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34) 문어의 죽음

필자 (匹子) 2022. 5. 31. 11:34

나이든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렇다고 자식만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식들은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자신의 아들딸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78년이지만, 문어의 평균 수명은 4 - 5년에 불과하다.

 

 무척추동물인 문어의 지능은 매우 높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빨판으로 손을 들어 신호하고 멀리 떠나기도 한다. 문어는 자신이 낳은 많은 알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알에서 깨어난 생명체가 자발적으로 먹이 활동을 행할 때까지, 자식들의 곁을 지킨다. 행여나 다른 물고기에게 잡혀 먹힐까, 영양이 부실할까 노심초사하면서 육아에 몰두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때부터 문어의 몸 상태가 서서히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문어의 시각 세포 주위에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노화가 촉진된다. 이로써 문어는 어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빠른 시간 내에 사망한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제트 얀 왕 박사는 2018년 번식 전후의 문어에서 눈샘 아르앤에이 (RNA) 전사체를 해독해서 눈샘에서 분비하는 자기 파괴 호르몬의 정체를 밝혀내었다. 쇠퇴하는 어미의 눈샘은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 (DHC)라는 콜레스테롤 전구 물질을 분비해낸다.

 

문어의 수명은 5년을 넘지 않는다. 수컷은 수정 후에 조만간 사멸하고, 암컷은 알을 낳아 키운 뒤에 자해한다. 문어의 자해 행위는 부화시킨 다음에 몸속에서 노화 촉진 호르몬이 분비됨으로써 가능하다.

 

문어가 자해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첫째: 만약 어미가 계속 목숨을 부지하게 되면, 새끼들은 더 이상 생명을 보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동종 포식이라는 습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행여나 자기 자식을 잡아먹을까봐 문어는 스스로 목숨을 앞당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소수의 문어가 무한정 커져서 다른 작은 문어를 잡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진화된 게 바로 문어의 자해 행위라고 한다.

 

대부분 노인들은 요양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어느 날 85세 어르신을 만났다. 자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코가 찡해졌다. 사랑은 결코 부채 탕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