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54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0)

모든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 미치는 곳으로 육체와 함께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 사물 속으로 침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육체는 우리의 지식, 우리의 갈망 그리고 애타게 갈구하는 보물과 그저 마주하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토대입니다. 이러한 삶의 토대는 우리에게 커다란 고통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심지어 고통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익숙해 있습니다. 캄파넬라의 견해가 육체에 적대적이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어떤 의식은 비행의 공간이 우리에게 속할 뿐 아니라 실패로 끝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결코 육체와 영혼의 관계는 아닙니다. 죽음에 대한 경멸, 우리 속의 어린아이는 죽음에 대..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8)

캄파넬라는 일곱 번에 걸쳐 고문을 당했습니다. 마지막 고문은 40 시간 지속되었고, 살갗이 찢어지고, 피는 감방의 빗물 통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고문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감방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차라리 모진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게 나을 성 싶었습니다. 그러자 이탈리아 당국은 그를 정신이상자로 분류하여 종신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캄파넬라는 그때부터 틈만 나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속에 자신의 사상과 느낌을 담는 것 - 바로 이러한 행위는 치유의 과정이자 위안의 과정이었습니다. 1600년 31세의 나이로 감옥에 들어가서 1626년 57세의 나이로 석방되었으니, 무려 27년 동안 감옥에서 세월을 보낸 셈입니다. 그러나 캄파넬라에게 감옥은 자신의 집필실이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종신형의 ..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시선 (6)

나 자신에 관하여 묶여 있든 풀려 있든, 함께 있든 혼자 있든 외치든 침묵하든, 나는 자만하는 자들을 당황케 하리라: 내 모습 속된 인간의 눈에는 광인으로 보일 테지만, 북극 위의 신의 정신에게는 현자로 비치리라 천국으로 향해 날개를 펼치리라, 지상에 묶여 있는 자, 육체는 처절한 고통으로 괴로워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기쁘구나: 이따금 중력은 나 또한 마냥 내리 누르지만, 날갯짓은 나를 딱딱한 지상 위로 솟아오르게 하니까.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은 누가 옳은지 가려낼 것이고,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라도 언젠가는 영겁 속에 사라지겠지. 내가 짊어지고 가려는 짐은 결코 무겁지 않아. 내 사랑의 모습 이마 위에 찬란한 빛을 발하니까, 시간은 반드시 나를 어떤 밝은 곳으로 데려 가겠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고..

22 외국시 2015.11.11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5)

원래 감옥에 갇힌 사람이 비밀리에 옆방에 갇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동을 “통방 Kassiber”이라고 합니다. 감옥에 갇힌 시인이 간수의 김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옷고름에 혹은 종잇조각에 시를 새기는 것을 통방을 위한 문학적 작업이라고 하지요. 토마소 캄파넬라도 그렇게 비밀리에 문학적으로 통방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종잇조각에 철학 시를 기록하였습니다. 감옥에 갇힌 지 10년이 지나니까 원고 뭉치가 제법 두툼해졌습니다. 1600년은 유럽의 중세사에서 참으로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화형당해야 했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기도를 원하는가?"하는 가톨릭 수사의 질문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고 합니다. 토마소 캄파넬라는 1600년경에 ..

22 외국시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