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63

서로박: 에우리피데스의 "헬레나" (1)

친애하는 J, 나는 오늘 당신을 위해 에우리피데스의 “헬레나” 이야기를 들려줄까 합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헬레나”는 기원전 412년 디오니소스 축제의 해에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극작가는 고대 시인, 스테시코로스 (Stesichoros)의 시에서 유래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원래 전해 내려오는 신화 내용을 약간 바꾸어놓았습니다. 스테시코로스에 의하면 헬레나는 아주 매력적이지만, 정조를 지키지 않았던 여자라고 합니다. 그미는 불륜을 저지른 이유로 눈이 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에우리피데스는 한 가지 버전을 완성시킵니다. 트로야의 왕자, 파리스는 헬레나를 납치하는 데 성공을 거두지만, 그미와 함께 이집트까지만 여행했다고 합니다. 그곳의 왕 프로테우스는 그미를 안전하게 보호해주었..

37 고대 문헌 2021.12.11

서로박: 루키아노스의 향연

친애하는 S, 다시 루키아노스의 작품을 거론하기로 합니다. 루키아노스의 풍자적 대화록에 해당하는 “향연 혹은 라피트에 모인 철학자들 (συμποσιον ή Λαπιθαι)”은 기원후 160년에서 165년 사이에 그리스어로 씌어진 작품입니다. 뤼키노스의 대화에 참여한 사람은 헤르모티모스 (Hermotimos)인데, 작가 역시 작품에 직접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루키아노스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철학 학파를 첨예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철학자를 비아냥거리는 태도는 루키아노스가 주로 애용하던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루키아노스의 이 작품만큼 신랄한 독설을 퍼붓는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틀이라든가 세부적 사항을 고려할 때 루키아노스의 이 작품은 플라톤 (Platon)의 “향연 (Sym..

37 고대 문헌 2021.10.30

서로박: 아이스킬로스의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를 소재로 하여 집필된 고대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의 것밖에 없다. 대부분 작가들은 프로메테우스의 소재를 중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Ρρομήθευς δεσμότης)”의 집필 연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우스와 그의 자매들은 아버지 크로노스 그리고 타이탄들과 오랫동안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과도 계속 투쟁해야 했다. 이때 젊은 타이탄 가운데 하나인 프로메테우스는 처음에는 타이탄들을 편들다가, 나중에 자신의 입장을 바꾼다.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파악하여 제우스의 승리를 예언하였던 것이다. 특히 그는 영리한 충고로 제우스의 환심을 산다. 문제는 경쟁자들을 재정리할 때 발생한다. 제우스는 인간들을 모조리 파..

37 고대 문헌 2021.10.13

서로박: 키케로의 국가론 (5)

23. 『국가론』과 관련하여 「스키피오의 꿈」이 지니는 의미: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키케로는 자신의 책 『국가론』의 마지막 부분에 일견 사적으로 보이는 두 번째 스키피오의 꿈 이야기를 실었을까요? 스키피오가 꿈에서 고찰한 우주는 무엇이며, 이것이 국가를 다스리는 문제와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국가를 훌륭하게 다스리는 인간의 영혼은 천구에 머물면서 영생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책의 서두에서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의 삶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하는 삶이며, 다른 하나는 “향락voluptas” 내지 “무위otium”에 의해 소진되는 삶입니다. 키케로에 의하면 공동체를 위해서는 후자의 삶보다는 전자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나라를 ..

37 고대 문헌 2021.08.25

서로박: 에우리피데스의 "이피게니에"

친애하는 P, 오늘은 에우리피데스 (BC. 484 - 406)의 극작품 하나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에우리피데스는 아이스킬로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에 비해서 신의 권능 및 이로 인한 인간의 비극적 숙명 등으로부터 멀어져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는 비교적 인간적 영욕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우리피데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들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가 특히 여성들에 대해 동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특징적입니다.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는 후세에 라신 (Racine), 괴테 (Goethe)의 작품에 의해서 더욱더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언제 탄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창작 동기라든가 연극의 구조 등을 감안하여 작품의 집필 시기..

37 고대 문헌 2021.08.19

서로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2)

서사시의 두 번째 부분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묘사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페아켄 섬에서 많은 선물을 얻어서, 고향인 이타카 섬으로 향한다. 안타까운 것은 세리아 섬의 공주, 나우시카와의 이별이었다. 나우시카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 때문에 나우시카를 도저히 아내로 맞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이타카로 비교적 순탄하게 항해한다. 멀리서 연기가 보였다. 그것은 섬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연기였다. 이곳이 꿈에 그리던 이타카란 말인가? 얼마나 간절하게 이곳을 갈구하였던가?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어른이 된 아들, 텔레마코스는 어디 있을까? 다시 오디세우스는 정신을 잃는다. 오디세우스는 이타카의 해변에서 깨어난다. 이 순간 아테네 여신은 목자로 변신하여 ..

37 고대 문헌 2021.08.05

서로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1)

호메로스 (기원전 8세기 후반부에 살았다고 알려짐)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약 700년경에 집필되었다. 서사시의 운율은 헥사 메터 (6각운), 총 12200 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일리아스" 다음으로 오래된 작품으로 서양 문학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총 24권으로 나누어지는데,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야 전쟁을 끝내고 귀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약 20년 전에 다른 그리스의 여러 왕 그리고 영웅들과 함께 트로야로 진군했던 것이다. 서사시는 "일리아스"와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우스가 겪은 10년간의 이야기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보고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술 기법 상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건이 서술되는가 하면, 오랜 ..

37 고대 문헌 2021.08.05

서로박: 사포의 여성공동체 (2)

(6) 사랑의 교육을 추구하는 시인: 사포는 상기한 방식대로 춤과 노래, 시 그리고 베 짜는 법, 사랑의 모든 기술 등을 처녀들에게 전수하였습니다. 마치 알카이오스가 소년들에게 무기 다루는 법,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듯이, 사포는 소녀들에게 여성의 영역에서 최선의 내용을 가르쳤습니다. “누구는 기사 (騎士)를 중시하고, 누구는 보병을 강조하네./ 다른 사람은 선박이야 말로 이 어두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라고 주장하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인간이 사랑하는 무엇을 말하고 싶네.” 그리하여 사포는 자신의 공동체에서 어느 처녀를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전차를 몰고 맹렬하게 싸우며 무기를 들고 진군하는 군대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포의 견해에 의하면 우아하고 고결하게 윤무를 추고..

37 고대 문헌 2021.07.05

서로박: 사포의 여성 공동체 (1)

(1) 사포와 레스보스: 친애하는 J, 당신의 부탁대로 오늘 그리스의 전설적인 여성 시인, 사포 (Sappho, BC. 617/612 - 570/ 560)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사포에게서 유래합니다. 왜냐하면 그미는 또 다른 위대한 시인, 알카이오스 (Alkaios, BC. 630 - 540)와 함께 그리스 초기에 레스보스 섬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포와 알카이오스는 소아시아의 서북 해안에 있는 에올리아의 방언을 사용하며 시를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레스보스 섬에서 풍요롭기 이를 데 없는 문학적이고 음악적인 형식이 발전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방언이 지니고 있는 시적 언어는 사포 문학의 전제 조건을 제공한 셈이지요. 훗날에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은 사포를 ..

37 고대 문헌 2021.07.05

서로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2)

친애하는 L, 작품의 전개 과정을 고찰하면 “오이디푸스 왕”은 범죄 문학의 어떤 유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 왕”은 서양의 범죄 문학의 유형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존재와 가상의 현실을 교차시키기 때문이지요. 비밀스러운 관련성을 도입하여 극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왕”은 분석극의 원조에 해당합니다. 등장인물 뿐 아니라 전개 과정에서도 소포클레스의 아이러니가 온통 배여 있습니다. 가령 맨 처음 도시에는 전염병이 창궐하지만, 왕인 오이디푸스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도시 테베는 건강해지지만, 정작 지배자는 몰락을 맞이하며, 도시를 떠납니다. 말하자면 의사이자 조력자로 살아온 인간이 어떤 의사 내지 조력자를 필요로 하는 그러한 신세로 전락한 ..

37 고대 문헌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