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은 1930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몇 글들이 첨가되었다. 글들의 배경이 20세기 초의 프로이센 시대라는 점에서 독자들은 과거의 문헌에 해당한다고 치부하기 쉽다. 물론 『흔적들』은 집필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 (1928)그리고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한줌의 도덕Minima moralia』 (1951) 등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블로흐의 『흔적들』의 주제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나아가 그것은 짤막한 소품 모음집이라는 이유에서 블로흐 사상의 에스키스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폄하될 수는 없다. 블로흐는 “명징한 사고는 짤막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라고 말하곤 했다. 번역을 끝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