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117

서로박: (4)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18. 조아키노가 파악한 성령의 본질 (2): “위로하는 자”라는 표현은 성령이 수행하는 고유한 임무를 포괄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령은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피의 보복자γοηλ”를 지칭합니다. 그분은 위로하는 자가 아니라, 복수하는 소송인입니다. 다시 말해 부정한 세상에서 정의로움을 위하여 부정과 죄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바로 “원고”로서의 성령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성령은 판관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은 오로지 최후의 심판, 다시 말해 마지막의 재판을 통하여 모든 사항에 대해서 정의롭게 판결을 내리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분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무죄를 입증하고 그들의 넋을 기릴 뿐 아니라, 죄악에 대한 진범을 가려내어, 그에게 정당한 죗값..

38 중세 문헌 2023.03.17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2) 어느 날 아를레크는 에스파냐 출신의 이사벨이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낯선 땅의 낯선 여자는 마치 집시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가볍고도 강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쪽)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그미의 용모, 말씨 그리고 행동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잃어버린 유년의 흔적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에스파냐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를레크의 눈에는 이사벨이 처음부터 이상적인 처녀로 비칩니다. 에스파냐 그리고 에스파냐의 언어는 주인공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주인공은 이사벨에게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더 나은 무엇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은 가련하다” (Freud) “희망을 포기하거나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은 언제나 회의적 세계관을 지닌 실증주의자들이었다.” (Bloch)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는 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부자유의 질곡에 갇혀 있는 자이다.” (필자) ......................... 희망은 그냥 막연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끔찍하고 참혹한 개인적 사회적 정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아 바로 “터득한 희망docta spes”입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는 갈망은 절망과 반대되는 정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차제에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가능성의 ..

1 알림 (명저) 2023.03.05

박설호: (1)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헝가리 출신의 대표적 문예 이론가, 게오르크 루카치 (1885 - 1971)의 "역사와 계급의식. 마르크스 변증법에 관한 연구 (Geschichte und Klassenbewußtsein)"은 논문 모음집으로서 1919년 3월에서 1922년 9월 사이에 집필되었다. 1918년 말에 루카치는 헝가리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헝가리 혁명 공화국에서 교육 담당 인민 대표위원 직책을 맡게 되었다. 1919년 혁명 공화국이 순식간에 몰락하자, 루카치는 빈으로 도주하였다. 이곳에서 루카치는 이 책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을 집필하였으며, 부분적으로 1920년에서 1921년 사이에 잡지 "공산주의"에 싣게 하였다. 루카치는 1922년에 간행된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거론한다. 그는 “저자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

23 철학 이론 2023.02.13

(단상. 456)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새로운 물질 이론에 관한 관심이 높다. 신유물론에 관한 논의는 과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그러했듯이  유행을 타고 번지는 것 같다.  신유물론은 인류세에 즈음한 생태계 위기의 관점을 반영한 사고의 관점에 근거한 것인데,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2.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변적 실재론 등으로 구분된다.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우리는 몸, 타자, 환경, 지구 등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사고한다. "물질Mater"은 세계의 발효하는 모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으로서 "어머니Mutter"에서 비롯한 단어이다. 이 점에 있어서 신유물론은 남녀 평등, 자연과의 공생, 평화의 추구 그리고 절약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삶이야 ..

3 내 단상 2023.02.07

서로박: 음악 이야기 (2)

(앞에서 계속됩니다.) 이로써 판 플루트 Panflöte 가 만들어졌습니다.피리소리, 플루트 소리는 그 자체 임이 떠나버린 슬픔으로 인한 흐느낌 내지 임을 찾으려는 가상적 갈망의 표현입니다. 음악은 사랑하는 임을 애타게 찾으려는 흐느낌을 상징합니다. (위의 이야기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제 1권 689 행에서 713행에 서술되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속담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인디언 청년이 피리를 불면, 그가 사랑하는 인디언 처녀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간에 그리움의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그래 음악은 바로 지금 곁에 없는 연인과 가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입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4분 3초) 사이키 델릭과 인디언의 노래가 어우러진 멋진..

블로흐: 후설의 현상학 비판

수학자들은 미분학을 동원하여 현실의 기본적 요소들을 구성해내려고 시도했다. 이로써 신 자체는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도덕적인 종말로, 다시 말해서 요청하는 영역으로 이전되고 말았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명징하게 울려 퍼지고 창세기의 모세의 이야기는 마치 축제처럼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지며, 예언자의 경정에 의해서 대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코엔이 조물주의 존재와 그 기능을 파기한 것은 세계 창시지만 파기한 게 아니라, 수학적 구성 외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현존하는 존재들을 모조리 파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신칸트학파 사람들은 감각적 물질 그리고 실재하는 개별적 존재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말았는데, 이러한 처사야말로 그들이 카테고리의 논리성을 강조하다가 안타깝게 지불해야 했던 대가였다. 그런데 현상..

29 Bloch 번역 2023.01.26

서로박: (2)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문헌학적 관점에서 이해되는 명작 (1): 캄파넬라는 무척 영리한 학자였습니다. 감옥에서 수십 년간 영어의 삶을 보내면서도 그는 자연과학, 천문학, 의학, 신학, 윤리학, 법학 등을 연구하였고, 이러한 노력 속에서 약 80권의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밖에 캄파넬라는 시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의 철학 시편은 자신의 절망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필된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도 회자될 정도로 신에 대한 믿음과 사악한 인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태양의 나라』또한 감옥에서 집필된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오로지 독서와 집필에 몰두함으로써 죽음과 싸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원고들은 간수들에 의해서 몰수되었으며, 몇 편은 완전히 불에 타서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이..

34 이탈스파냐 2023.01.19

(명저 소개) 조영준의 "자연과 공생하는 유토피아" - 셸링, 블로흐, 아나키즘의 생태 사유

조영준 선생님의 책 자연과 공생하는 유토피아를 소개합니다. 조영준 선생님은 뮌스터 대학교와 카셀 대학교에서 셸링 철학을 전공하여 독일의 카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으로 현재 경북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하고 계십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제 3장 주체로서의 자연 이해 셸링의 자연 철학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양 철학에서 대부분 철학자들이 의지, 의식 그리고 정신에 몰두한 데 비하면, 셸링이야 말로 고대로부터 이어진 질적 자연의 의미를 시종일관 추적해나간 철학자였습니다. 제 3장은 1. 기계론적 자연관 비판, 2. 인간 중심주의의 자연관 비판, 3. 주체로서의 자연, 4. 자연의 주체성과 생산성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지금까지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해 왔으..

1 알림 (명저) 2022.11.01

서로박: 루디 두치케

(루디 두치케는 아내 그레텐과 1968년 1월 10일 태어난 아들 "호세아-체" (예언자 호세아와 체 게바라의 합성 이름)와 함께 체고로 가서, 1968년 4월 9일 프라하 대학 강당에서 연설하였다. 사진의 왼쪽에는 두치케의 머리 부분이 보인다.) 루디 두치케는 1968년에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놀라운 지식인 운동가였습니다. 그는 불과 28세의 나이에 83세의 에른스트 블로흐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당시에 어느 몰지각한 우익 청년에 의해서 세 발의 총상을 입었지요.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두치케의 뇌가 손상되었습니다. 시인, 볼프 비어만은 「루디 두치케에게 향한 세 발의 총성」에 관한 발라드를 불러서 독일 내의 우파, 어용 지식인 그리고 재벌들을 통렬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언어 장애에 시..

2 나의 잡글 202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