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장터 백무산 장꾼들 틈에 끼여 마음도 왁자하게 열어두고 어딘가 구겨지고 귀퉁배기 하나씩 허물어진 사람들과 섞여 애가 타고 목이 쉬게 장돌림을 하다가 아버지들처럼 쇠전거리 국밥집에서 두어잔 탁배기 들이키고 가야지 못 잊고 못 간 그 길 타는 자갈길 능금꽃 피고 지면 보리가 따라 익고 뻐꾸기 한나절 울음에 문둥이 따라 울던 곳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 완산 대보둑길 노고지리 둥지틀던 여울 건너 버덩 목화밭 타는 밀밭 남상남상 봇물 위로 날으던 물새 혹부리 영감 나룻배 타고 푸른 바람을 타고 못 잊고 못 간 그 길 타는 자갈길 짙푸른 금호강에 몸을 던진 여인이 벗어놓은 하얀 코고무신 한 켤레 눈이 시리던 청석바위 벼랑길 따라 비탈을 지나 초가집 하나 그가 떠난 날은 콩잎이 누렇게 익을 무렵이었다지 칙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