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Bloch 저술 75

박설호: (5)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앞에서 계속 됩니다.) 21.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 테제」: 블로흐는 희망의 원리 제1권에서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 테제에 관한 글을 첨부합니다. 마르크스는 1845년에 「포이어바흐에 관하여 Ad Feuerbach」라는 글을 집필했는데, 바로 여기에 포이어바흐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블로흐는 11개의 테제를 순서대로 분석하는지 않고, 주제 중심으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견해를 제사합니다. 첫째로 포이어바흐는 무신론의 관점에서 종교 속에 은밀하게 작용하는 신의 권능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를 예리하게 지적했지만, 역사 속에 작용하는 헤겔의 변증법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의 본질적 기능은 포이어바흐에게는 그저 부수적인 사항에 불과했습니다. 둘째로 포이어바흐는 ..

27 Bloch 저술 2024.02.25

박설호: (4)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6. 낙관하지 않는 희망: 흔히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라고 표현합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갈망은 아무래도 추장적 유토피아일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구체적 유토피아는 “(배우고) 습득한 희망docta spes”을 가리킵니다. “습득한 희망”은 인간의 갈망의 정서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감 떨어지는 것을 갈구하는 수동적 기대 정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힘든 삶 속에서 절망을 느끼는 자의 애타는 갈망 속에서 희망의 본연의 특성이 발견됩니다.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이것을 “낙관하지 않는 희망”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희망의 내용은 주어진 현실에서 처음에 의도한 바대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일견 희망은 이와 결부된 환멸을 전제로 작용하는 것처럼 비칩니다. 그렇다..

27 Bloch 저술 2024.02.24

박설호: (3)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0. 예견하는 의식으로서의 “백일몽”: “낮꿈”은 예견하는 의식으로서 하나의 전투적 낙관주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희망은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가능성, “새로운 무엇Novum”, 유토피아 등의 개념들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구체적 형상으로서의 “낮꿈”이 처음부터 희망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희망이라는 기대정서를 명확하게 구명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개념인 “잠재적 역동성δυνάμειν”, 마르크스 (Karl Marx, 1818 - 1883)의 11개의 포이어바흐 테제 등을 차례로 분석합니다. “잠재적 역동성”은 어떤 변모의 가능성을 미리 안고 있는 엔텔레케이아의 속성입니다. 마르크스가 제기한 11개의 포..

27 Bloch 저술 2024.02.23

박설호: (2)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작은 낮꿈들: 제 2장에서 블로흐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개진합니다. 인간의 기대 정서인 희망을 언급하기 위하여, 내면에 도사린 여러 가지의 충동을 추적합니다. 인간은 넓은 의미에서 충동적 존재입니다. “충동은 마치 손수건을 물들이는 것처럼 우리의 얼굴에다 화날 때는 붉게, 질투할 때는 노랗게, 짜증 날 때에는 초록으로” 색깔을 입힙니다. 외로움과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새파랗게 질리게 하지 않습니까? 분노, 우울, 불안 그리고 미움은 인간의 네 가지 감정의 유형이지요. (박설호: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2017, 8쪽 이하.) “노여움mania”은 건조한 열기의 특징을 지니는데, 명상, 복식 호흡 그리고 약물로 어느 정도 다스려질 수 있습니다. “우울m..

27 Bloch 저술 2024.02.22

박설호: (1) 희망의 원리, 제 1차 강의

1. 오늘날 희망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사상가, 에른스트 블로흐 (Ernst Bloch, 1885 - 1977)의 『희망의 원리』:. 한반도의 가치 질서는 “책”이 아니라, “돈”인가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버는 재벌, 스포츠인 그리고 연예인에게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지혜로운 철학자라든가 착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지닌 시인과 예술가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칼부림이 자행되고, 보이스 피싱 그리고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 이곳은 돈의 광란이 기승을 부리는 헬-조선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사람들은 과학 기술만 맹신합니다. 기술은 우리에게 포만한 삶을 안겨준다고 거짓 선전을 일삼습니다. 대부분 사회주의의 이상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역사의..

27 Bloch 저술 2024.02.22

서로박: 블로흐와 자게

정치학자 리하르트 자게는 유토피아의 의향으로서의 란다우어, 만하임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의 입장을 처음부터 배격하고, 토마스 모어의 고전적 유토피아를 유토피아 개념의 핵심 사항으로 수용하고 있다. 1991년 『신시대의 정치적 유토피아 Politische Utopien der Neuzeit』이후로 4권에 이르는 『유토피아 프로필 Utopische Profile』을 발표해 왔다. 물론 자게는 방대한 서적을 통하여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부분적으로 수정하고 어느 정도 유연한 입장을 표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게는 오랫동안 한 가지 근본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유토피아의 의향의 개념으로서 천년왕국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그의 많은 논문과 연구서에..

27 Bloch 저술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