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집니다.)
뒤이어 가이아의 손자들이 묘사되고 있다. 가령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 대항하여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하여 제우스신에게 항복을 선언한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징벌을 가하는 한편, 최초의 여자, 판도라와 판도라의 항아리를 지상으로 내려 보내 에피메테우스를 유혹하게 한다. 판도라 (πάνδορα)는 “모든 것을 선물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항아리를 열어젖힌다. 이때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판도라의 상자”는 판도라의 항아리의 와전된 표현이다. (V. 507 - 616).
뒤이어 제우스와 100개의 팔을 가진 거인들은 타이탄에 대항해서 싸운다. 결국 거인들은 지하의 깊은 곳 황천으로 보내진다. 헤시오도스는 타르타로스에 관해서 자세히 묘사한다. 그곳의 음식과 물은 가상적인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타이탄들은 배를 채울 수 없고, 아무리 마셔도 그들의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V, 617 - 819).
헤시오도스는 가이아 여신의 손자, 튀포에우스 (Typhoeus) 그리고 그의 후손들에 관해 서술한다. 튀포에우스는 제우스의 도움을 받고 모든 역경을 극복해낸다. (V. 820 - 880). 881행부터 헤시오도스는 제우스에 관해 자세히 서술한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왕으로 추대된다. 제우스는 많은 여신들과 결합하여 수많은 자식들을 생산하게 한다. 제우스와 올림포스에서 살고 있는 여인들 사이에서 많은 반신들이 태어난다. (V. 881 - 1021).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들은 너무도 휘황찬란하지만, 서술 내용은 자주 차단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들은 오로지 한 가지 사항을 위해서 직조되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것은,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의 권능을 묘사하는 일이다. 서사시의 핵심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제우스가 얼마나 위험 속에서 태어났는가? 하는 물음이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 역시 자신의 부친에게 대항하여 권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들이 행여나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 두려운 나머지 자식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자도 크로노스이다. 물론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는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것으로서, 거짓된 내용이 부분적으로 담겨 있을 수 있다. (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유추할 수 있다. 즉 헤시오도스의 서사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정되고, 교열되곤 하였다는 게 바로 그 사항이다. 가령 “헤카테 찬가”라든가, 튀포에우스 그리고 바다괴물 케토 등에 관한 에피소드는 나중에 첨가되었다는 게 거의 정설로 되어 있다. 나아가 헤시오도스의 서사시는 다른 내용으로 복제되어, 시중에 나돌기도 했다. 누군가 그리스 여행자의 헤시오도스의 암송 문장들을 듣고, 이것을 그대로 받아썼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시의 핵심 사항은 결코 거짓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올림포스 신들의 영화로움, 제우스의 권능 등은 조금도 변화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 (Herodot)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리스 사람들의 신의 계통 내지 연원을 창조해내고, 신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부여했으며, 명예와 기술을 주었고,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형상화시킨 사람은 다름 아니라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였다.” 그렇다고 해서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신들의 창조자는 아니다. 이는 마치 모세가 야훼 신의 창조자가 아니듯이 말이다. 두 사람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말로써 전승된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냈다는 데 있다.
오늘날 고고학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헤시오도스는 순수한 그리스 신들만 묘사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향, 뵈오티엔이라든가 혹은 다른 지역의 신들을 그리스 정신과 융합시켰다.” “그의 찬가는 크레타의 미노스의 양식을 따르지 않고, 소아시아의 전설 그리고 비의적 예식에 입각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을 통해서 헤시오도스가 묘사한 고대 그리스 문화의 독창성에 흠집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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