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외국시 57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2)

다음의 시는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시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츠베타예바처럼 아름답고 애절한 연애시를 집필한 시인도 드물 것이다. 그미는 모든 오감을 동원하여 사랑의 극한을 체험하려 하였고, 사랑, 더욱 정확하게 말하면 고통 속에 도사린 사랑의 본질을 언어로 표현하려 하였다., 사랑의 징후 마치 앞섶에 산 (山) 하나 보듬은 것처럼 온 몸이 고통으로 시달리고 있어요! 괴로움으로써 사랑을 알아차리지요, 나는. 온 몸이 땅 아래로 축 쳐지고 있어요. 마치 마음속에 들판이 퀭하게 뚫린 것처럼 드러난 내 가슴을 내리 꽂는 천둥과 뇌우. 모든 가까움이 가장 먼 곳으로 향하여 퍼져..

22 외국시 2023.09.09

서로박: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애시 (1)

다시 주섬주섬 옷 입기 싫어요, 당신은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했지요. 그렇지만 당신의 다가올 나날은 내 기쁨으로 마지막까지 즐거울 거예요. 당신은 특히 춥디추운 밤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망설였어요. 그렇지만 당신의 도래할 시간은 내 기쁨으로 신선하고 환해질 거예요. 당신은 거짓 없이 나와 그걸 했지요. 더 잘 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순수하게 나의 삶은 당신의 청춘과 같아요, 그냥 지나칠 수도, 떠날 수도 없어요. 친애하는 J, 오늘은 동성애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읽어봅니다. 인용한 시는 러시아의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 (1892 - 1941)가 20세기 초에 남긴 연작시 '여자친구 4'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츠베타예바의 동성애의 사랑을 가장 진솔하게, 가장 격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2 외국시 2023.09.09

카린 보위에의 시 "최상의 것"

스웨덴의 시인 카린 보위에의 시작품들은 간결한 언어로 인간의 삶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하는 고통의 편린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강렬히 원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없는 경우를 느낍니다. 이는 사랑의 삶에서 자주 감지되는 현상이지요.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경우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바로 이러한 미묘한 고통 속에서 보위에의 연애시가 태어났습니다. 시 한편을 인용하기로 하겠습니다.  「최상의 것 Det bästa」 카린 보위에 Karin Boye   우리가 가진 최상의 것을 글로 기술할 수 없어요. 줄 수도 말할 수도 없어 마음 깊이 간직해야 하지요.  Det bästa som vi äga,det kan man inte gi..

22 외국시 2023.04.18

박설호: (4)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앞에서 계속됩니다.) 너: 마지막으로 한 편의 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의 시는 캄파넬라의 대표작인가요? 나: 네, 「나라를 지닌 자가 왕이 아니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왕이다. Non è re chi ha regno, ma chi sa reggere」를 대표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권력의 본질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붓과 물감을 가진 자가 괴발개발 그림 그려 벽과 먹지 더럽힌다면, 그는 화가가 아니리. 설령 먹, 펜, 필통이 없더라도, 그림 그릴 능력을 지니면 그가 참다운 화가이리라. 삭발한 머리, 성의가 성직자를 만들지 않듯이 거대한 왕국과 땅을 지닌 자는 왕이라 할 수 없지 예수와 같이 천한 노예 출신이라도 마치 혹성, 팔라스와 화성처럼 그는 차제에 반드시 왕이 되겠지. ..

22 외국시 2022.12.15

박설호: (3)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앞에서 계속됩니다.) 너: 이에 관해서는 오랜 대화가 필요할 것 같군요, 이번에는 시집에 관해서 언급하기로 합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데, 어떻게 시집이 간행될 수 있었는지요? 제가 알기로는 1622년에 그의 시집이 프랑크푸르트에서 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시기에 그는 나폴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 않았나요? 나: 네. 시집이 간행된 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1612년은 캄파넬라가 나폴리 교도소에 수감된 지 12년 째 되는 해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독일의 인문학자이며 법률가인 토비아스 아다미 (Tobias Adami, 1581 – 1643)는 자신의 제자와 함께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는 작센의 귀족이며 나중에 군주가 되는 제자, 루돌프 폰 뷔르나우와 함께 그리스, 예루살렘 그리고..

22 외국시 2022.12.15

박설호: (2)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나: 일단 캄파넬라의 시 한 편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침대를 불지르고 미쳐버린...Di se stesso, quando, ecc...」이라는 작품입니다. “카이사르를 피해, 그리스와 리비아로 자유를 찾아 떠났다, 독재자의 적 카토는. 도저히 달랠 수 없는 욕망으로 자청해서 죽음 속으로 뛰어들었다. 망각한 권력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는 걸 영리한 한니발이 알아차렸을 때, 그는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 클레오파트라 역시 뱀을 움켜쥐었다. 경건한 마카비도 그렇게 행동했다, 브루투스와 솔론도 일순 광증에 사로잡혔고, 다윗 역시, 가트 지역의 왕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언자 요나가 어디론가 잠적한 뒤에 다시 돌아왔듯이, 나 또한 성스러운 마음으로 희생물을 바쳤다, 방화를 저지름으로써.“ (필..

22 외국시 2022.12.14

박설호: (1)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너: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항이라는 주제로 토마소 캄파넬라의 철학적 옥중시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하필이면 저항과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캄파넬라의 시문학을 선택하였는지요? 나: 미리 말씀드리지만 캄파넬라의 시작품은 두 가지 사항을 시사해줍니다. 1. “시인과 지식인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자청해서 걸어가는 존재다.” 2. “우리는 걸어가면서 조우하는 생명들에게 머리(首)를 낮추어야 한다. 도(道)의 정신이다.” 너: 멋진 말인데요? 나: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처절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오늘날 대부분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거나, 국가의 검열로 인해서 핍박당하곤 합니다. 시인과 작가는 카산드라의 운명을 안고 있으니까요. 카산드라가 시대의 암운을 예견하면,..

22 외국시 2022.12.14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5)

그대가 걸어온 길을 알고 싶지 않아요. 임이여! 그대가 가지고 온 것은 좋았으니까요. 맨발의 나, 그대는 눈물을 가득 흘려 그대의 머리칼로 일순 내 발을 싸안았어요. 아니, 묻지 않을 게요, 그대가 이전에 무엇을 대가로 그대의 향유를 구입했는지. 나는 알몸이었어요, 그대는 - 마치 파도와 같이 나를 칭칭 감았지요 - 나의 옷이었어요. 그대의 알몸을 손가락으로 더듬거리고 있어요. 물처럼 조용히, 풀처럼 깊숙하게 ... 나는 바로 서 있었지만, 그대를 애무하도록 몸 구부려야 했어요, 도에 지나치게. 그대의 머리칼 속에 내 구덩이 하나 파야 해요, 나를 휘감아 봐 - 아무런 수건도 없이. 향유를 가져온 여인이여! 세계와 향유가 내게 뭐람? 마치 밀물처럼 나를 씻겨낸 분은 바로 그대였지요. О путях тво..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4)

나: 놀라운 지적이로군요. 어쨌든 마리아 막달레나가 던지는 추파는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남자가 “결함이 많”은 자신을 배척하지 말고, 받아주기를 애타게 기대하고 있어요. 너: 츠베타예바의 연애시는 대체로 기쁨과 희열 대신에 비애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군요. 사랑의 고통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애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나: 네, 아마도 츠베타예바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릴케의「피에타 Pietà」(1912)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내 가슴속으로 고난이 엄습하네. 이름 없는/ 무엇이 가득 찼어. 돌의 내면이 굳어가듯이/ 나도 굳어가네./ 내 마음 얼마나 단단한..

22 외국시 2022.09.25

서로박: 츠베타예바의 시, "막달레나" (3)

우리 사이에는 - 십계명이 있어요. 불로 타오르는 열 개의 열정이지요. 고유한 피는 더 이상의 공간을 알지 못해요. 당신은 나에게 낯선 피니까요. 축복의 말씀이 전해지던 시대에 만일 사도들 가운데 하나가 나라면... (당신은 낯선 피, 가장 열망하는 무엇보다 가장 낯선 빛이지요.) 결함이 많아 감히 당신에게 내 마음 드러낼 수도 감출 수도 없었지요. - 밝은 머리카락! 나는 악마의 눈으로 자신을 감추고 향유를 붓고 싶었어요, 당신의 발에다, 발 아래로 향해서. 모래, 땅 속의 자갈로 흐르도록 ... 소매상인들에게 팔았던 사랑, 참회하는 여인이여, 그대, 침 세례를 당하는 그대, 모조리 흘러라! 당신의 입술과 관자노리에는 거품이 일고, 모든 욕망 땀으로 맺히며, 머리카락 속으로, 나의 몸속으로. 모피와 같..

22 외국시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