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62

쿠르트 마르티: 조사 (弔辭)

조사 쿠르트 마르티 그미가 스물 살 적 한 아기를 가졌을때 그미에게 결혼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결혼했을 때 그미에게 모든 공부를 포기하라는 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서른이 되어 일하려는 욕망을 보였을 때 가사만을 돌보라는 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사십이 되어 다시 한 번 살려고했을 때 체통과 미덕을 지키라는 명령이 내렸습니다 그미가 나이 오십에 쇠약해지고 삶에 싫증났을 때 그미의 남편은 젊은 여자에게 갔습니다 친애하는 이웃들이여 우리는 너무 많이 명령합니다 너무 많이 복종합니다 너무 적게 삽니다 Leichenreden als sie mit zwanzig ein kind erwartete wurde ihr heirat befohlen als sie geheiratet hatte wurde i..

21 독일시 2023.07.24

카린 보위에의 시 "최상의 것"

스웨덴의 시인 카린 보위에의 시작품들은 간결한 언어로 인간의 삶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하는 고통의 편린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강렬히 원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없는 경우를 느낍니다. 이는 사랑의 삶에서 자주 감지되는 현상이지요.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경우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바로 이러한 미묘한 고통 속에서 보위에의 연애시가 태어났습니다. 시 한편을 인용하기로 하겠습니다. 「최상의 것 Det bästa」 카린 보위에 Karin Boye 우리가 가진 최상의 것을 글로 기술할 수 없어요. 줄 수도 말할 수도 없어 마음 깊이 간직해야 하지요. Det bästa som vi äga, det kan man inte giva,..

21 독일시 2023.04.18

호프만슈탈의 시: "두 사람"

그미는 손으로 술잔을 들고 있다 - 턱과 입은 마치 잔의 가장자리 같아 - 가볍고 편안했던 그미의 걸음걸이, 술잔에서 한 방울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은 가볍고 묵직했다, 그는 어린 말(馬)을 타고 갔다. 성의 없는 동작으로 그는 떨고 있는 말을 강제로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그가 그미의 손에서 가벼운 술잔을 받으려고 했을 때 그건 그들에게 너무 힘이 들었다. 두 사람의 손이 너무나 떨려서 한 손이 다른 손을 잡지 못하게 되자, 짙은 포도주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박설호 역) Die Beiden – Gedicht von 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 Sie trug den Becher in der Hand – Ihr Kinn und Mund glich seinem Ran..

21 독일시 2023.03.27

박설호: (2) “보라! 호메로스의 태양은 우리에게도 미소 지을 거야!” 실러의 「산책」 해설

2. 각론 21행: “감미로운”이라는 표현 속에는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의 의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의 영양을 공급받은”이라는 의미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39행: 여기서 “동족 사람”이란 국가의 개념이 나타난 다음에 형성된 동향인을 가리킵니다. 47행: “울부짖는 소리”는 갈등, 투쟁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투쟁을 유추하는 시어입니다. 51행: 수렵으로 살아가는 부족 그리고 농경 생활을 영위하는 부족들은 때로는 전쟁을 치르고, 때로는 평화롭게 살아갔습니다. 57행: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에 의하면 농경 사회에서 사유권이 확립되었고, 계층이 형성되었으며, 가부장의 국가가 탄생하였습니다. Friedrich Engels: Der Ursprung der Famili..

21 독일시 2023.03.22

박설호: (1) “보라! 호메로스의 태양은 우리에게도 미소 지을 거야!” 실러의 시 산책 해설

총론 프리드리히 실러의 비가, 「산책」은 그의 다른 작품 「종 (鐘)Die Glocke」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795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잡지 「호렌」에 발표되었습니다. 나중에 수정되어 1800년에 완성본으로 실러의 시집에 실리게 됩니다. 실러는 시의 구조에 있어서 비가 형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로써 시작품은 “강약 격 (Trochäus)”의 “6각운 (Hexameter)”의 구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시인이 각운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정형시가 사라진 지 오래되지만, 현대의 시인들은 대부분 여전히 각운을 사용하곤 합니다. 어쩌면 각운이야 말로 시의 본질적인 특성인데, 실러는 의도적으로 각운을 파기한 것..

21 독일시 2023.03.22

프리드리히 실러: (2) '산책'

(앞에서 계속됩니다.) 거기서 즐거운 소유물, 자유 생업이 융성하게 되고, 강변의 갈대에서 푸르스름한 신(神)은 손짓한다. 도끼가 쉭 하며 나무에 박히면, 나무 요정은 신음한다. 나무의 머리통이 굉음을 내며 무거운 짐으로 쓰러진다. 암석의 파편, 돌 하나가 지레에 받힌 채 흔들리고, 105 산 사나이는 산허리 계곡에서 아래로 향해 사라진다. 물키베르의 가슴에는 쇠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힘줄 튀어나온 주먹 아래 강철의 섬광이 튀어 나가며, 황금의 아마포는 춤추는 멀렛 가락을 휘어 감는다. 베짜는 갈대는 실타래를 통해 바람 소리를 내고, 110 멀리 부둣가에서 항해사가 외친다, 전함이 기다린다고. 동족 사람의 부지런함이 낯선 이방인의 나라로 옮겨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낯선 선물에 마냥 쾌재를 부른다...

21 독일시 2023.03.21

프리드리히 실러: (1) '산책'

친애하는 나의 제자 M에게~ 당신을 위해서 실러의 산책을 번역하여 올려놓습니다. 번역하는 데 힘이 들어서 5일이나 걸렸습니다. 각주가 지워졌군요. ㅠㅠ 조만간 해설도 올려놓겠습니다. 관심 부탁드리면서 ....................... 산책 프리드리히 실러 안녕, 불그스름한 봉우리로 빛나는 나의 산(山)아, 사랑스럽게 산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여, 잘 있었니? 인사하노라, 생기 넘치는 평야여, 바람 스치는 보리수여 즐거운 합창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여, 초록의 숲 위의 갈색으로 비치는 산과 산 그리고 5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답답한 대화를 나누다가 빠져나온 나의 주위에는 끝없이 펴져 나가는 아름다운 창공의 푸르름이여, 너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구원해 주는구나. 스쳐 지나가는 향기로운 바람은..

21 독일시 2023.03.21

서로박: 테니오르의 이른 여자

이른 여자 1 만일 그미가 2 코너를 돌아오면 3 14세의 나이로 4 분홍 스웨터로 5 약간 더럽게 6 그미의 가슴은 7 주먹 볼록하다고 8 사내애들이 말하듯 9 만일 그미가 10 코너를 돌아오면 11 풍선껌 불다 12 입 앞에서 13 퍼억 (Die Fastfrau von Ralf Thenior: “Wenn sie/ um die Ecke kommt/ mit ihren 14 Jahren/ und dem rosa Pullover/ etwas schmuddelig/ an den Brüsten/ hat schon ’ne Handvoll/ sagen die Jungs/ wenn sie/ um die Ecke kommt/ mit der Kaugummiblase/ vor dem Mund/ PLOPP”) 「이른 여자」..

21 독일시 2022.11.16

박설호: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5.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너: 지면 관계로 다른 작품을 살펴볼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슈테핀의 시적 주제를 요약해주시지요? 나: 네, 슈테핀의 시작품은 고통에 처한 여성의 뒤엉킨 사랑의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는 사랑을 둘러싼 부차적인 복합적 증상들이 뒤섞여 있지요. 물론 슈테핀은 요절했지만, 그미가 남긴 소네트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너: 인간은 이성적 존재지만, 다른 한편 본능적 동물이지요? 나: 네, 인간의 몸은 지렁이처럼 반응합니다. 그런데 주어진 현실은 인간 동물의 사랑을 연속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를 질시하며, 초조한 불안으로 어쩔 줄..

21 독일시 2022.10.30

박설호: (4) 사랑은 이별을 연습하는 격정적 트레몰로. 슈테핀의 시

4. “생각해 봐, 당신이 살 섞었던 모든 여자가” 너: 임에 대한 헌신은 문학 작품 집필에서도 나타납니다. 만약 슈테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브레히트는 많은 명작을 완성하지 못했겠지요? 나: 그렇습니다. 1930년대에 슈테핀은 한스 아이슬러의 말대로 “브레히트의 가장 귀중한 협력자”였습니다. 가령 「호라치와 쿠라치」,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 「제 3제국의 공포와 참상」, 「카라 부인의 무기」, 「아르투르 우이의 저지할 수 있는 상승」,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등과 같은 놀라운 수준의 드라마 작품들을 생각해 보세요. 슈테핀은 연인을 위해서 직접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했고, 원고를 세심하게 정리했습니다. 너: 자신의 창작보다도 임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군요. 나: 네. 그밖에 슈테핀은 ..

21 독일시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