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498) 정치 테러 대신에 투표 참여를 !!!!!!!

필자 (匹子) 2024. 1. 6. 07:01

 

 

1968년 4월 11일 독일의 젊은 네오나치는 베를린에서 학생 운동가, 루디 두치케에게 세 발의 총을 쏘았습니다. 이때 두치케는 쓰러졌습니다. 뇌에 커다란 손상을 입은 그는 그 여파로 몇 년 후에 사망했습니다. 사람들은 끔찍한 테러의 주범을 누구보다도 독일 정부와 악셀 슈프링어 재단으로 돌렸습니다. 악셀 슈프링거 재단이 발간하는 빌트BILD 신문은 학생 운동을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을 악마화하는 데 열을 올렸던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볼프 비어만은 시작품, "두치케에게 향한 세 개의 총알Drei Kugeln auf Dutschke"에서 보수 정부,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이 안타까운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로부터 57년 후에 비슷한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습니다. 2024년 1월 2일 충청도에 사는 K는 부산에서 18센티의 칼로 이재명 대표의 목을 찔렀습니다. K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쓰러진 이재명 대표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경동맥이 찔렸으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테러 소식을 접한 옆집 노파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미는 "조금만 잘 찔렀어도 죽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속삭였습니다. 일순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떻게 살인을 찬양할 수 있을까요? 지독한 증오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서 뻗어나온 것일까요? 여기에는 테러를 부추긴 세 가지 근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현 정권은 미래지향적 정책에  둔감한 것 같습니다. 검사들은 과거의 죄를 밝히는 일을 주도적으로 벌입니다. 권력의 하수인 검찰은 반대편 정당을 악의 근원으로 단정하면서, 야당 대표를 때려잡는 일에 절치부심해 왔습니다. 협치는 사라지고, 당쟁의 대결만이 온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 역시 두 파로 나뉘어 상대방을 헐뜯고 서로를 신랄하게 비난했습니다. 과연 불신과 증오를 부추겼다는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들이 몇명이나 될까요?

 

둘째로 테러범 K는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일곱 달치의 월세가 밀려 있다고 합니다. 차비와 숙식비를 어디서 마련했을까요? 경찰은 이를 낱낱이 밝히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신상 공개도 하지 않았습니다. 테러범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신문 보도에 의하면 자신의 불행이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고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분노는 더불어 민주당의 대표에 대한 살해 동기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난과 패가망신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시정하려는 비뚤어진 영웅심리가 죽기 아니면 살기의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셋째로 테러범 K는 태극기 부대에 참가하고 유튜브 극우 방송을 집요하게 시청했다고 합니다. 물론 누구든 자유롭게 자신의 고유한 정치관을 드러낼 수 있지요. 문제는 극우파들이 특정 견해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은밀하게 극단적 증오를 부추긴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을 이간질하는 자는 다른 사람을 갈라놓고 싸우게 하는 악마입니다. "악마 Devil"는 절단 기계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나의 방송을 청취하게 되면, 특정 방송사의 논조에 교묘하게 빨려들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만이 옳다는 편집 강박의 성향 그리고 확증 편향이 전의식의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현 정권은 어떠한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고 공언하였습니다. 그런데 누가 테러를 부추겼습니까? 물론 이명박이 노무현을 직접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직접 나서서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명박과 트럼프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과 국회의사당 건물 파괴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 없을까요? 흑백 논리에 의한 반대파 척결, 공산 전체주의에 대한 악마화, 국민 갈라치기 등은 누구에게서 비롯했나요? 극단의 증오 그리고 살인 욕구는 이제는 사라져야 합니다. 평화와 민주주의를 도모하는 것은 투표 참여일 뿐이지, 테러가 아닙니다.

 

 

루디 두치케는 "베를린을 평화의 코뮌 도시"로 만들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