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50) 성 단상 (5)

33: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는 그림 그리기가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는 연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상을 관음하는 일 – 이것이 문학의 즐거움일지 모른다. 인간은 문학을 통해서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은밀히 관음할 수 있다. 문학적 상상은 우리를 수백 번 이상의 혁명과 사랑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34: 문학 치료는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능을 행할 수 있다. 그것은 특정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예방 효과를 지니며, 치료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35: 문학 치료의 강점은 의사를 대신하여 문학 작품을 통해서 특정 환자의 심리적 (이상) 구조를 스스로 인지하게 해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처음부터 치료를 거부하려는 환자의 의식적 무의식적 저항을 생각해 보라. 문학은 치료의 동반자로서 환자와 동행하는 매개체일 수 있다.

 

36: 질병을 치료할 때 때로는 의사보다 오히려 간호사의 역할이 더욱 클 때가 있다. 문학 치료사는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사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함께 협력하는 동반자로 행동해야 한다. 치료Therapie는 “동행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는 정신적 외상을 치유시킨다.” (페렌치) 세상에서 묵묵히 의사들을 보조하며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37: 사랑과 성에 관한 문학 작품은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의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사랑을 상실할 경우 찾아드는 슬픔은 우리의 마음속에 우울을 가져다주고, 이를 가로막게 하는 주위 여건 그리고 타자들에 대한 노여움은 그들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전자는 당사자의 마음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어 자살하게 하고, 후자는 광기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여 타인을 살해하게 할 수 있다. 만약 문학 작품 속에 언급되는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슬픔과 노여움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문학 치료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8: 과거의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치료한 다음에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다. 의사, 그것도 명의의 진심 어린 기도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력 그리고 긍정적 마음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문학 치료 역시 환자에게 병의 고통을 직접 전하지 않고, 어째서 병이 도래하였는지, 어떻게 하면 질병과 함께 살면서, 병을 이겨낼 수 있는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39: 신화, 전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는 호모 아만스의 경험의 폭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창녀의 상황에 직접 처해볼 수 있고, 혁명가의 정황에 빠져들어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비록 간접적이지만, 우리의 상상력 그리고 판단의 유연성을 더욱더 단련시켜 줄 것이다.

 

40: 이야기 치료의 근본적 텍스트는 아무래도 천일야화, 즉 아라비안나이트일 것이다. 젊은 여인 세헤라자데는 여동생과 함께 사산 왕조의 왕을 치유하기 위하여 목숨을 각오하고 노력한다. 그것도 스토리텔링이라는 놀라운 방식으로. 아, 이는 얼마나 스릴 넘치는 치유의 과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