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근대영문헌

서로박: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4)

필자 (匹子) 2022. 3. 28. 11:40

(앞에서 계속됩니다.)

 

22. 작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1), 어머니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 작품은『프랑켄슈타인』은 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심리적으로 하자를 지닌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이비 과학 그리고 마법적 사고에 집착하는 인물로서 마치 자신과 같은 어떤 생명체를 기필코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한 그의 이념은 처음부터 편집적 광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켄슈타인은 환청에 시달리고, 아침저녁으로 깊은 우울증에 사로잡히는 인물입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인조인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자신의 분신이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조인간을 만들려는 확고한 의지는 자신이 스스로 사랑하는 자신의 육체를 별도로 재구성하려는 욕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한 그것은 나르시시즘에 근거한 분열 욕구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과학자의 편집 광기의 측면에서 작품을 해석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편집증 아버지와 정서적으로 고립된 아들 사이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메리 셸리 역시 어머니 없이 자랐으며, 그미의 아버지 골드윈은 권위주의적이며 자신의 학문과 일에만 몰두하는 전형적 인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메리는 정서적으로 불안했으며, 배다른 누이에게서 인간적 온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인조인간이 작가 메리 셸리와 유사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모성이 결핍된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퍼시와의 사랑 끝에 태어난 아기가 일찍 사망한 데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전기적 차원에서의 작품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23. 작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2), 무관심한 자식들의 일탈된 행동: 또 한 가지 언급되어야 하는 사항은 비정한 아비지의 상, 이를테면 장 작 루소의 이율배반적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식들을 다만 떠든다는 이유로 고아원에 보내서 결국 바람직한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은 학문에 몰두하여, 학자로서의 명성을 누린 자가 바로 루소였습니다. 물론 루소는 테레사 그리고 테레사의 어머니 사이의 삼각관계 속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가급적이면 가정 구도로부터 벗어나, 학문 속으로 도피하려고 했습니다. 두 여인의 야합에 의한 공격은 그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고독한 남성으로 살아가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 (Shelly 1839: 130).

 

요약하건대 “빅터 프랑케슈타인 – 윌리엄 골드윈 – 장 작 루소.” 이들은 “사랑의 삶에서 만족을 누리지 못하며, 학문에 몰두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식들의 인성과 감성을 해치는 잔인한 아버지의 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가령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서 영향을 받은 인조인간은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겪습니다. 이로써 나타나는 것은 성격 장애라는 증상입니다. 그의 자아는 처음에는 마치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인조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대상을 찾지 못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결국 심리적 자아 상실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며 사랑해주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는 우울증 내지 잠재적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에 이르러 인조인간이 거대한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흉측한 외모를 지닌 자의 내적 갈등과 사회 적응 그리고 대인 관계의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24. 작품의 심리학적 해석 (3),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 혹은 무관심: 분명히 말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심리학적 차원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의 차원에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인조인간에게는 자신을 애틋하게 보살피는 어머니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메리 셸리는 루소 전기를 집필하면서 인간 정서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사랑은 하나의 이데올로기 내지는 자식의 자유를 동여매는 심리적 차단 기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결국 자식의 정서를 해치고 타인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시키게 작용합니다.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합니다.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부모의 이기심이 변형된 형태라는 것입니다. (Wollstonecraft: 150) 교육에 있어서는 부모들의 지나친 간섭 뿐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과 무관심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게 울스턴크래프트의 지론이었습니다. 특히 그미는 한편으로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을 지탄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식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방치하는 무책입한 부모들을 비난하였습니다.

 

실제로 메리 셸리는 루소 전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즉 “고독한 남성보다는 지속적인 자기 헌신으로 자식과 아내를 보살피는 남성이 훨씬 자연 상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Shelly 1839: 135) 특히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어머니가 사랑 받는 존재이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사랑을 받는 사람이 사랑을 베풀 수 있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잘못된 교육은 무엇보다도 장 작 루소와 같은 가족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 수 없습니다.

 

25. “과학을 위한 과학” 연구에 대한 경고: 셸리의 인조인간은 괴테의 파우스트 제 2부에 묘사되고 있는 호뭉쿨로스를 연상시킵니다. 나아가 그것은 아교 인간, 골렘에 관한 신화를 연상시키며, 빌리에 드 릴라당 Villiers de L’Isle Adam의 작품, 『미래의 이브』에 등장하는,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인조인간, 안드르와든 알라 보캉송 Androiden à la Vaucanson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기술로 형상화된 인조 여성은 실재하는 알리시아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인조 여성을 “미래의 이브”라고 명명합니다.

 

미래의 이브는 자동화된 전자 인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미는 오로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향수 뿌린 육체, 마이크, 납판 축음기 그리고 전자의 파장 등의 기이한 물건들로 짜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로써 빌리에 드 릴라당의 인조인간은 오로지 기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과는 달리 스스로 심리적 갈등에 시달릴 정도의 자의식을 지니지는 않습니다. 그미의 모습은 새로운 올림피아를 연상하게 합니다. 새로운 올림피아는 실존하는 여성의 이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블로흐: 892쪽). 이로써 빌리에 드 릴라당은 『미래의 이브』를 통하여 먼 훗날 나타날 사이보그의 가능성을 오로지 자신의 상상으로 묘사해내었습니다.

 

26. 괴테의 프로메테우스: 그렇지만 인조인간의 이야기는 주제 상으로 고찰할 때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다룬 괴테의 작품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괴테의 작품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는 가부장적 지배 질서를 강조하는 신 제우스에게 대항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어냅니다. 이로써 만들어진 인간은 제우스신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괴테는 종교적 독단에 대항하는 반신의 혁명적 자세를 무엇보다도 중시한 셈입니다.

 

메리 셸리는 자연과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차용하였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괴테의 작품 속에서 지식의 한계 그리고 인간 지배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려는 유일한 목표를 지닌 반신입니다. 그러므로 괴테의 작품은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파우스트의 방식으로 측정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셈입니다. 이에 비하면 E. T. A. 호프만은 미래 사회의 인간형과 이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연 과학자들을 냉소적으로 고찰하였습니다, 오히려 그는 과학 기술 연구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연구 성향에 제동을 걸고 싶엇는지 모릅니다. 어쨌든 ETA. 호프만이 『모래 사나이』에서 과학 기술에 관해 경고하고 있으며, 셸리 역시 과학 연구만을 위한 과학 연구가 얼마나 끔찍한가? 하는 것을 지적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