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70

마르가레테 슈테핀의 시 '내 어렸을 때 당연히 인형과'

내가 소녀였을 때 당연히 인형과 노는 것을 가장 즐겼어요. 열일곱 나이였을 때 나는 물론 첫 번째 사랑을 느꼈어요. 처음엔 엄마가, 다음엔 애인이 이렇게 말했지요, 그래, 아이야, 너는 아마 쌍둥이를 낳게 될 거야 (아시겠지요, 사랑이 눈멀게 한다는 걸) 먼 훗날 서로 만나 사랑했다면, 아주 멋지게 출산했을 테지요. 허나 그분이 직장에서 쫓겨났을 때 즉시 곤궁함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거대한 사랑이라도 우리의 생활비 걱정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어요. 직장 없는 자는, 자식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신경 써야 하니까요. 실제로 근심으로 가득한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았어요. 나는 내 아이를 가질 수 없었지요. 도움을 얻으려고 발버둥 쳤으니까. 그래도 13주 동안 아기를 품었지요,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어요..

21 독일시 2023.10.30

한스 페터 크라우스의 시

한스 페터 크라우스 (1965 - ) 물음표와 함께 하는 짝짓기 목록 즐겨 먹기 살아가기 사랑하기 칭송하기 살아가기 칭송하기 즐겨 먹기 사랑하기 사랑하기 살아가기 칭송하기 즐겨 먹기 살아가기 즐겨 먹기 칭송하기 사랑하기 칭송하기 살아가기 사랑하기 즐겨 먹기 살아가기 사랑하기 즐겨 먹기 칭송하기 그럼 “루벤”은? Paarungstabelle mit Fragezeichen laben leben lieben loben leben loben laben lieben lieben leben loben laben leben laben loben lieben loben leben lieben laben leben lieben laben loben luben? 통일 어떤 씨앗 낟알 어떤 씨앗 무엇 같은 고독한 Verei..

21 독일시 2023.10.16

서로박: 뫼리케의 '오르플리트 나의 땅'

에두아르트 뫼리케 (1804 - 1875)의 초상화 친애하는 J,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고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인에게 고향은 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고향은 유년의 시기에 보냈던 정겨운 공간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고향은 대체로 시인이 고유하게 체험했던 과거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의 목사, 시인으로 살았던 에두아르트 뫼리케 Eduart Mörike (1804 - 1875)에게 고향은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유년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고향은 지상에서 발견될 수 없는 곳이었으며, 그의 젊은 친구들 (루드비히 바우어, 빌헬름 바이블링거)과 함께 가상적으로 상상해낸 이상의 장소였습니다. 뫼리케는 그 장소를 “오르플리트 Orpl..

21 독일시 2023.09.24

리하르트 피츠라스의 '아버지에게'

아버지, 당신의 커다란 두 손 무엇을 위해 아껴 두셨나요? 그걸로 여러 자루를 짊어지고 방앗간으로 수레 끌곤 했지요. 오한을 느끼며 전선으로 달려도 총알 하나 잃은 적이 없어요. 아, 당신은 어떻게 돌아왔나요? 눈멀고 머리카락 박박 깎인 채. 당신의 두 손을 기억했나요? 두 손이 멀쩡해 있었다는 걸. 아침에 탄광으로 차타고 가서 저녁에는 녹초가 되어 왔어요. 아침에 당신은 당을 찾았지만, 저녁에는 탈당하려고 했지요. 당신은 항상 뼈 빠지게 일했고, 허름한 뒷집에서 거주했어요. 우라늄과 다듬은 목재를 끌고, 상자, 끈 묶은 다발을 날랐지요. 어느새 두 다리가 노화되어, 어느 순간 당신은 쓰러져야 했어요. 이제 병원 문 앞에서 깨어나, 천국의 교통정리 애쓰는군요. 당신 소원은 훨훨 날아보는 것, 당신의 두 ..

21 독일시 2023.09.18

한스 울리히 트라이헬의 '자화상, 수정된'

자화상, 수정된 한스 울리히 트라이헬 마지막 남은 머리카락 없어지렴. 인간은 해골과 뇌라고 하니까. 진단: 세월과 함께 수축된다. 하늘 속에는 달, 나의 천체. 전망은 항상 동일한 것이다. 풍경: 아마도 나무들이 있으리라. 인간: 처음엔 젖먹이, 다음엔 시체. 별들은 영원하다. 그걸로 충분하리라. 창백한 피부색으로 구성된 어느 허상. 이전에 아주 미끄럽게 수행되었다. 어느 분화구, 균열, 어느 흉터: 그것은 자화상이야, 수정된. (Selbstporträt, korrigiert von Hans-Ulrich Treichel: Weg mit den letzten paar Haaren./ Der Mensch sei Schädel und Hirn./ Diagnose: geschrumpft mit den Jahre..

21 독일시 2023.08.20

서로박: 넬리 작스의 시

1. 넬리 작스의 초기 시 독일계이자 유대계 여류 시인 넬리 작스 (1891 - 1970)는 1947년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자신의 작품은 “어떤 말할 수 없는 것을 불충분한 언어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아우슈비츠의 체험을 지칭하는데, 작스가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적한 모티브였다. 넬리 작스는 시 외에도 산문과 드라마를 집필했다. 이것들은 인간적 고뇌의 술회로서, 그칠 줄 모르는 외침으로서, 죽음 앞의 기도, 회고록 그리고 탄핵의 글로서 이해된다. 그미의 창작 행위는 처형당한 자, 이름 모르는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논리적 언어 내지 전통적 미학은 아우슈비츠를 묘사하기에는 전혀 쓸모없다. 그렇기에..

21 독일시 2023.07.25

호프만슈탈의 시: "두 사람"

그미는 손으로 술잔을 들고 있다 - 턱과 입은 마치 잔의 가장자리 같아 - 가볍고 편안했던 그미의 걸음걸이, 술잔에서 한 방울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은 가볍고 묵직했다, 그는 어린 말(馬)을 타고 갔다. 성의 없는 동작으로 그는 떨고 있는 말을 강제로 진정시켰다. 그렇지만 그가 그미의 손에서 가벼운 술잔을 받으려고 했을 때 그건 그들에게 너무 힘이 들었다. 두 사람의 손이 너무나 떨려서 한 손이 다른 손을 잡지 못하게 되자, 짙은 포도주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박설호 역) Die Beiden – Gedicht von 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 Sie trug den Becher in der Hand – Ihr Kinn und Mund glich seinem Ran..

21 독일시 2023.03.27

박설호: (2) “보라! 호메로스의 태양은 우리에게도 미소 지을 거야!” 실러의 「산책」 해설

2. 각론 21행: “감미로운”이라는 표현 속에는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의 의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의 영양을 공급받은”이라는 의미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39행: 여기서 “동족 사람”이란 국가의 개념이 나타난 다음에 형성된 동향인을 가리킵니다. 47행: “울부짖는 소리”는 갈등, 투쟁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투쟁을 유추하는 시어입니다. 51행: 수렵으로 살아가는 부족 그리고 농경 생활을 영위하는 부족들은 때로는 전쟁을 치르고, 때로는 평화롭게 살아갔습니다. 57행: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에 의하면 농경 사회에서 사유권이 확립되었고, 계층이 형성되었으며, 가부장의 국가가 탄생하였습니다. Friedrich Engels: Der Ursprung der Famili..

21 독일시 2023.03.22

박설호: (1) “보라! 호메로스의 태양은 우리에게도 미소 지을 거야!” 실러의 시 산책 해설

총론 프리드리히 실러의 비가, 「산책」은 그의 다른 작품 「종 (鐘)Die Glocke」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795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집필되었으며, 잡지 「호렌」에 발표되었습니다. 나중에 수정되어 1800년에 완성본으로 실러의 시집에 실리게 됩니다. 실러는 시의 구조에 있어서 비가 형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로써 시작품은 “강약 격 (Trochäus)”의 “6각운 (Hexameter)”의 구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시인이 각운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정형시가 사라진 지 오래되지만, 현대의 시인들은 대부분 여전히 각운을 사용하곤 합니다. 어쩌면 각운이야 말로 시의 본질적인 특성인데, 실러는 의도적으로 각운을 파기한 것..

21 독일시 2023.03.22

프리드리히 실러: (2) '산책'

(앞에서 계속됩니다.) 거기서 즐거운 소유물, 자유 생업이 융성하게 되고, 강변의 갈대에서 푸르스름한 신(神)은 손짓한다. 도끼가 쉭 하며 나무에 박히면, 나무 요정은 신음한다. 나무의 머리통이 굉음을 내며 무거운 짐으로 쓰러진다. 암석의 파편, 돌 하나가 지레에 받힌 채 흔들리고, 105 산 사나이는 산허리 계곡에서 아래로 향해 사라진다. 물키베르의 가슴에는 쇠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힘줄 튀어나온 주먹 아래 강철의 섬광이 튀어 나가며, 황금의 아마포는 춤추는 멀렛 가락을 휘어 감는다. 베짜는 갈대는 실타래를 통해 바람 소리를 내고, 110 멀리 부둣가에서 항해사가 외친다, 전함이 기다린다고. 동족 사람의 부지런함이 낯선 이방인의 나라로 옮겨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낯선 선물에 마냥 쾌재를 부른다...

21 독일시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