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리잘 필리핀의 영웅, 에스파냐의 시인

아마 필리핀만큼 열강의 침탈을 당한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입니다. 필리핀 반도는 오래 전부터 에스파냐의 식민지였습니다.

 

호세 리잘 (1861 - 1896)은 필리핀의 작가이자 의사로 살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칠레의 부유한 메스티초 (백인 인디언 혼혈)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특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에 가담하여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리잘은 해외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익혔습니다. 벨기에, 영국, 프랑스, 홍콩, 일본, 에스파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국, 심지어는 미국의 광활하 본토를 돌아다녔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의학을 공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독일의 울름에서 막스와 모리츠의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리잘의 가장 유명한 책은 "나를 건드리지 마 Noli me tangere"입니다. 이 책은 1887년에 베를린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원래 "나를 건드리지 마"는 부활한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전한 말씀입니다. (이 말은 요한 복음 제 20장 17절에 언급됩니다.) 리잘은 이 책을 통하여 필리핀에 횡행하던 사회 정치적 시스템, 부패한 에스파냐의 수사들이 필리핀 여자들을 겁탈하는 끔찍한 사건을 고발하였습니다. 예수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육체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정신을 귀하게 여겨라고 권고하였습니다. 다석 류영모 선생은 전자를 몸의 나, 즉 "몸나"로, 후자를 영혼의 나, 즉 "얼나"로 명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에스파냐 출신의 사악한 수사들은 이를 어기고 강도 행위는 물론이며, 필리핀 여성들에게 못된 짓을 일삼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리잘의 또 다른 작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폭동   El filibusterismo 이라는 극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891년 벨기에의 젠트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에스파냐의 식민주의 제국 전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그는 에스파냐 정부의 눈 위의 가시 신세로 전락하였습니다.

 

호세 리잘은 에스파냐의 총독에 의해서 민다나오 섬으로 귀양을 떠납니다. 그 지역에서 리잘은 학교를 짓고, 병원을 건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농업 생산을 위하여 관개 시설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1896년에 필리핀 혁명이 발발하였습니다. 1896년 호세 리잘은 바르셀로나의 어느 선박에 승선하고 있었는데, 체포되어 필리핀으로 송치됩니다. 당국은 그가 카티푸냔의 폭동의 배후 조종자로 몰아서 1896년 12월 30일에 총살형으로 그를 처형하였습니다. 그는 프랑스 혁명 당시에 단두대의 처형을 거부하고, 총살형을 선택한 콩도르셰처럼 그렇게 극적인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