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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고 폰 호프만슈탈

인간의 내면과 실제로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갈망의 상과 실제의 상 사이에도 분명히 거대한 간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헨릭 입센을 제외한다면 호프만슈탈만큼 유럽 문학에서 두 개의 분열된 세계로 인해 고뇌하거나 혼란을 겪는 인간형을 놀라울 정도로 적확하게 묘사한 작가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후고 폰 호프만슈탈 (1874 - 1929)을 신낭만주의의 작가로 편입시키곤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신낭만주의 극작가, 호프만슈탈은 몽환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극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나중에는 불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빈에 있는 호프만슈탈의 생가. 호프만슈탈은 유대인의 피가 섞인 가문의 외동아들..

9 문학 이야기 2017.03.07

브레히트: 솔로몬의 노래

솔로몬의 노래 너희는 보았지, 현명한 솔로몬을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론 알고 있겠지. 그에게는 모든 게 너무 명확했지 출생 시점부터 마구 저주를 퍼부었어, 모든 게 헛되다는 걸 간파했으니까. 솔로몬은 얼마나 위대하고 현명한가. 아직 밤이 도래하지 않음을 바라봐. 세상은 이미 결과를 관찰하고 있었어, 지혜로써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고, 벗어날 수 있는 자 오히려 부러울 뿐, 너희는 보았지, 아름다운 클레오파트라를, 그미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론 알고 있겠지. 두 명의 황제가 그미를 강탈하려 했지. 그때 그미는 죽을 때까지 몸을 팔았어. 그 후에 시들어서, 먼지가 되었지. 바빌론은 얼마나 아름답고 거대했는가. 아직 밤이 도래하지 않음을 바라봐. 세상은 이미 결과를 관찰하고 있었어, 아름다움은 그미에게 명성..

46 Brecht 2017.02.23

서로박: 80년대 동독 작가와 스타지

친애하는 H, 신진 작가들의 문학관 및 구동독에 대한 상을 논할 때 우리가 특정 작가를 예로 들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프렌츨라우어 베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들은 상당히 많으며, 상당수의 작가들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 전에 이미 서독으로 이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작가를 거론하는 대신에, 일반적 특성만을 조심스럽게 지적할까 합니다. 50년대에 출생한 젊은 작가들은 대체로 체코의 침공에 대해 항의하다가 투옥 당했으며, 결국 서독으로 송치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구동독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은 구서독에서 책을 간행하게 했습니다. (이는 구동독에게는 불리한 것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로 고찰할 때 동서독 교류를 활성화시키게 하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대부분의 신진 작가들은..

45 동독문학 2017.02.23

폴커 슐렌도르프의 몬타우크로의 귀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이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 자란 곳을 찾아서 그곳에 알을 낳고 죽는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죽기 전에 고향을 찾아서 그곳에서 말년을 보내려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망인지 모른다. 오디세우스는 오랜 방랑 끝에 자신의 고향 이타카를 찾아 마지막 삶을 보냈다. 매혹적인 칼립소가 그의 옷을 잡고 애원해도 그의 마음은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들로 향해 있었다. 아이네이스는 잠시 카르타고에 머물다가 디도를 만난다. 그처럼 아름다운 미녀이자 권력자인 디도의 애원을 뿌리치고 다시금 항해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을 맞이할 땅, 이탈리아였던 것이다. 고향으로 갈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 향수는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노스탤지어는 고향..

16 독일 영화 2017.02.16

(단상. 351) 성 단상 (6)

41: 호모 아만스는 자구적으로도 강력한 저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사랑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사회적 국가적 강령을 전적으로 추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호모 아만스는 인내 그리고 저항의 자세, 때로는 아나키즘의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42: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네발짐승으로서의 “직립원인homo erectus”과는 구분되는 명칭으로 이해될 뿐이다. 그것은 20세기 초반까지 가부장주의 시민 사회에서 이성만을 강조하다 제 역할을 다한,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다. 생태주의를 고려할 때 호모 사피엔스는 더욱더 진부한 개념이다. 43: 개별적 인간동물은 무의식의 대양에서 이리저리 유동하는 충동의 물방울이다. 아니, 호모 아만스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과 같..

3 내 단상 2017.02.13

(단상. 350) 성 단상 (5)

33: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는 그림 그리기가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는 연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상을 관음하는 일 – 이것이 문학의 즐거움일지 모른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서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은밀히 관음할 수 있다. 문학적 상상은 우리를 수백 번 이상의 혁명과 사랑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34: 문학 치료는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능을 행할 수 있다. 그것은 특정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예방 효과를 지니며, 치료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35: 문학 치료의 강점은 의사를 대신하여 문학 작품을 통해서 특정 환자의 심리적 (이상) 구조를 스스로 인지하게 해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처음부터 치료를 거부하려는 환자의 의식적 무의..

3 내 단상 2017.02.06

서로박: 들뢰즈와 가타리의 앙티 외디푸스

질 들뢰즈 (1925 -)와 펠릭스 카타리 (1930 -)의 "반 오이디푸스 (L'Anti-Œdipe)"는 1972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반 오이디푸스는 자본주의적 기계 장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자본의 흐름이라는 과정 속에 욕망의 에너지를 부여한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개념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신분열의 과정을 생산으로 해석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과정은 생산력으로 해방되지만, 의료적 치원에서의 근본으로 볼 때는 질곡에 갇히는 셈이다. 분열자는 -마치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대항처럼-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에 대항해 싸운다. 그는 자신의 광기에 아무런 죄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분열된 자는 마치 디오니소스처럼 “조각난 세계의 절대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25 문학 이론 2017.02.04

(단상. 349) 성 단상 (4)

27: “문제점 Problem”이라는 단어는 어원을 고려할 때 “비난과 조우한다. (pro + blamage)”라는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을 때, 그 당사자는 어떤 타자 혹은 어떤 대상으로부터 비난을 당하고 있다. 28: 독일의 명의, 후페란트Hufeland에 의하면 건강의 묘약은 잠과 희망이라고 한다. 어쩌면 삶과 건강에 대한 의지가 한 인간의 육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지 모른다. 29: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는다. 그러나 마음이 많이 아플 경우 소수의 사람들만이 두려운 마음으로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가 덧나기 전에 아픔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작가 혹은 인문학자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삶의 정황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문학적 상상을 통해서 미리..

3 내 단상 2017.02.03

(단상. 348) 여성 혐오 (2)

여성 혐오 내지 여성 비하는 "현모양처"의 이상 속에 숨어 있다. 아니, 현모양처의 의미 속에 이미 여성을 깔보는 시선이 숨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견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여성인들 자식 앞에서 현명하게 처신하고, 남편에게 어질게 행동하고 싶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게 아니다. 현모양처의 미덕 속에는 한 개의 삶의 패턴만이 옳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여성은 반드시 결혼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며, 남편을 받들고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현모양처의 미덕 속에는 한 여성이 노예로 타인의 도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숨어 있다. 남편과 자식도 타인이다. 한 인간이 어찌 오로지 타인을 위해서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상기한 사항을 고려한다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 출..

3 내 단상 2017.02.02

(단상 349) 성 단상 (3)

16: 심리학의 역사는 1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면, 문학과 철학의 역사는 이미 2500년부터 시작되었다. 가령 19세기 중엽에는 심리학 연구가 아직 개진되지 않았다. 모든 심리학적 사항은 과거에는 신화 속에, 문학 작품 속에 그리고 철학적 이념 속에서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명시적으로 반영되어 왔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문학과 철학을 병행하여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17: 1890년대 오스트리아 빈의 정신분석 연구소의 문 앞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개와 거지는 출입을 금합니다.”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에게는 굶주림은 심리학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자명한 충동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18: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에 살아가는 넥타이 유대인이었다. 그는 유럽 시민 ..

3 내 단상 201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