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33) 검수완박은 정쟁이 아니다.

필자 (匹子) 2022. 4. 17. 11:32

베르길리우스: "로마를 건립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작업이었구나 Tantare molis erat Romanam condere gentem." (아이네이스, 제 1권 33행)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일부)

 

"민주주의는 하나의 모래성과 같다. 지을 때는 정밀한 자세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자유 민주주의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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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6일 경향신문 사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국회의원들은 민생 문제를 도외시하고 검수완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모든 사항을 구분하려는 폐쇄적 시각에서 비롯한, 단선적 견해이다. 물론 검수완박은 당연히 민생 문제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은 민생 문제와 간접적으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검수완박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검찰 공화국의 탄생을 저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노력이다. 검찰 공화국이 생겨나게 되면, 사람들의 일상, 자유로운 시장 등은 나중에 얼마든지 통제당하고 방해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는 히틀러의 권력 그리고 푸틴의 정치에서 얼마든지 발견된다. 가령 푸틴은 처음부터 독재자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국민의 의도를 의식하면서 조심스럽게 정책을 펴나갔는데, 서서히 국민들을 법과 언론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현재 푸틴이 겉으로는 60%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가난한 계층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된 수치에 불과하다. 러시아 사회는 푸틴의 감시와 통제라는 교묘한 정책을 통해서 당국으로부터 서서히 조종당하기 시작했다. 자고로 경찰은 수사를 하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는 게 타당하고 자연스럽다. 현재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검찰이 대부분 기소권만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는 검찰에 의해서 방해 받았으며, 경찰은 검찰의 수족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차제에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그런대도 검찰이 이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하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과정을 보면, 문제의 본질은 명확해진다. 조국은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었는데, 검찰의 역공에 시달리게 되었고 가족들 또한 끔찍한 피해를 당했다. 언론은 조국이 금수저라는 점을 과대포장하여, 국민들의 열등의식을 자극했고 국민들은 이에 대해 멋모르고 분노했던 것이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던 윤석열의 격렬한 저항은 언론의 농간에 의해 그가 마치 억압에 저항하는 투사인 것처럼 돋보이게 되었다. 나중에 보수 언론은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를 사악한 가해자로, 윤석열을 무고한 피해자로 뒤집어 논평하는 방식으로 일반 사람들을 우롱하고 기만하였다. 그리하여 한국 정치판이라는 무대에서 결국 신선한 정책을 지니지 못한, 그저 검찰 개혁에 반대하던 자가 대통령으로 가까스로 당선되는 어처구니 없는 희비극이 상연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코로나 19와 이로 인한 경제적 폐해 그리고 사법 개혁을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으로 악용한 사람들 그리고 언론 등의 잘못이 크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가장 가까운 사람인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마치 푸틴이 (지금은 사이가 나쁘게 되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러시아의 2인자로 승격시킨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히틀러 역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전에 헤르만 괴링을 2인자로 격상시킨 바 있다. 괴링은 총리가 된 다음에 게슈타포를 창설하여, 야당과 비판 언사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한동훈은 검수완박을 실천하려는 국회의원들을 가리켜 도둑들의 야반도주라고 꼬집었다. 이는 죄가 있으면 국회의원이든 아니든 간에 모조리 감옥에 쳐넣겠다는 서슬 푸른 협박으로 들린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아직 청문회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에 대놓고 독설을 터뜨린다는 것 자체가 소름이 끼친다.

 

자고로 대통령이 될 사람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측근들을 일선에서 배제해야 한다. 가령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함께 노력하던 문핵관이었던 3철 (전해철, 양정철 그리고 이호철)을 천거하지 않고, 자신과 거리감을 취하던 인사들들을 장관으로 발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가급적이면 객관성에 입각한 정치를 수행하고, 패거리 관료주의의 독소를 처음부터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특히 양정철은 놀라운 정치적 역량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태동하는 민주 정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야인의 삶을 살았다.

 

이에 반해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는 대통령 취임식도 치르기 전에 자신의 오른팔, 한동훈을 서슴없이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려고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혹은 자신과 친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배제되었다. 어째서 후보자는 노동조합 대표, 청년, 여성 등을 과감하게 장관후보자로 천거하지 못하는가?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 경상도 출신 그리고 60대 남자이어야 하는가? 장관 후보자 구성의 모양새는 그들이 측근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전라도 출신의 후보자는 없다. 이는 공정성에 어긋난다. 어쩌면 윤석열의 공정은 자신이 설정한 가치와 판단의 공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가 자주 언급하는 공정과 헌법 정신은 오로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용어인가?

 

거듭 말씀드리건대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박탈되어야 한다. 검수완박이 관철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한국의 정치판은 관료주의가 횡행하고 감시와 고발이 성행하는 푸틴 식의 검찰 공화국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수사는 경찰에게 맡기면 충분하다. 그렇게 해야 검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취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검수완박이 철회되면, 차제에 공안 정국이 횡포를 부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비판을 가능하게 했던 자유 언론, 민주화, 평화, 평등 그리고 인권 등의 가치는 하나하나씩 서서히 붕괴될 것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된다 하더라도, 실세인 한동훈이 미국의 FBI와 같은 특수 단체를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겠는가?) 정의당도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호되게 뺨을 얻어맞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서, 이번 기회에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