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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의 시, '취리히에서'

취리히에서박설호  유학이 싫다면서출국하려는 나를 비웃고농촌으로 돌아간 형아우습게도 나는 이곳알프스의 끝 간 데에 서서가을장마 물꼬 터줄당신의 쟁기를 떠올린다까까머리들 가르치다손에 묻은 분필가루 또한 막일이 무언지 모르는사람다운 이곳 사람들결코 거꾸로 돌지 않는롤렉스 시계를 수리하거나침 발라 돈이나 세며주말이면 호수 가에서뱀처럼 마구 허물 벗으며꼬물꼬물 사타구니를일광욕시킨다 새 소리에 익숙하여그들의 귀는 듣지 못한다타국에서 일어나는피 맺힌 아우성을국경 건너온 거액 탓일까당신은 알고 계시리라힘 앗긴 나라의 세금안전한 이곳의 금고 속에서먼지 묻은 눈물 흘리고 중립적인 이곳 사람들가난을 쳐다보기 싫어오래전에는 유대인들을최근에는 쿠르드족 쫓아내고보이지 않는 힘 무섭다고가끔 광장에 모여뭐가 그리 두렵고 답답한지아름..

20 나의 시 2024.01.03

서로박: (2)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역지사지, 관점 바꾸어 생각하기: 게자 로하임Géza Róheim은 수강생들에게 자주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발언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고 할 때, 입장을 바꾸어, 즉 반대의 관점에서 그게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세요.” 그는 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 항상 다음과 같이 언질을 주었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남자가 되어 역지사지의 자세로 숙고해보라고 말입니다. 로하임의 강의를 듣던 제자들은 먼 훗날 젠더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학 작품을 창조하려 했습니다. 예술작품을 통해서 남성중심주의의 사회를 정반대의 가상 사회로 환치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과 젠더를 정반대의 관점에서 20페이지를 집필하는 동안 그들은 이러한 노력이 재미없다는 것을 절감하곤 했습니다..

39 북구문헌 2024.01.03

서로박: (1) 브란첸발히의 ''에갈리아의 딸들

1. 노르웨이 여성작가 브란첸발히: 노르웨이 여성작가, 가르드 브란첸발히 (Gerd Brantenberg, 1941 - )의 소설작품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저자의 이름이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라고 소개되었으나, 필자는 스웨덴어의 발음대로 “가르드 브란첸발히”라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에갈리아의 딸들 Egalias Døtre』(1977)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브란첸발히는 1941년에 오슬로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의 런던과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영어, 역사 그리고 사회과학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학교를 마친 다음에는 오슬로에 돌아와서 교편을 잡았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여성의 집”을 개관하여 그곳에서 핍박당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 의미 있는 일로 봉사했습니다. 브란첸발..

39 북구문헌 2024.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