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54

샨도로 페퇴피의 시 (5):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운명의 끔찍한 내리침에 대해 마치 어떤 겁 많은 사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을 거야. 누군가 단호하게 운명의 눈을 들여다볼 때 그 놈은 얼른 꼬리를 안으로 감추는 재담가 한 사람에 불과해.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행동으로 그것을 증명해 봐! 설령 데모스테네스조차도 행위보다 더 명확히 말하지 못해. 많은 걸 건설하고 파괴할 테지. 허나 그대의 일이 끝난 뒤에는 자신의 과업을 자랑 말고 폭풍처럼 침묵을 지켜야 해!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신실한 용기로 그걸 보여줘! 때로는 붉은 피 흘리면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해! 그대가 진리라고 믿는 생각과 삶은 부질없이 지나갈 거야 기 꺾이지 말고 그대의 명예처럼 방패를 간직해!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속세의 이익을 추구하거다 ..

22 외국시 2021.08.29

샨도르 페퇴피의 시 (4):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꿈속에 가라앉은 황혼 무렵에 마치 금성의 찬란한 광채처럼 그대의 마력적인 눈동자를 바라볼 때, 마치 내가 혹성을 처음 바라보던 그 순간처럼 그대의 눈빛은 모든 빛으로부터 내 영혼의 바다 속으로 향해서 짜릿한 사랑의 흐름을 퍼뜨리고 있어.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대의 눈빛이 나에게 향하면, 그건 비둘기 눈보다도 더 부드럽게 마치 어슴푸레한 날개가 평화의 야자수 나뭇가지처럼 비치고, 나에게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을 안겨주니까, 내 뜨거운 이마를 쓰다듬는, 요람 속의 베개보다 더 푹신하고, 섬세한 비단보다 더 우아하게.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대를 어떻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대의 목소리는 겨울의 나무에게 초록의 잎사귀..

22 외국시 2021.08.29

순수한 영혼의 눈 - 천국의 사물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시를 읽고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우선 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하려고 하고, 이에 애착을 느낍니다. 또한 그 말은 자신의 그릇 내에서 모든 것을 인식하는 한계성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괴테 역시 어느 시에서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를 읽기 전에 우리 자신의 그릇을 크고 순수하게 가꾸어야 합니다. 리영희 교수는 감옥의 똥통을 닦으며, 더럽다는 느낌을 씻으려 했습니다. 똥통이 더럽게 보이는 것은 우리의 눈이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은 똥통이 아니라, 선입견으로 가득 찬, 제한된 우리의 오관입니다. 플로티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

22 외국시 2021.04.13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시선 (3)

나라를 지닌 자가 왕이 아니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왕이다. Non è re chi ha regno, ma chi sa reggere 붓과 물감을 가진 자가 괴발개발 그림 그려 벽과 먹지 더럽힌다면, 그는 화가가 아니리. 설령 먹, 펜, 필통이 없더라도, 그림 그릴 능력을 지니면 그가 참다운 화가이리라. Chi pennelli have e colori, ed a caso pinge, imbrattando le mura e le carte. pittor non è; ma chi possede l'arte, benché non abbia inchiostri, penne e vaso. 삭발한 머리, 성의가 성직자를 만들지 않듯이 거대한 왕국과 땅을 지닌 자는 왕이라 할 수 없지 예수와 같이 천한 노예 출신이..

22 외국시 2020.11.30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2)

"자기 사랑과 보편적 사랑" 해석 자기 사랑은 인간을 긴장시키는 게 아니라, 맥없이 만듭니다. 인간에게는 허영심이 많습니다. 아무런 고귀함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마치 자신이 고귀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지요.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은 허영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남들을 칭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타인으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취합니다. 따라서 아첨, 아양, 칭찬의 말씀을 추적해 나가면, 우리는 그 속에 이기심 내지 자기 사랑에 대한 욕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사랑은 무언가를 얻으려는 어떤 질시 내지는 탐욕 등과 관련되지요 그렇지만 공동의 사랑은 자기 사랑과는 다릅니다. 신의 사랑은 무언가를 바라는 감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

22 외국시 2020.09.14

서로박: 캄파넬라의 옥중 시선 (1)

자기 사랑과 보편적 사랑 자기 사랑은 인간을 그저 맥없이 만들곤 해요. 허나 살아가려면, 현명하고 선하며 품위 있게 보여야만 해요. 침묵의 스핑크스 안으로 들어가면 끝내 자기를 속이기 마련이니까요. (고통을 감추게 하는 건 명예, 박수, 황금이지요.) 탐욕은 조금 지나면 다른 사람의 미덕을 자신의 악덕으로 착색시키고, 거짓으로, 공개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게 하지요. 허나 성부의 사랑으로 충만해 있는 자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바라보고, 그저 신과 함께 그들의 안녕에 기뻐할 뿐이지요. 프란체스코, 그대는 물고기와 새들을 친구들이라고. 명명해요. (오, 이를 깨달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허나 우리는 그들이 반항하거나 부끄러워한다고 여기지요. Parallelo del proprio e comune amore..

22 외국시 2020.09.14

산도르 페퇴피의 시 (10) 팔 파토씨

팔 파토씨 마력의 잠에 깊이 빠진 것처럼 투덜거리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의 마을에서 즐거운 적 없었다. 팔 파토씨에겐 여자가 없었다. 누군가 물었다. “어떠한 이유에서 당신은 아직도 홀몸인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답했다. “결혼요? 아직 시간 있어요.” 가옥은 오래 전에 쇠락해 있고 플라스터는 벽에서 떨어졌다. 오래 전부터 윙윙 바람이 불어 처마의 일부가 뜯겨져 나갔다. 누군가 물었다. “눈비 내리기 전에 보수공사를 마쳐야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답했다. “처마요? 아직 시간 있어요.” 정원은 거의 황폐화되었다. 양귀비와 잡초가 들판에 가득했다. 누군가 물었다. “당신은 올해에 경작지를 마냥 방치했군요. 머슴들이 쟁기질을 마다하고 이곳저곳에서 놀기 때문이지요?“ 질문하는 자에게 즉시 대..

22 외국시 2020.05.05

산도르 페퇴피의 시 (9)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들판에는 무엇이 흐르는가? 작은 개울에는 은빛 물결 그럼 그대의 뺨에는 무엇이? 고통의 눈물이 솟구치네. 개울물아, 그냥 흘러가라! 붉은 장미가 피고 있어 허나 개울의 흐름 사이엔 그 안에는 초록의 이끼 그렇지만 사랑하는 그대여 어서 눈물을 몰아내야 해 그대의 뺨에 핀 장미는 이로 인해 창백해지니까. Was fließt auf der Wiese? … Was fließt auf der Wiese? Bächleins Silberwellen - Was auf Liebchens Wangen? Schmerzenstränen quellen. Mag das Bächlein fließen! Blüht die rote Rose Doch auf seinen Wegen Drin im grünen ..

22 외국시 2020.04.30

산도르 페퇴피의 시 (8)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자 들판의 곡식이 영글고 있다. 다음날 아침 햇빛 비치자 농부들은 낫을 거머쥔다. 나의 심장 후끈후끈 타올라 마음속 사랑이 무르익는데, 귀여운 내 사랑, 제발 그을린 부분을 잘라다오. Die Sonne brennt gar heiß … Die Sonne brennt gar heiß, Im Feld' die Garbe reift, Beim nächsten Frührotschein Das Volk zur Sense greift. Mein Herz auch brennt gar heiß: Die Liebe reift darin - Sei du, mein Herzenskind, Doch ihre Schnitterin!

22 외국시 20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