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1) 아킬레우스 타티우스의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

필자 (匹子) 2024. 1. 2. 06:43

1.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J,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한 편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킬레우스 타티오스는 기원후 2세기 말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그리스 작가입니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 거의 없습니다. 그의 소설 『레우키페와 클레이토폰에 관한 이야기 Τὰ κατὰ Λευκίππην καὶ Κλειτοφώντα는 8권으로 이루어진 연애소설입니다. 고대에는 주로 서사시의 장르가 귀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소설이라든가 소극 등은 귀족 계층으로부터 각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대의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사랑하는 두 남녀는 오랜 모험을 거듭하며 온갖 난관을 거친 다음에 마지막에 뜨겁게 조우합니다. 작품은 일반인들이 읽기 쉬운 문체로 기술되어 있으며, 문헌학적으로 어떤 가치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필사본은 모두 23종인데, 이 가운데 12편이 완성된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16세기 이후에 간행된 판본이며, 2세기에 완성된 파피루스 판본 그리고 12세기에 완성된 바티칸 양피지 판본도 있습니다.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품에는 서양문학 최초로 여성의 오르가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2. 작품의 형식과 내용: 아킬레우스의 작품은 처음에는 문헌학적으로 하자를 지닌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여러 가지 주변 사항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방만하게 삽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연애소설 내지 모험소설의 범주에 속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고대의 작가들은 문체상으로 기교를 많이 드러내었습니다. 이는 소설의 내용을 보다 화려하게 치장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형식적 측면에서 고찰할 때 아킬레우스의 작품은 의도적으로 고상하고 편협한 학자들의 포에지와는 약간 거리감을 지닙니다. 내용상으로 작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녀의 성적 욕망 내지 에로스를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킬레우스는 주변의 고루하고 교만한 학자들의 현학적 욕구를 무시하고, 일반 대중들의 자유로운 취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했는지 모릅니다.

 

어쨌든 작품은 서서히 몰락을 거듭하는 후기 헬레니즘의 삶의 방식 내지 고대 사회 전체의 모습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다음의 사항입니다.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 후 2세기에 이르기까지 소아시아 지역 그리고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랑의 삶의 패턴이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자유분방한 사랑, 동성연애 그리고 매춘이 성행하던 당시에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는 그 자체 하나의 교훈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와 관련되는 1부1처제의 성도덕은 인간의 사랑의 삶의 이상이었으며, 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나갔던 것입니다.

 

3. 작품의 발단: 작품의 모두에서 아킬레우스 타티오스는 자신의 이야기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를 언급하며, 독자들이 작품의 신빙성을 믿어달라고 은근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언젠가 (현재 레바논의 지역에 있는) 시돈이라는 항구도시로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림 한 장을 감상했다고 서술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황소의 뿔을 단 제우스가 절색의 미녀, 에우로파를 유혹하는 휘황찬란한 그림이었습니다. 부언하건대 에우로파는 유럽으로 칭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하이너 뮐러는 에우로파/ 유럽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럽의 역사가 남성 신에 대한 성폭력으로 점철되었음을 발견해내려고 하였습니다. 작가는 시돈이라는 도시에서 어느 젊은 남자와 조우하는데, 이 남자는 다음과 같이 술회합니다. “나 역시 에로스가 인간에게 안겨준 사랑으로 인해 극한의 고통을 느끼며 잠 못 이루고 있어요.” 이 젊은이는 클레이토폰이라는 이름을 지닌 젊은이였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 있는 개울가에서 착석합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4.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 그것은 당사자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클레이토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부분적으로는 마치 신화를 방불케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퀴로스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청년이었는데, 우연한 모임에서 레우키페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순간 상대방이 자신의 배필이라고 단정할 정도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레우키페는 신분상으로 높은 가문의 귀한 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장차 어떠한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평생 해로하기로 굳게 약속합니다. 어느 날 레우키페의 부모는 딸의 귀가가 늦다는 것을 알고 이를 수소문합니다. 이로써 레우키페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레우키페의 부모는 노여워하면서 근본 없는 가난한 청년과의 교제를 끊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레우키페는 이를 거부하면서, 클레이토폰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대답합니다. 화가 난 부모는 며칠 지나서 하나의 극약처방을 내립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어느 돈 많은 사내와 결혼시키기 위해서 딸을 집안에 감금한 일이었습니다. 결혼식 날짜는 일주일 후라고 했습니다. 다른 한편 그미를 만날 수 없었던 주인공은 그미의 집으로 찾아가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하게 변화된 것을 간파하게 됩니다. 클레이트폰으로서는 도저히 그미의 부모를 설득시킬 수 없었습니다. 결혼식을 물려달라고 요청하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초라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두 남녀는 멀리 도주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깁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