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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3)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고통스러운 자해 행위: 다음 날 에리카는 몸속에 칼 한 자루 감춘 채 발터가 다니는 기술 대학으로 향합니다. 그를 죽일지, 아니면 그를 연인으로 되찾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발터가 눈에 뜨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에리카는 그가 어느 여대생에게 추파를 던지는 모습을 멀거니 지켜봅니다. 에리카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학대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릅니다. 그미는 칼을 꺼내어 자신의 어깨를 찔러버립니다. 어깨에서는 피가 솟아납니다. 피 흘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그미의 모습은 마치 짝 잃은 미친 비둘기 암컷처럼 보입니다. 11. 노이로제 환자: 소설의 내용이 어떠했는지요? 옐리네크는 에리카라는 인물을 통해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한 인간의..

44 20후독문헌 2024.04.17

서로박: (2)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앞에서 이어집니다.) 6. 즐겁지 못한 관음행위: 문제는 에리카가 음악 뿐 아니라 삶에서 스스로 체득한 바를 자신의 제자에게 그대로 전해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미는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하는데, 자신에게서 피아노 배우는 학생들의 학부형이 연주회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에리카는 그들에게 나쁜 점수를 매깁니다. 이를테면 그미는 흥청망청 즐기는 대중들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몹시 경멸합니다. 처음에 에리카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언제나 피아노 곁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나 에리카는 서서히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고, 아름다운 옷이라든가, 멋진 신발 그리고 명품 백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상점에서 몰래 옷을 훔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미는 훔친 옷을 길가의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에리카는 어머니 몰래 소풍을 떠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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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1)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1. 옐리네크의 소설: 친애하는 E,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노벨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 (Elfriede Jelinek, 1946 - )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 Die Klavierspielerin』에 관해서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합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인데,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70년대 중엽에 작가는 『연인들 Die Liebhaberinnen』 (1975)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소시민들의 사랑의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성적인 고통과 테러 행위가 신랄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랑의 삶에서 성적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결혼 이전의 시기에 꿈꾸어왔던 달콤한 삶을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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