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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폰타네의 슈테힐린

필자 (匹子) 2017. 7. 15. 15:10

독일 문학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로 알려진 테오도르 폰타네 (Theodor Fontane, 1819 - 1898)의 소설 ?슈테힐린?은 작가가 죽기 1년 전에 잡지, ?땅과 바다를 넘어서?에 발표되었고, 책으로는 1899년에 간행되었다.

 

폰타네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46장으로 나누어진 가장 훌륭한 소설 한 권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소재는 얼마든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러나 여기서 어떠한 이야기가 실릴까요? 그건 속임수입니다! 마지막에 노인은 사망하고, 두 젊은 사람은 서로 결혼하지요. 이게 500페이지나 되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뒤엉킴과 해결, 심장의 갈등 혹은 갈등 자체, 긴장 그리고 놀라움 등은 여기서 전혀 발견되지 않지요. 한편으로는 오래된 시골 농촌, 다른 한편으로는 베를린의 백작령의 집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그곳에서 세상과 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모든 쓸모 없는 말, 대화 등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성격과 삶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리라는 폰타네의 회의감은 아주 폭넓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슈테힐린"은 독일어로 씌어진 소설 가운데에서 가장 유희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토마스만의 "마의 산"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개방된 대화 형식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마치 담소처럼 기술하는 방식은 당대에 새로운 것으로 간주되던 의식의 흐름기법을 추종한 셈이다. 상기한 가치 평가와는 달리 발터 뮐러-자이델과 같은 학자는 소설 속에 사건이 나타나지 않고, 폰타네 특유의 표현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소설 속의 대화 그리고 담소의 주된 내용은 옛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관계이다. 때때로 주변적이고 일견 하찮은 것으로 보이는 대화이지만, 그 속에는 당대의 정치적인 개념, 예컨대 혁명가들”, “영웅적인 것”, “자유그리고 당대에 횡행하던 사회 문제 등이 은근히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폰타네 소설 속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추상적 격언들이 발견된다라든가, “작가가 자신의 담화를 통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등장인물의 그것과 구분시키려고 했다라는 주장은 그자체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폰타네가 핵심적으로 도입한 언어적 모티브는 니체의 언어 비판 그리고 1900년 경에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언어에 대한 회의감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폰타네는 소설 속에 담긴 모든 입장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두브슬라프 폰 슈테힐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반대로 이야기했다면 그건 올바를 겝니다.” 이는 올바른 단어에 대한 그의 고집스러운 질문과 관련한 것으로서 결코 허무주의에 입각한, 언어에 대한 회의감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확정된 견해를 경시하고, 등장 인물들의 견해에 대한 자신의 관심사를 표명한 것이다. 등장 인물들은 주로 귀족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로써 폰타네가 정치적 어정쩡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등장인물들을 귀족으로 구성함으로써 폰타네는 당시의 확정되어 있는 어떤 (보수적인?) 견해를 보다 명징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주인공, 두브슬라프는 베를린과 슈테힐린 사이를 왕래하는 귀족이다. 그는 비록 다른 귀족들과는 다른 견해를 지니고 있지만, 도시 귀족의 전형이다. 과거에 사절단으로 활약했던 백작인 바르비는 두브슬라프의 아들 볼데마르의 장인이 된다. 볼데마르는 같은 연대 동료들과 잡담을 나눈다. 가령 비판적으로 투덜대는 차코, 경건한 렉스 등과 농담을 나누는데, 이러한 농담 속에서는 사회의 일부에 속하는 군대 세계의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르비 백작의 딸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들은 멜루지네 그리고 아름가르트인데, 아름가르트는 나중에 볼데마르와 결혼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회의 제반 구성원을 대변한다. 가령 맨 처음 유태인 신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공간에서 어떤 긍정적인 측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은 무조건 주어진 철칙대로 영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 대립이 첨예화되면, 사람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달래주곤 한다. 여러 가지 점에서 로렌첸 (Lorenzen) 목사만이 유일한 예외적 존재이다. 그는 기독교 사회주의를 표방한다. 로렌첸 목사는 등장 인물 스퇴커와 이 문제로 의견을 나눈다. 로렌첸의 눈에는 등장 인물들이 어떤 하자를 지닌, 경직된 견해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로렌첸은 슈테힐린의 아들을 가르치는 선생인데, 새로운 성서 해석을 도입하려는 신앙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귀족들과 사귀고 있지만, 어떤 사회주의의 미래에 관한 이념을 품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기독교적으로 착색되어 있다.

 

폰타네는 제 4계급에 대해 관심을 두지만, 이들은 소설 속에는 그저 주변 인물들로 다루어질 뿐이다. 소설 속에는 여러 편지가 인용되어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귀족에 대한 증오심을 읽을 수 있다. 소설 "슈테힐린"은 계급 문제를 문제삼고 있지 않다. 오히려 소설은 다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즉 개인적으로 출현한 인간성이 역사적으로 나타난 계급적 대립을 넘어서서 어떻게 자신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가? 이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6개월의 프로이센 역사는 소설 속에 그대로 반영된다. 슈테힐린은 선거에 출마하는데, 제국 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에게 패배한다. 그러는 동안에 볼데마르는 영국에서 자신의 군사적인 임무에 관해 언급한다. (특히 후자의 내용을 짤막하게 기술되고 있다. 폰타네의 시대 소설은 거대한 사건을 확장시켜 다루는 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부분적으로 암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