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bloch 대화 21

블로흐와 아도르노의 유토피아 논쟁 (2)

아도르노: 나 역시 당신의 주장에 부분적으로만 수긍합니다. 당신이 암시한 바 있는 사항을 동원하여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여기서 분명히 규정할 게 있어요. 앞에서 과학 기술에 관한 말씀은 유토피아에 관한 나의 본래의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과학 기술과 관련된 냉정함 때문에 오늘날 유토피아의 의식이 축소되고 폄하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물음입니다. 즉 과학 기술이 이룩해낸 놀라운 발명이라든가 개별적인 혁신이 전체성, 사회 전체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하나의 대립각을 형성시키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세요. 유토피아라는 무엇 내지 유토피아라고 생각될 수 있는..

30 bloch 대화 2021.08.31

블로흐와 아도르노의 유토피아 논쟁 (1)

인터뷰는 1964년에 이루어졌다. 참석자는 문화 저널리스트이자 독일 작가인 호르스트 크뤼거 (Horst Krüger, 1919 - 1999), 테오도르 아도르노 (Theodor Adorno, 1903 - 1969)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 (Ernst Bloch, 1885 - 1977)이다. 본 원고는 1964년 5월 6일 바덴바덴 지역에서 남서부 라디오 방송으로 알려진 바 있다. 출전: Rainer Traub u.a. (hrsg.): Gespräche mit Ernst Bloch, Edition Suhrkamp: Frankfurt a. M. 1980. S. 58 - 77. .................................................... 크뤼거: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오늘날 그..

30 bloch 대화 2021.08.29

블로흐: 나의 청년 시절의 친구, 루카치

여기서 "나"는 장 미셀 팔미어를 가리키고. "너"는 에른스트 블로흐를 가리킨다. 이하의 인터뷰는 1976년에 행해졌는데, 다음의 문헌에 실려 있다. Arno Münster (hrsg.): Tagträume vom aufrechten Gang, Suhrkamp: Frankfurt a. M. 1977. S. 102 - 106. ........................... 나: 교수님은 어떤 외적 조건에서 루카치를 알게 되었으며, 어떠한 계기로 우정을 쌓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너: 언젠가 짐멜은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누군가가 세미나에 참석하고 싶은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를 소개해주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바로 죄르지 루카치라고 했어요, 당시에 나는 그를 알지 못했습니다. 짐멜도 그를 잘 몰랐지요..

30 bloch 대화 2021.08.04

블로흐: 기독교 속에는 반란이 담겨 있다. (4)

질문: 마지막 질문을 허용해 주세요, 블로흐 교수님. 최근에 뉴욕의 「헤르더 그리고 헤르더」 출판사는 영어판 블로흐 선집을 간행했습니다. 이 서문에서 가톨릭 신학자 하비 콕스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블로흐는 최근 신학의 관심사가 부상한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블로흐가 직접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게 되면, 그는 무척 즐거워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당신에게 청해도 될까요? 블로흐: 이러한 질문은 -콕스의 추측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일치되지 않아요. 이에 대해서는 젊은 신학자들이 우리 세대보다도 더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밖에 이 문제를 뒤집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신학이 새로운 사고..

30 bloch 대화 2021.07.25

블로흐: 기독교 속에는 반란이 담겨 있다. (3)

(계속 이어집니다.) 상황은 그렇게 비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소련이 그렇게 고립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중국이 약간의 영향을 끼칠지 모릅니다. 또한 길은 옛날처럼 하나가 아닙니다. 마오쩌둥이 있고, 사회주의의 다른 방향도 있을 수 있지요. 어쩌면 중국의 사회주의는 오로지 중국적으로 머물고, 다른 나라에 적용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이는 블로흐의 착각이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더 이상 마르크스주의의 영역을 벗어났다. 블로흐의 이러한 오류는 그가 1977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모른다. - 역주) 그렇지만 다른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 서구에서 학생들만 활약했듯이, 소련에서처럼 지식인들만이 활약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언젠가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현실이 사고를 추동하지 못..

30 bloch 대화 2021.07.25

블로흐: 기독교 속에는 반란이 담겨 있다. (2)

질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시피 당신은 비판적인 상황 속에서도 대학생들의 저항 운동을 동조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철학자입니다. 서독에서 그리고 다른 서 유럽 국가에서의 학생 운동은 무엇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인 그리고 경제적 구상에서 진정한 해결책이 결여되었기 때문은 아닌지요? 블로흐: 일단 실패에 관해서 말하고, 그 다음에 실패의 여러 가지 이유에 관해 언급하도록 하지요. 내 생각에는 학생 운동이 실패했다고 말할 정도로 자료가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학생 운동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많은 무엇을 이룩했으므로, 운동이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학문이 연마되는 생산 현장 내에서는 많은 것이 옛날과 같을 수 없으며, 운동은 계속 진행..

30 bloch 대화 2021.07.25

블로흐: 기독교 속에는 반란이 담겨 있다 (1)

질문: 블로흐 교수님,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소외에 대한 당신의 비판을 접할 때, 사람들은 자본주의 및 시민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과 관련시켜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당신은 이에 대해 동의하시겠습니까? 서독에 대한 당신의 입장과 같은 비근한 예를 들어볼까 합니다. 당신은 이 국가의 정책 및 서독내의 제반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자주 비판을 가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비판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가?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물음이 더욱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가? 노동자인가? 대학생인가? 지식을 지니지 않은 젊은이들인가? 하는 물음말입니다. 블로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는군요. 그중 일부는 주어진 분위기에 상응하여, 혹..

30 bloch 대화 2021.07.25

십자가는 고통인가, 인내의 대상인가? 블로흐와 몰트만 (2)

MA: 우리는 두 사람의 견해를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독일의 사회학자 아돌프 로베Adolph Lowe는 당신의 기념문집에서 자신의 편지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급진적 부정성, 다시 말해서 극단적인 사악함이 어떤 기대 효과 속에서 스스로 여전히, 아직도 여전히 해체되지 않은 채, 이른바 세계 역사의 거짓된 그물 속으로 빠져들면, 그것은 대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블로흐씨, 당신은 아마도 이를 하나의 속임수라고 말씀하시겠지요? 그런데 신학자들은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단순히 다음의 사항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반드시 부활하리라고 갈망합니다. 바로 이러한 희망이 우리로 하여금 부활한 그리스도를..

30 bloch 대화 2021.07.23

십자가는 고통인가, 인내의 대상인가? 블로흐와 몰트만 (1)

1965년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근교에 위치한 아르놀트하인에서 복음 아카데미의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인터뷰는 이를 계기로 성사되었다. 대화의 참석자는 볼프 에드거 마르쉬 (MA), 에른스트 블로흐 (B) 그리고 위르겐 몰트만 (MO)이었다. ...................................... MA: 만약 우리가 제각기 상대방에 대한 호의라든가 동일한 견해만 제기한다면, 대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견해 차이를 도출해낸다면, 토론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할 테니까요. 우리가 주어진 시간에 견해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면, 좋으리라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새로운 무엇Novum”의 특성을 고찰하는 데 있어서의 차이점을 밝히는 게 좋을 듯합니다. 블로흐씨..

30 bloch 대화 2021.07.23

블로흐: 프랑크푸르트 학파, 사르트르 등에 관하여

나: 프랑크푸르트 학파, 특히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 대한 당신의 관계 역시 좋았는지요? 너: 그렇지 않아요.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사회 탐구 연구소Institut für Sozialforschung”를 “사회 위조 연구소Institut für Sozialfälschung”라고 명명했습니다. 나는 한 번도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염세주의를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자도 아니고, 혁명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들은 어떤 염세적 사회 이론을 정립시킨 자들이지요. 처음에 나는 아도르노와 친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유토피아 개념에 관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지 못했지요. 호르크하이머는 나중에 반동주의자로 변절했습니다. 나: 당신의 작품은 마르크스주의, 헤겔 사상 그리고 종교적 ..

30 bloch 대화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