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57

산도르 페퇴피의 시 (10) 팔 파토씨

팔 파토씨 마력의 잠에 깊이 빠진 것처럼 투덜거리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의 마을에서 즐거운 적 없었다. 팔 파토씨에겐 여자가 없었다. 누군가 물었다. “어떠한 이유에서 당신은 아직도 홀몸인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답했다. “결혼요? 아직 시간 있어요.” 가옥은 오래 전에 쇠락해 있고 플라스터는 벽에서 떨어졌다. 오래 전부터 윙윙 바람이 불어 처마의 일부가 뜯겨져 나갔다. 누군가 물었다. “눈비 내리기 전에 보수공사를 마쳐야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답했다. “처마요? 아직 시간 있어요.” 정원은 거의 황폐화되었다. 양귀비와 잡초가 들판에 가득했다. 누군가 물었다. “당신은 올해에 경작지를 마냥 방치했군요. 머슴들이 쟁기질을 마다하고 이곳저곳에서 놀기 때문이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

22 외국시 2020.05.05

산도르 페퇴피의 시 (9)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작은 개울에는 은빛 물결 그럼 그대의 뺨에는 무엇이? 고통의 눈물이 솟구치네. 개울물아, 그냥 흘러가라! 붉은 장미가 피고 있어 허나 개울의 흐름 사이엔 그 안에는 초록의 이끼 그렇지만 사랑하는 그대여 어서 눈물을 몰아내야 해 그대의 뺨에 핀 장미는 이로 인해 창백해지니까. Was fließt auf der Wiese? … Was fließt auf der Wiese? Bächleins Silberwellen - Was auf Liebchens Wangen? Schmerzenstränen quellen. Mag das Bächlein fließen! Blüht die rote Rose Doch auf seinen Wegen Drin im grünen ..

22 외국시 2020.04.30

산도르 페퇴피의 시 (8)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들판의 곡식이 영글고 있다. 다음날 아침 햇빛 비치자 농부들은 낫을 거머쥔다. 나의 심장 후끈후끈 타올라 마음속 사랑이 무르익는데, 귀여운 내 사랑, 제발 그을린 부분을 잘라다오. Die Sonne brennt gar heiß … Die Sonne brennt gar heiß, Im Feld' die Garbe reift, Beim nächsten Frührotschein Das Volk zur Sense greift. Mein Herz auch brennt gar heiß: Die Liebe reift darin - Sei du, mein Herzenskind, Doch ihre Schnitterin!

22 외국시 2020.04.30

블레이크: 독나무

독나무 윌리엄 블레이크 친구에게 화가 났네 화났다고 말하자 화가 풀렸네 원수에게 화가 났네 말하지 않았더니, 화가 자랐네 두려움 속에서 화에 물을 주었네 밤낮으로 눈물 부었네 가짜 미소와 달콤한 간계로 햇빛을 비춰주었네. 화는 밤낮으로 자라나 마침내 환한 사과 한알 열렸네 나의 원수는 빛나는 사과를 보았네 그게 나의 것임을 알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그는 몰래 나의 정원으로 들어왔네 다음날 아침 즐겁게 바라보았네, 원수가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A Poison Tree William Blake I was angry with my friend; I told my wrath, my wrath did end. I was angry with my foe: I told it not, my wrath ..

22 외국시 2020.03.28

드레버만: 어느 화형수의 일기 (2)

다음의 글은 앞에서 언급한 시 "임에게"에 관한 보충 사항으로 언급되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같아서 한 번 한국어로 번역해 본다. 주제어: 조르다노 브루노 Giordano Bruno, 다이아나 Diana, 로베르토 벨라르미노 Roberto Bellarmino, 오이겐 드레버만 Eugen Drewermann, 혹은 어느 화형수의 일기 ....................... 이제 내가 보아야 했던 모든 것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내일이면, 나는 세상과 결별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단히 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호주머니에서 친구가 건네준 글을 꺼냈습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생의 끔찍한 느낌이 나를 엄습하고 있습니다. 그건 얼마 남지..

22 외국시 2020.01.09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6)

캄파넬라의 "시인들에게" 해설 캄파넬라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현실 앞에서 현자로서 사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수사들, 정치가들 그리고 지식인들에게 나름대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였지, 오로지 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위의 시에서 자신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은 단테 Dante의 그것과 비견될 수는 있지만, 아리오스트 Ariost, 타소 Tasso 등의 그것과는 철저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시인들은 주어진 현실의 삶의 조건을 은폐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권력, 지식 그리고 종교 등이 몰락한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진선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5)

시인들에게 침묵의 대가는 오만으로 나타나고 경배는 아첨으로 둔갑하지, 우정은 제식으로 그리고 오성은 술수로, 사랑은 욕망으로, 아름다움은 치장으로, 고마워라, 시인들이여, 너희가 언젠가 이전 세계에 출현했던 여러 미덕, 비밀들, 신의 위대함이 아니라, 거짓 영웅, 사악한 기쁨, 허상과 광기만을 노래하니. 자연의 작품들은 너희 예술품보다 더 놀랍고, 너희의 노래보다 더 달콤하다. 허상을 밝혀주고 진리를 드러내고 있으니. 그래도 우화만 인정해주리라, 역사를 거짓으로 마구 포장하지 않고, 악덕에 대항하여 무장하는 인간을 다루니까. A’poeti In superbia il valor, la santitate passò in ipocrisia, le gentilezze in cerimonie, e ’l senno..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4)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렇다면 캄파넬라는 정말 자살하려고 자신의 감방에 불을 질렀을까요, 아니면 광인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 우리는 그저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캄파넬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아니 로마 가톨릭 신앙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처음부터 비판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에 대한 애틋한 열망 때문에 도미니크 사원에 들어갔지만, 교단의 철저한 규정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수사들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곤 하였습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의 계율에 의하면 자살은 그 자체 절대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반윤리적 행위라고 합니다.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기실 기독교 역사를..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