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탄생' (1)

필자 (匹子) 2022. 6. 20. 14:28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 (? - BC. 700?)의 "신들의 탄생 (theogonia, θεόγονια)"은 그의 서사시 "노동과 나날 (εργα και ήμεραι)"과 함께 유일하게 전해 내려오는 작품이다. 헤시오도스는 직업적 음유 시인으로 출발했다. 원래 그는 농촌 출신이었고, 엄격하게 교육 받았다. 그가 믿었던 신은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였다. 어린 시절부터 헤시오도스는 영웅시를 암송하면서, 서사시의 기법과 어휘를 익혔다고 한다.

 

에우보이아 섬의 칼키스에서 노래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는데, 헤시오도스가 이에 참가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실 헤시오도스만큼 그리스 신들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기술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헤시오도스는 주로 간명한 문장을 병렬적으로 나열함으로써, 이른바 복문 (複文)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헤시오도스의 부족한 언어 능력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신들의 계통 발생론적 과정을 가급적이면 생기 넘치고, 간명하게 기록하려는 작가의 의도에 기인한다.

 

서두에서 헤시오도스는 자전적인 유명한 언어를 동원하여 다음의 사항을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즉 신들의 계통 발생론적 변화 과정은 제우스의 관할 하에 있는 올림포스 신들의 막강한 권능을 드러내기 위해 서술되고 있다.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 제우스를 찬양하기 위해서 여신들은 맨 처음에 그리고 마지막에 노래를 부른다. 제우스는 가장 지고하며, 가장 강력한 신이다. 천국에서 그는 천둥을 내리치며 권좌에 앉아 있다. 제우스는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무력으로 물리친 이래로, 번쩍이는 번개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며, 모든 영원한 존재들을 질서 잡게 하고, 그들에게 명예를 부여하였다.”

 

헤시오도스가 보고하는 사건들은 한 가지 목적을 지향하는 진화 과정이다. 실제로 그는 가장 위대한 신, 제우스의 영원한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서사시를 집필하였던 것이다. 서론 (proimion)에서 이러한 발전 과정이 미리 암시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헤시오도스는 작가의 긴장이라든가 역동적 태도를 중시하지 않았고, 정태적인 휴식을 무엇보다도 강조하였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변화는 존재 속에서 아직 휴식하고 있다고 한다.

 

헤시오도스는 세계의 맨 처음에 카오스 (Chaos)가 존재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는 “이전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카오스는 하품하는, 공허한 심층부이다. 가이아 (Gaia)는 가슴을 활짝 열어젖힌 여신이다. 에로스 (Eros)도 등장한다. 에로스는 모든 탄생에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이아와 카오스는 서로 엄격하게 구분되는 다른 성의 뿌리이다. 하늘과 땅은 우라노스 (Uranos)를 낳고 그리고 바다와 땅은 폰토스 (Pontos)를 잉태한다. 가이아는 수많은 종족의 어머니와 다름이 없다. 그미의 생식력은 너무나 왕성하다. 가이아는 수많은 남성성과 수태하여 자식을 낳는다. 종족들은 사건이 진행하는 가운데 끝없이 펼쳐지고 엉켜나간다.

 

수많은 존재의 뒤엉킴은 이를테면 수많은 이야기, 찬가들에 의해서 차단된다. 카오스, 밤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은 제각기 사물의 생성 과정을 보고한다. (V. 123 - 125). 뒤이어 가이아 그리고 우라노스의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령 거인들, 타이탄들, 근원적 신들, 크로노스 (Kronos) 등이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자식들이다. 아들인 크로노스는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페니스를 잘라버린다. 뒤이어 헤시오도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Aphrodite)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묘사한다. (V. 126 - 232). 밤의 자식들이 서로 모인다. 특히 싸움의 신인 에리스 (Eris)와 그의 후손들이 묘사되고 있다. (V. 211 - 232). 그 다음에 폰토스와 가이아 사이에서도 자식들이 태어난다. (V. 233 - 237).

 

뒤이어 가이아의 다른 자식들이 거론된다. 바다의 신 네레우스에게는 50명의 딸이 있다. 이들은 바다의 요정 네레이스라고 불린다. 헤시오도스는 바다의 변화불측한 기후를 말하기 위해서 수많은 요정을 등장시킨 셈이다. 태양을 지칭하는 헬리오스 (Helios), 달을 지칭하는 셀레네 (Selene), 레토 그리고 헤카테 등은 가이아의 다른 자식들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헤시오도스는 헤카테 (Hekate)를 찬미한다. (V. 338 - 452). 가이아의 자식인 라이아 (Rheia) 그리고 크로노스 사이에 자식들이 태어난다. 헤스티아 (Hestia), 데메터 (Demeter), 헤라 (Hera), 하데스 (Hades), 제우스 (Zeus) 등이 그들이다. 이때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들을 모조리 삼켜버린다. 그러나 제우스는 용케도 위기를 모면하여, 자신의 누이들을 아버지의 배 속으로부터 해방시킨다. (V. 453 - 506).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