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림 (명저)

(명저 소개) 조영준의 "자연과 공생하는 유토피아" - 셸링, 블로흐, 아나키즘의 생태 사유

필자 (匹子) 2022. 11. 1. 11:14

 

조영준 선생님의 책 자연과 공생하는 유토피아를 소개합니다. 조영준 선생님은 뮌스터 대학교와 카셀 대학교에서 셸링 철학을 전공하여 독일의 카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으로 현재 경북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하고 계십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제 3장 주체로서의 자연 이해 셸링의 자연 철학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양 철학에서 대부분 철학자들이 의지, 의식 그리고 정신에 몰두한 데 비하면, 셸링이야 말로 고대로부터 이어진 질적 자연의 의미를 시종일관 추적해나간 철학자였습니다. 제 3장은 1. 기계론적 자연관 비판, 2. 인간 중심주의의 자연관 비판, 3. 주체로서의 자연, 4. 자연의 주체성과 생산성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지금까지 사람들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해 왔으며, 자연은 영원한 처녀지 내지는 고유한 타자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러나 셸링은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형이상학은 모든 기계론의 대립이다라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셸링이었습니다. 자연은 고유한 잠재력에 근거하여 스스로를 산출하며, 유기체를 생산합니다. 

 

2. 셸링은 피히테의 공리주의 내지는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했습니다. 왜냐하면 피히테는 자연의 고유한 생동 행위 내지는 성명적 가치를 부정하고, 사유의 산물로 강등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셸링에게는 이용 대상으로서의 객체가 아니며, 경제적 착취의 처녀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셸링은 자연이 인간에 의해 고안된 게 아니라, 그 자체 고유한 주체성을 지닌 무엇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연은 인간을 포함 (包含)한 하나의 포괄적 주체라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조영준 박사의 다음과 같은 주장입니다. 즉 셸링의 자연 주체가 유럽 낭만주의자들이 추적한 신비적 영성체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생산물 그리고 생산성, 다시 말해서 산출하는 자연의 의미와 산출되는 자연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4. 이로써 셸링의 자연 개념은 끝없이 무언가를 발효하는 모태로서의 물질이며, 나아가 그 자체 고유한 주체의 면모를 드러내는 물질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셸링의 자연 개념은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보편적 물질이며, 부단하게 재생산되는 개별적 물질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한 셸링의 자연은 "하나의 강"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강은 유유히 흐르지만, 다른 무엇과 부딪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강은 생산물과 생산성의 부단한 재생산 과정을 보여줍니다.

 

조영준의  자연과 공생하는 유토피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려줍니다. 오늘날 자연, 지구, 환경, 생태계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간은 수미일관 일방적이고, 편협하며, 실용주의의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의 사고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양의 철학은 항상 관념론의 방법론에 치중해 왔으며, 셸링의 자연 철학은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본서는 셸링과 블로흐의 철학적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할 뿐 아니라, 생태주의 그리고 생태학의 사유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믿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