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단상

(단상. 539) 루터의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필자 (匹子) 2022. 10. 1. 11:20

한겨례 신문에는 격언이 스피노자에게서 유래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격언이 아닙니다.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Wenn ich wusste, dass die Welt morgen untergeht, wurde ich dennoch heute einen Apfelbaum pflanzen” Even if I should learn that the world would end tomorrow, I would still plant this apple tree today.” 많이 인용되는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말이 스피노자의 격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발언은 아닙니다.

 

서구 사람들은 마르틴 루터의 격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마르틴 루터는 이러한 격언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루터 연구가, 마르틴 슐뢰만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루터의 일기장에도 이 말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분명한 것은 19세기 유럽 사람들이 루터의 글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한 격언이 루터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확신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그게 루터의 격언이라고 전 유럽에 알려졌습니다.

 

맨 처음 문헌으로 기술된 시기는 1944년 10월 무렵이었습니다. 헤센의 헤르스펠트 출신의 목사, 카를 로츠는 동료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에 그의 말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당시에 나라 전체가 폐허가 되었지요. 대도시는 그야말로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마치 세상이 몰락하는 것을 절감할 정도였습니다. 격언은 주어진 현실과 맞아떨어졌던 것입니다. 거의 절망적인 현실에서 루터의 격언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었습니다.

 

각설, 격언은 스피노자에 의한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에 누군가가 신문에 스피노자의 격언이라고 잘못 소개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루터의 격언일까요? 19세기 독일의 농부들은 루터가 “내일 세상이 몰락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고 믿었습니다. 그게 루터의 격언으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