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파울 첼란: "여행중에"

필자 (匹子) 2022. 2. 19. 13:24

파울 첼란 (1920 - 1970)은 (본명: 파울 안첼) 1920년 부코비나의 체르노비츠에서 태어나,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살하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살해당하다. 그의 아버지는 1940년 티푸스에 걸려, 그의 어머니는 총살당하다. 첼란은 1938년부터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의학을 공부하였고, 1939년 이후로 체르노비츠에서 라틴어문학을 전공하다. 1942년 독일 군이 부코비나를 점령했을 때 도로 포장공사를 위한 강제 노동에 징집되었는데, 전쟁의 와중에서 살아남았다. 1947년 첼란은 비인을 거쳐 파리로 여행하다. 그 후에 그는 번역가로서 그리고 대학 강사로 일하면서 살다. 1950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한 뒤에 많은 훌륭한 시를 발표하였다.

 

여행 중에

파울 첼란

 

어느 시간, 결과적으로 너를 먼지로 화하게 하고,

파리에 있는 너의 집, 네 손에 의해 희생되는 거처가 되며,

너의 검은 눈동자는 가장 검게 변할 것이다.

 

어느 농가, 이때 너의 심장을 위한 긴장이 멈춘다.

네가 떠날 때 네 머리칼은 바람에 나부끼고 싶은데, 이는 금지되어 있다.

그들은 머물다가 손 흔들며, 그걸 알지 못한다.

 

Auf Reisen von Paul Celan: Es ist eine Stunde, die macht dir den Staub zum Gefolge,/ dein Haus in Paris zur Opferstatt deiner Hände,/ dein schwarzes Aug zum schwärzesten Auge. // Es ist ein Gehöft, da hält ein Gespann für dein Herz./ Dein Haar möchte wehn, wenn du fährst - das ist ihm verboten./ Die bleiben und winken, wissen es nicht.

 

(질문)

1. “여행 중에”는 어떠한 삶의 노정을 연상시키는가요?

2. “네 손에 의해 희생되는 거처”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3. “너의 심장을 위한 긴장”은 “너의 심장을 위한 쌍두마차”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Herzgespann”이라는 단어는 “송장풀”을 가리킵니다. 어떻게 번역하는 게 최선일까요?

4. 5행의 문장 “이는 금지되어 있다.”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5. 마지막 행에서 “그들”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해설)

1948년 9월 파울 첼란은 비인을 거쳐 그의 최후의 망명지, 파리에 도착합니다. 오로지 타의에 의한 이주의 과정에서 그는 고향인 부카레스트에 있는 작가이자 번역가 알프레트 마르굴-스페르버 (Alfred Margul-Sperber, 1898 - 1967)에게 한 장의 그림엽서를 보냈습니다. 앞장에는 인스부르크의 어느 별장의 황금 처마의 찬란한 사진이 있고, 뒷면에는 자신의 시 「여행 중에」가 적혀 있습니다.

 

상기한 시는 분명히 여행의 모티프를 담고 있지만, 지극히 풍자적이고 암울합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고향에 머물고 있는 옛 친구에게 더 이상 고향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왜냐하면 첼란은 자신의 여행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며, 스스로 도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 있는 너의 집”은 망명의 궁극적 장소로서, 시인이 차제에 그곳에서 살아갈 공간을 가리킵니다. 파리의 집은 시인에게 구원의 장소도 아니며, 집필의 장소도 아닙니다. 시인의 손에 의해 “희생”된다는 것은 이렇듯 집필 생활을 보내다가 끝내는 “먼지”로 돌아가리라는 의미를 암시합니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3행에서 묘사되었듯이 눈마저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4행은 참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심장을 위한 긴장”은 “심장을 위한 쌍두마차”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인이 의도적으로 “Herzgespann”, 즉 죽은 생명에게 활기를 불어넣도록 기능하는 “송장풀”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도입한 것을 미루어볼 때 전자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첼란이 어느 농가에서의 자살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게 틀림없습니다. 첼란은 영원히 지속되는 추방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떠나는 순간 “머리칼을 바람에 나부끼고 싶은데, 이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시인은 지상에서 미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즉 이승에서 그의 육신은 어떠한 요동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꽁꽁 묶여 있는 셈입니다. 부모와 친척 그리고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대부분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맨 마지막 행에서 “그들”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여행객을 배웅하는 일상 사람들일까? 아니면 살아남은 독일인들일까요?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어째서 첼란이 결국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