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서로박: 20세기 후반의 문학 유토피아

필자 (匹子) 2022. 7. 9. 11:47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즉 소련 붕괴와 함께 지금까지 서양에서 정치적 유토피아의 실험은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정치적 유토피아”란 국가의 틀과 같은 전체적 구도에 입각한 사회 유토피아의 설계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물론 정치적 유토피아의 설계가 더 이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해서 유토피아의 설계가 이제 종언을 고한 것은 아니다. 원래 인간 동물은 심리적 속성상 끝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밖에도 지구상에는 사회적으로 지금까지 은폐되었던 문제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1. 지구 전체로 확장된 자본주의의 횡포, 2. 핵과 에너지 문제, 3. 생태계의 파괴 현상과 이로 인한 제반 문제점, 4. 인종 차별에서 파생된 갈등 내지는 전쟁, 5.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여성에 대한 핍박의 역사, 6. 분단과 남북통일의 문제, 7. 빈부 차이에서 유래하는 사회 심리적 갈등 등을 생각해 보라.

 

바로 이러한 제반 사회 심리적인 문제점 등이 작가와 지식인들로 하여금 문학 유토피아의 상을 설계하도록 자극하였고, 이로 인하여 문학 유토피아는 지속적으로 출현하였다. 요약하자면 20세기 후반의 문학 유토피아는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 가지 운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탈핵 및 환경 운동, 평화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을 가리키는데, 이 세 가지 방향이 20세기 후반부의 문학 유토피아의 특성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필자는 상기한 특성을 고려하여 20세기 후반의 문학 유토피아에 관한 네 편의 작품을 골라보았다. 그것은 1. 『월든 투』에 나타난 스키너의 유토피아. 『월든 투』는 절약하고 자제하고 살아가는 삶의 미덕 그리고 소규모의 공동체 운동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2.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 반영된 유토피아. 마지 피어시의 유토피아는 성 평등과 아나키즘의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 『에코토피아의 출현』에 반영된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유토피아. 우리는『에코토피아의 출현』에서 거대한 생태 국가의 출현 과정 및 핵문제 등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4. 『볼로의 볼로』에 나타난 P. M.의 유토피아를 가리킨다. 『볼로의 볼로』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어가는 생태 공동체의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들 가운데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부터 천착하려고 한다. 이는 연대기의 역순에 따른 것으로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시도일 수 있다. 연대기 역순의 서술 방식은 독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비판 의식 그리고 21세기의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스스로 찾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리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