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31

서로박: (1) 문창길의 시, 꽃의 상징성

1. 凸: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문창길 시인의 작품, 「메꽃 1」. 「메꽃 2」를 논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훌륭한 시편도 많은데 왜 하필 이 두 편을 선정했는지요? 凹: 그것은 세 가지 사항, 즉 사랑과 평화 그리고 통일 가운데 하나의 중요한 테마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문창길 시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지향점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저주스러운 성폭력의 역사를 끊어낼 수 있는, 하해와 같은 사랑이고, 두 번째는 폭력과 참혹한 전쟁을 극복하게 하는 평화이며, 세 번째는 시기와 암투 그리고 증오를 근본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 연대의식을 가리킵니다. 이 가운데 문 시인의 작품은 특히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凸: 네, 사랑, 평화 그리고 통일은 민초들의 구체적이고 절실한 ..

19 한국 문학 2024.01.09

(단상. 499) 다시 일일삼성

일반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망설임 없이 병원에 간다. 종합 병원에는 나이 든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이 아프거나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심리학자나 인문학자를 찾지 않는다. AI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인간 동물의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사항이다. 문제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아집이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주눅이 들어서 스스로의 판단을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200년 살아온 느티나무는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는데, 팔십 나이의 사람들은 꼬장꼬장 말라비틀어진다. 물론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독서와 사색, 끝없는 자기반성과 수련이 없으면, 인간은 불필요한 무지렁이로 전락한다. 소크라테스는 “당신의 무지를 알라.”고 일갈하며 다녔다. 그리스 철학자는 무지가 ..

3 내 단상 2024.01.09

서로박: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불의와 금기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영화감독, 그는 다혈질에다, 공격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인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극단을 추구하는 그는 타협을 멀리하고, 놀라운 예술작품을 탄생하게 하였으며, 그의 삶에 있어서도 열광과 분노를 추적하게 하였습니다. 그의 영화가 억압 그리고 절망을 주제로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Rainer Werner Fassbinder, 1945 - 1982).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독일의 영화감독은 한국의 가수 GOD의 김태우를 많이 닮았습니다. ㅎㅎㅎ   그는 의사인 아버지와 번역가로 활동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나이 6세가 되었을 때 부모는 이혼하였으므로, 1951년부터 어머니에 의해 양육 받았습니다. ..

16 독일 영화 2024.01.08

(단상. 498) 정치 테러 대신에 투표 참여를 !!!!!!!

1968년 4월 11일 독일의 젊은 네오나치는 베를린에서 학생 운동가, 루디 두치케에게 세 발의 총을 쏘았습니다. 이때 두치케는 쓰러졌습니다. 뇌에 커다란 손상을 입은 그는 그 여파로 몇 년 후에 사망했습니다. 사람들은 끔찍한 테러의 주범을 누구보다도 독일 정부와 악셀 슈프링어 재단으로 돌렸습니다. 악셀 슈프링거 재단이 발간하는 빌트BILD 신문은 학생 운동을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을 악마화하는 데 열을 올렸던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볼프 비어만은 시작품, "두치케에게 향한 세 개의 총알Drei Kugeln auf Dutschke"에서 보수 정부,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이 안타까운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로부터 57년 후에 비슷한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습니다. 2024..

3 내 단상 2024.01.06

박설호의 시, '취리히에서'

취리히에서박설호  유학이 싫다면서출국하려는 나를 비웃고농촌으로 돌아간 형아우습게도 나는 이곳알프스의 끝 간 데에 서서가을장마 물꼬 터줄당신의 쟁기를 떠올린다까까머리들 가르치다손에 묻은 분필가루 또한 막일이 무언지 모르는사람다운 이곳 사람들결코 거꾸로 돌지 않는롤렉스 시계를 수리하거나침 발라 돈이나 세며주말이면 호수 가에서뱀처럼 마구 허물 벗으며꼬물꼬물 사타구니를일광욕시킨다 새 소리에 익숙하여그들의 귀는 듣지 못한다타국에서 일어나는피 맺힌 아우성을국경 건너온 거액 탓일까당신은 알고 계시리라힘 앗긴 나라의 세금안전한 이곳의 금고 속에서먼지 묻은 눈물 흘리고 중립적인 이곳 사람들가난을 쳐다보기 싫어오래전에는 유대인들을최근에는 쿠르드족 쫓아내고보이지 않는 힘 무섭다고가끔 광장에 모여뭐가 그리 두렵고 답답한지아름..

20 나의 시 2024.01.03

서로박: (2)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역지사지, 관점 바꾸어 생각하기: 게자 로하임Géza Róheim은 수강생들에게 자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발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고 할 때, 입장을 바꾸어, 즉 반대의 관점에서 그게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는 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 항상 다음과 같이 언질을 주었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남자가 되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숙고해보라고 말입니다. 로하임의 강의를 듣던 제자들은 먼 훗날 젠더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학 작품을 창조하려 했습니다. 예술작품을 통해서 남성중심주의의 사회를 정반대의 가상 사회로 환치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과 젠더를 정반대의 관점에서 20페이지를 집필하는 동안 그들은 이러한 노력이 재미없다는 것을 절감하곤 했습니다..

39 북구문헌 2024.01.03

서로박: (1)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노르웨이 여성작가 브란첸발히: 노르웨이 여성작가, 가르드 브란첸발히 (Gerd Brantenberg, 1941 - )의 소설작품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자의 이름이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라고 소개되었으나, 필자는 스웨덴어의 발음대로 “가르드 브란첸발히”라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에갈리아의 딸들 Egalias Døtre』(1977)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브란첸발히는 1941년에 오슬로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의 런던과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영어, 역사 그리고 사회과학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학교를 마친 다음에는 오슬로에 돌아와서 교편을 잡았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여성의 집”을 개관하여 그곳에서 핍박당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 의미 있는 일로 봉사했습니다. 브란첸발..

39 북구문헌 2024.01.03

서로박: (2) 아킬레우스 타티우스의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

(앞에서 계속됩니다.) 5. 결혼식 전의 야반도주: 클레이토폰은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날 밤 사랑하는 처녀를 몰래 방에서 빠져나오게 하여, 야반도주를 감행합니다. 튀로스는 시돈으로부터 남쪽으로 떨어진 (현재 레바논의) 항구도시였습니다. 두 사람은 퀴로스에 정박 중인 어느 자그마한 범선을 훔쳐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만약 레우키페와 함께 낙타를 타고 북쪽의 육로로 도주하게 되면, 반드시 체포되어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항해하기로 작심합니다. 그리스 지역으로 항해하면 분명히 두 사람이 정주하여 살아갈 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습니다. 작은 범선은 처음에는 연인들의 고통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대양으로 미끄러져 나갑니다. 동이 틀 무렵 갑..

37 고대 문헌 2024.01.02

서로박: (1) 아킬레우스 타티우스의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

1.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J,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한 편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킬레우스 타티오스는 기원후 2세기 말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그리스 작가입니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 거의 없습니다. 그의 소설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에 관한 이야기 Τὰ κατὰ Λευκίππην καὶ Κλειτοφώντα』는 8권으로 이루어진 연애소설입니다. 고대에는 주로 서사시의 장르가 귀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소설이라든가 소극 등은 귀족 계층으로부터 각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대의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사랑하는 두 남녀는 오랜 모험을 거듭하며 온갖 난관을 거친 다음에 마지막에 뜨겁게 조우합니다. 작품은 일반인들이 읽기 쉬운 문체로 기술되어 있으며, 문헌학적으로..

37 고대 문헌 2024.01.02

린덴베르크: (2) Wenn die Sonne hinter den Dächern versinkt

18세의 나이에도 어른처럼 생각하고, 어른처럼 행동하며, 의젓하게 살아가는 분들은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무엇 가르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경험의 폭이 좁은 분들은 삶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전적으로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30년을 살고 인생을 다 이해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60이 되어도 그렇지 못한 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 직접 살아봐야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다음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단 50년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 Ich kenne das Leben von unten bis oben. Ich habe gelacht und ich habe mich g..

8 Lindenberg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