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73

서로박: 노이만의 레본나 (1)

1. 자본주의 그리고 시민 사회의 가족제도가 파기된 레본나: 사회학자인 발터 G. 노이만 (Walter Gerd Neumann, 1947 - )은 소설의 형식으로 미래 사회의 유토피아를 설계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유토피아 소설, 『레본나. 2020년의 사랑과 사회Revonnah. Liebe und Gesellschaft im Jahre 2020』는 114페이지에 해당하는 짤막한 작품으로서 1986년 하노버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암시되고 있듯이 노이만이 묘사하고 있는 “레본나”라는 가상적인 사회는 미리 말씀드리자면 두 가지 대안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자본주의를 극복한 사회주의의 경제적 삶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시민 사회의 가족제도가 파기된 새로운 사랑의 삶을 가리킵니다. 전자의..

26 유토피아 2020.09.01

서로박: P.M.의 볼로의 볼로 (4)

22. 생태학의 관심사보다 중요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욕구: 볼로 사람들은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의 경우처럼 그렇게 진지하게 생태계 파괴에 대해 깊은 우려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볼로 공동체가 생태계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볼로 사람들이 기존의 산업 발전 중심의 경제 체제를 지양하고, 현대의 과학 기술에 대해서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까닭은 생태계의 난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의지 때문입니다. 물론 P. M.은 볼로 공동체 내에서 자연 환경의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볼로 사람들은 자원을 최대한 절약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최소화하려는 경제 정책을 추구합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자치적 방식으로 농업에 종사하면서 살아갑니다. 볼로 공동체는 밭..

26 유토피아 2020.04.08

서로박: P.M.의 볼로의 볼로 (3)

15. 지적 야수로서의 자기 파괴적이고 성 도착적 인간 상: 20세기 중엽까지 인간은 수많은 전쟁, 인종 탄압 등을 자행하였습니다. 이로써 제기된 것은 다른 인종을 살상하는 지적 야수의 모습입니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천사의 선한 마음을 지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지적 야수라고 합니다. 인간은 부분적으로 자기 파괴적이며, 성 도착적 충동을 지닌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려는 여러 가지 유형의 유토피아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가령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에서는 전쟁놀이가 정기적으로 치러지는데,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놀이를 통해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볼로의 볼로』에서도 엄격한 규칙 하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결투가 이루어지기..

26 유토피아 2020.04.08

서로박: P.M.의 볼로의 볼로 (2)

7. 시대 비판, 지구 위의 노동 기계: 상기한 사항을 고려한다면 P. M.이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첫째로 자본주의와 국가 중심적 사회주의는 공히 개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합니다. 지금까지의 문명은 국가 중심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가령 국가 이기주의는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낳았으며, 19세기 이후의 산업 발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현대에 이르러 생태계 파괴라는 잔인한 파국을 인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국가의 경제부서는 P. M.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 “계획적 노동 기계”와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그는 “지구 위의 노동 기계”를 “PAM (Planetare Arbeitsmaschine)”이라고 명명합니다. 문제는 지구 위의 노동 기계가 고유의 동력으로 작동..

26 유토피아 2020.04.08

서로박: P. M.의 볼로의 볼로 (1)

1. 스위스의 글로벌 유토피아 『볼로의 볼로』: 1989년 말부터 유럽에서는 생태 공동체 운동이 우후죽순 격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1985년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슬로건이 세계의 두 강대국 가운데 하나인 소련을 몰락하게 하였고, 급기야는 1989년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좌우 이데올로기로 대립하던 사람들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생태계의 변화와 환경 파괴의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통일이 생태 공동체 운동의 확산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독일 통일로 인하여 작센,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가옥들이 마구잡이로 생겨났습니다. 독일의 주정부는 이러한 가옥들을 헐값에 내놓았는데, 생태 공동체 운동을 추진..

26 유토피아 2020.04.08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5)

1. 앙리 망드라의 유토피아: 프랑스의 사회학자 앙리 망드라Henri Mendras는 1979년에 『시골 유토피아 공동체 여행Pays de l’Utopie Rustique』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유토피아의 전통을 자신의 작품에 의도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토피아의 전통 가운데에서 무정부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 특징을 담은 유토피아의 전통을 반영하려고 한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망드라는 알렉세이 차야노프의 농업 유토피아의 전통을 계승할 뿐 아니라, 이를테면 프랑스와 라블레라든가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에 입각한 유토피아의 구상을 자신의 작품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망드라의 유토피아에는 68 학생 운동 세대들이 추구했던 문화 혁명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2. ..

26 유토피아 2019.05.26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4)

요스트 헤르만트 (Jost Hermand, 1930 - )는 1980년대부터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핵심적 관심사는 파시즘과 민족주의의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유토피아의 문제를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헤르만트의 문헌들은 20세기 말의 주어진 삶의 정황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놀랍게도 문헌 속에서 약 200 편의 텍스트를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반 문헌에 대해 수동적 자세를 취하며 그것들을 요약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1950년대에 프랑스의 연구가 레이몽 루예 (Raymond Ruyer)는 유토피아를 두 사지 사항, 즉 문학적 장르와 유토피아의 사고로 나누어 설명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루예에 의하면 오로지 문학 텍스트 속에만 반영되어 있지 않다..

26 유토피아 2019.05.26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3)

1999년 마르틴 디들러 Martin d’Idler는 생태주의 유토피아의 중요한 저서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내일 모레를 위한 새로운 길, 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생태학의 제반 유토피아』라는 책이다. 디들러는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에코토피아』를 분석하면서 생태주의 코뮌 운동을 추적하고 있다. 생태학적 문제를 의식한다는 것은 이들러에 의하면 경제와 산업의 영속적인 성장의 이념과 결별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와 관련되는데, 이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그 하나는 성장을 위주로 하는 시장 경제체제를 준수하는 견해로서, 생태적 문제를 무시하거나 경제 성장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간주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체제로서는 더 이상 생태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견해이다..

26 유토피아 2019.05.26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2)

3. 생태주의 유토피아와 관련되는 일련의 문헌을 심도 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 처음 소개할 책은 울리히 프롭스트 Ulrich Probst의 『사회 정치와 유토피아의 사이에서 Zwischen Sozialpolitik und Utopie』라는 문헌인데, 1980년에 간행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3장., “생태학과 유토피아, 혹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프롭스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오늘날 시급한 것은 일방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목가주의를 찬양하는 일이 아니라, 정치 생태학에 관한 학문적 논문을 통해서 어떠한 문제가 당면해 있는가? 하는 것을 알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이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우리는 생태주의 유토피아에..

26 유토피아 2019.05.26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1)

1. 생태주의 유토피아는 20세기 이전에 이미 서서히 태동했습니다. 가령 19세기 중엽에 소로는 『월든, 숲속에서의 삶』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삶을 찬양하였습니다. 당시는 생태학의 문제가 제기된 바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소로의 삶의 방식을 막연히 자연친화적인 소박한 무엇으로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자 세상의 이슈는 급격하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68 학생 운동의 정치적 이슈는 사라지고 환경 평화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70년대 이후로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환경 평화의 문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자극한 것은 아무래도 1971년에 발표된 “로마클럽 보고서 Club of Rome”일 것입니다. 1년 후에 국가 경제..

26 유토피아 20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