스 이리가레 등의 문헌을 예로 들 수 있을 뿐입니다. 남녀의 성적 결합이 20세기 후반에 서서히 이론적으로 밝혀진 것을 감안한다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최초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Mitscherlich; 209ff) 사실 성과 오르가슴은 수치심, 굴욕스러움 등의 심리적 반응을 동반하기 때문에 금기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의 성이 수치심, 순진함 그리고 굴욕 등의 감정과 접목된 것은 필연적 귀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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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해졌느냐 하고 처음 그가 물었을 때

그게 대체 뭐람? 하고 생각했어요.

한 번 살펴볼까? 하고 다시 물었을 때

매우 부끄러웠어요, 축축해졌으니까요.

 

맨 처음으로 나를 가지게 되었을 때

감이 오는가? 하고 그는 물었지요.

감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몰랐답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감이 왔으니까요.

 

그저 나이 어린 소녀처럼 행동했어요.

(정확히 말해 4년 6개월 동안 한 남자와

그런 식으로 함께 살게 되었어요.)

허나 그를 통해 -그를 위해- 여자가 되었어요.

 

그와 함께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묻지 않았어요.

마침내 지금을 즐기는 방식을 배웠어요.

사랑이 변화될 수 있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Als er mich zum ersten Male fragte

Ob ich naß sei, dacht ich: Was ist das?

Als er fragte, ob er nachsehn sollte

Schämte ich mich sehr. Ich war ja naß.

 

Und er fragte, ob ich kommen würde

Als er mich zum ersten Male nahm.

Ich wußte nie, daß ich auch kommen könnte.

Doch sagte ich ihm das nicht. Denn ich kam.

 

Ich benahm mich wie ein kleines Mädchen.

(Dabei lebte ich doch schon genau

Viereinhalbes Jahr mit einem Manne.)

Doch durch ihn erst wurd ich - für ihn - Frau.

 

Ich begann, mit ihm auch mich zu lieben

Und ich fragte nicht mehr: Was kommt dann?

Endlich lernte ich, das Jetzt auskosten

Ohne Furcht, daß es sich ändern kann. (Konfutse: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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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오르가슴의 경험은 대체로 주어진 사실적 정황 그리고 "" 그리고 "" 사이의 개인적 관계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인들이 처하고 있는 정황이 어떠한가? 그리고 당사자로서의 파트너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그것은 한 인간에게 강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차단당하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어떤 특정한 연인 관계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사랑의 감흥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의 쾌락은 적어도 슈테핀에게는 파트너와는 무관한 익명의 기능도 아니며, 선천적으로 주어진 무엇도 아닙니다. 여성의 성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파트너와의 친밀한 접촉인가에 따라 서서히 생성되는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여성의 오르가슴은 파트너와의 관계 속에서 언제나 새롭게 발견될 수 있으며, 발전되어 나갑니다.

 

시적 자아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허나 그를 통해 -그를 위해- 여자가 되었어요." 이러한 발언은 처음부터 성행위에 관한 모든 생물학적 논의를 차단시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젠더는 고착된 문화의 구성체가 아니라, 오히려 성적 접촉을 통한 개인적 감흥에서 비롯하는 역동적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Ostmeier: 156). 특히 여성성은 생물학적으로 미리 주어진, 미리 구조화된 사실적 토대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원칙,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뤼스 이리가레 Luce Irigaray는 오르가슴을 통한 성적인 자기 정체성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Irigaray 1991: 217 - 253). 한 인간이 성적 접촉을 통해서 자극 받게 되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어떤 떨림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것은 주체와 결부된 감성적 정체성의 토대를 해체시킨다고 합니다. 시인 마르가레테 슈테핀은 다음의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여성의 오르가슴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육체적 특성에 의해서 미리 주어진 게 아니라, 오로지 파트너와의 관계에 의해서 추 체험적으로 생성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물론 이리가레가 에로스의 감정을 무조건 성 Sex에 고착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자, 다시 말해서 파트너와의 관계 형성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접촉과 애무라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인 욕망 충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일방적인 욕구는 -파트너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파트너를 객체 내지 대상으로 치부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의향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욕망 속에서는 상호적 주체를 혁신시키고, 재생시키며, 상대방에게 자신을 던지려는 헌신의 자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Irigaray 2004: 226).

 

사랑하는 인간은 상호적 접촉을 통해서 파트너 속의 타자를 인지하고 이를 존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랑의 행위에 있어서 모든 연인들이 개인적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상호적 접촉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지 않은, 정서적 영혼에 의해 도출해낼 수 있는 완전체로서의 존재를 추체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두 연인 가운데 한 사람이 능동적으로 사랑하는 존재로 , 다른 한 사람이 수동적으로 사랑 받는 존재로 분할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Irigaray 2004: 240).

 

사랑의 삶에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의 양극으로 분할된 사랑의 양태는 결국 두 사람에게서 제각기 사랑의 행복을 빼앗아가게 될 것입니다. 슈테핀 역시 한 사람이 사랑의 주체, 다른 한 사람이 사랑의 객체로 기능하는 양극으로 분할된 애정 관계를 거부하면서 상호성의 만남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어요."라는 구절이 이를 반증해줍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미는 ""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에서 성을 즐기라고 조언한 브레히트의 요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브레히트가 각자 이기적으로 성을 향유하자는 요구는 슈테핀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상대방 또한 사랑의 만족을 누릴 수 있도록 애쓰는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그미에게 “남근Schwanz(GBA 11: 188).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하고 문제 제기합니다. 각자의 일방적인 쾌락 추구보다 중요한 것은 슈테핀에 의하면 자신의 “갈망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Steffin 1992: 203).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슈테핀의 시구 “사랑을 사랑했을 뿐”이라는 근본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면서 정치와 예술의 영역에서 지식인으로서 기능하는 일뿐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타자 (상대방)에 대한 새로움 그리고 감정을 존중해나가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사랑의 소네트에서 “남근” 그리고 “여근 fica”을 언급하면서 (GBA 11: 190), 자신의 일방통행의 자기중심적 성욕을 표출하고 충족하는 일은 별반 의미가 없다고 슈테핀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 Freud, Sigmund (1972): "Erinnern, Wiederholen und Durcharbeiten," Studienausgabe. Schriften zur Behandlungstechnik. Er gänzungsband, (hrsg.) Alexander Mitscherlin, Frankfurt a. M.

- Irigaray, Luce (1991): Ethik der sexuellen Differenz, Suhrkamp: Frankfurt a. M.

- dies. (2004): An Ethics of Sexual Difference, London.

- Ostmeier, Dorothee (2013): Poetische Dialoge zu Liebe, Gender und Sex im frühen 20. Jahrhundert, Aesthesis: Bielefeld.

- Steffin, Margarete (1992): Konfutse versteht nichts von Frauen, (hrsg.) Inge Gellert,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