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48

서로박: 20세기 후반의 문학 유토피아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즉 소련 붕괴와 함께 지금까지 서양에서 정치적 유토피아의 실험은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정치적 유토피아”란 국가의 틀과 같은 전체적 구도에 입각한 사회 유토피아의 설계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물론 정치적 유토피아의 설계가 더 이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해서 유토피아의 설계가 이제 종언을 고한 것은 아니다. 원래 인간 동물은 심리적 속성상 끝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밖에도 지구상에는 사회적으로 지금까지 은폐되었던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1. 지구 전체로 확장된 자본주의의 횡포, 2. 핵과 에너지 문제, 3. 생태계의 파괴 현상과 이로 인한 제반 문제점, 4. 인종 차별에서 파생된 갈등 내지는 전쟁, 5..

26 유토피아 2022.07.09

서로박: 카인호르스트의 비판적 유토피아

2013년 드레스덴에서 기이한 데모가 열렸다. 누군가 36킬로의 털실로 탱크를 싸고 이를 전시했다. 독일은 1945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에 레오파드 1이라는 전차를 판매하면서 돈을 벌었다. 유럽의 평화와 풍요로움은 무엇보다도 중동 지방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중동 지방의 전쟁과 살육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는가? 브렉시트에 동의하는 영국인들은 이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네테 카인호르스트는 1985년 『미국 현대 문학에 나타난 여성 유토피아』를 간행하였다. 이 연구서는 단순히 미국 문학의 연구라는 작품 내재적인 분석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각도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비판적 유토피아”의 성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카..

26 유토피아 2022.06.19

서로박: 뮌처의 천년왕국설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계시에 대한 뮌처의 믿음: 뮌처의 혁명적 자세의 배후에는 어떤 계시에 대한 믿음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뮌처는 선택받은 자들의 공동체를 신뢰하였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내적 언어를 신뢰하고 이를 믿음으로써 지속적으로 발전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그는 전통적 권위를 내세우는 가톨릭 신앙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 교회와 성당은 계시가 이미 오래 전에 종결되었다고 믿으면서 권력과 결탁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의 정신은 뮌처의 견해에 의하면 오늘날 신앙인 개개인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고 합니다. 내적인 신앙의 불빛은 교회의 문헌학적인 권위에 가로막혀 마냥 은폐되고 차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신의 계시는 성서를 연구하는 학자라든가..

26 유토피아 2022.01.21

서로박: 뮌처의 천년왕국설 (1)

1. 토마스 뮌처와 천년왕국설: 친애하는 M, 서양의 종교 개혁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은 루터와 칼뱅이 아니라, 라스카사스와 토마스 뮌처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토마스 뮌처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천년왕국설의 혁명적 정신은 토마스 뮌처에 의해서 독일 농민 혁명으로 실천되었습니다. 토마스 뮌처 (Thomas Müntzer, 1489? - 1525)의 사상과 실질적인 운동은 먼 훗날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 Karl Mannheim의 영향력 넘치는 책,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Ideologie und Utopie』에서 다시금 상세하게 언급된 바 있는데, 이로 인하여 뮌처의 삶과 사상은 현대에 이르러 유토피아의 토론의 쟁점으로 점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현대의 정치경제학, 사회학 등을 전..

26 유토피아 2022.01.21

바이너: 컴퓨토피아? 컴퓨디스토피아 ㅠㅠ

바둑기사 이세돌은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어서 1승 4패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아마도 이세돌 선수만큼 엄청난 수읽기 능력을 지닌 바둑기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알파고는 그를 네 번이나 이겼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미래 삶에 컴퓨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 지능이 인간 삶을 수동적으로 도와주는 일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사고하고, 인간처럼 느끼는 능력을 저절로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놀라운 현상이 출현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컴퓨터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9세기 초에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여 인조 인간의 위험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바 ..

26 유토피아 2021.10.17

서로박: 하베만의 "내일, 갈림길에 선 산업 사회"

로베르트 하베만의 저서,『내일. 갈림길에 선 산업사회Morgen. Die Indurstriegesellschaft am Scheideweg. Kritik und reale Utopie.』(1980)는 1976년부터 1980년 사이에 집필된 것입니다. 이 책은 유토피아의 토론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은 정치적 유토피아 그리고 물질 이후의 시대의 문제점을 서로 관련시키는 동독 최초의 문헌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20세기 후반의 실제 정치의 이슈를 구체적으로 다룰 뿐 아니라, 70년대에 출현한 포스트 모던한 유토피아 토론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하베만은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염두에 두고 유토피아의 주제 하나로 묶어서 해명하려고 합니다. 첫째로 하베만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26 유토피아 2021.09.27

서로박: 자이프트의 유토피아 이론

페르디난트 자이프트는 1972년에 『유토피카. 과거로부터 투시한 미래의 상』을 발표한 뒤 2001년에 개정판을 간행하였다. 그의 관심분야는 르네상스와 중세에 출현한 유토피아의 사고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유토피아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유토피아를 형성시키는 기본적 조건은 주어진 시대를 뛰어넘는 어떤 반대세계를 구상하는 일이다. 둘째로 유토피아는 고립되어 있다. 유토피아의 사회상은 주어진 세상과는 반대되므로, 세부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이며 고립된 특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는 플라톤에서 오웰까지 이어지는 사회 유토피아의 공통되는 특징이라고 한다. 유토피아가 고립되어 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독자성을 표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대부분의 유토피아 ..

26 유토피아 2021.09.16

서로박: 풍케의 유토피아 이론

한스 귄터 풍케 (1940 – 2015)는 주로 17세기 18세기 프랑스 문학과 유토피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이다. 특히 퐁트넬의 『아자오 섬 이야기』에 관한 연구는 오늘날에도 그 학문적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가령 퐁트넬의 유토피아는 풍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 퐁트넬의 유토피아는 두 가지의 현실 비판이라는 맥락을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작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며, 다른 하나는 가상적 독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가리킨다. “문학 유토피아라는 장르의 본질적 특징은 작가가 처한 세계 그리고 작가에 의해 떠올린 독자의 세계와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2. 프랑스의 유토피아는 유신론적, 혹은 무신론적 입장을 취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신랄하게)..

26 유토피아 2021.09.02

서로박: 카를 포퍼의 유토피아 이론 비판

카를 포퍼 Karl Popper는 19세기 이후에 폭력을 행사한 국가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첫째로 국가는 혈통, 민족 그리고 인종을 따지므로 그 자체 최상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둘째로 국가는 오로지 갈등과 전쟁을 통해서 존속되어 왔다고 한다. 셋째로 국가는 스스로 도의적 의무를 지니지 않고, 개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봉사하고 기여하도록 강권할 뿐이다. 넷째로 국가가 추구하는 최상의 재산은 오로지 전쟁, 운명 그리고 명성에 불과하다. 다섯째로 국가의 모든 일은 지도자 내지 위인의 창의적 역할을 통해서 수행되어 왔고 인민의 의지는 거의 무시되었다. 여섯째로 국가가 중시하는 것은 소시민들의 개별적인 삶이 아니라, 국가에 기여하는 영웅적 삶 내지 영웅의 운명이다...

26 유토피아 2021.04.22

서로박: 월러스틴의 유토피스틱스 비판

미국의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21세기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유토피아를 비판하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월러스틴에 의하면 토마스 모어에서 비롯하는 유토피아의 사고를 파기하고, 그 대신에 “유토피스틱스”의 사고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세계 시스템에 대한 월러스틴의 비판은 원론적으로 동의할 수 있지만, 그의 전문용어는 어떤 하자를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유토피스틱스”는 근본적으로 고찰할 때 유토피아와 동어반복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유토피아는 월러스틴에 의하면 없는 장소로서의 종교적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때때로 정치적 단합이라는 공동적 행위를 위해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토피아의 요구 사항은 정치적 실천의 과정에서 정반대로 전복되었다고..

26 유토피아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