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블로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유토피아의 정신"은 20세기초의 유럽을 염두에 두면서, 시대 그리고 예술에 관한 명상을 반성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블로흐가 쓴 대부분의 글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짧은 단상으로 시작된다. 블로흐는 예컨대 항아리, 유리 그리고 가구 등과 같은 가시적이고 지엽적인 사물들을 다루면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해 나간다. 뒤이어 이어지는 논의는 예술에 대한 개념적인 해명이다. 블로흐는 예술을 철학적으로 논하면서 예술의 두 가지 특성을 일차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 하나는 예술의 “목적 형태 (Zweckform)”이며, 다른 하나는 “넘쳐흐르는 예술적 표현 (ausdrucksvolle Überschwang)”이다. 전자는 실천적 생산 원칙으로서 예술 작품을 생산하게 된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