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73

서로박: 푸코의 "광기와 비-이성"

1. 일단 푸코의 문헌에 관해서 가급적이면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일단 요약해보기로 한다. 미셸 푸코 (M. Foucault, 1926 - 1984)의 "광기와 비이성 (Folie et déraison)"은 1961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푸코는 초기 저작물인 본서에서 프랑스를 예로 들면서, 이른바 한계 경험에 관한 어떤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레비스트로스와 관련하여 그는 특정한 사회가 다른 특정한 사회와 어떻게 다르며, 이러한 다른 점이 어떻게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차단 메커니즘을 규정짓는 시스템 가운데에서 푸코는 “정상적”인 것과 “병적”인 것이라는 대립을 집중적으로 고찰한다. 푸코의 문화사적 서술에서 “광기”는 하나의 일원적 연구 대상으로서 ..

23 철학 이론 2023.02.18

박설호: (2)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앞에서 계속됩니다.) 루카치는 이로써 마르크스의 소외의 개념을 다시금 새롭게 규명하였다. [루카치가 글을 쓸 무렵 맑스의 「경제 철학 수고」 (1844)는 아직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자본" 제 1권에서 설계된 바 있는, 상품의 물신 숭배적 경향을 확장시켰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방대한 저작에서 가치 형성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품의 물신숭배주의를 거론했는데, 루카치는 사회적 행위의 전체적 영역으로 관련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막스 베버 (M. Weber)의 합리성의 테제가 루카치에 의해서 보완되었다. 실제로 베버는 현대적 특성을 사회관계를 더욱 명확히 계산하려는 욕망 속에서 고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루카치가 이렇게 개괄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마르크스의 분석을 어느 정도 왜곡시킬 수밖에..

23 철학 이론 2023.02.13

박설호: (1)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헝가리 출신의 대표적 문예 이론가, 게오르크 루카치 (1885 - 1971)의 "역사와 계급의식. 마르크스 변증법에 관한 연구 (Geschichte und Klassenbewußtsein)"은 논문 모음집으로서 1919년 3월에서 1922년 9월 사이에 집필되었다. 1918년 말에 루카치는 헝가리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헝가리 혁명 공화국에서 교육 담당 인민 대표위원 직책을 맡게 되었다. 1919년 혁명 공화국이 순식간에 몰락하자, 루카치는 빈으로 도주하였다. 이곳에서 루카치는 이 책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을 집필하였으며, 부분적으로 1920년에서 1921년 사이에 잡지 "공산주의"에 싣게 하였다. 루카치는 1922년에 간행된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거론한다. 그는 “저자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

23 철학 이론 2023.02.13

블로흐: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 아낙사고라스의 물질

불(火) 혹은 돌과 같은 견고함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성질은 사실로 확정될 수 없다. 운동은 멈추어 있는 무엇을 연속적으로 공격한다. 그렇게 되면 휴지(休止)의 소재는 여러 가지 다른 작은 것들로 파괴되고 만다. 엠페도클레스의 경우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아니한다. 그렇지만 그가 고찰하는 네 가지 원소 사이에는 사랑과 미움이 주도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말하자면 원소 속에 자리하는 사랑과 미움이 서로 결합하고 해체되곤 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미움은 개별적 사물들의 변화 내지는 다양성을 깨닫게 해준다고 한다. 말하자면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친 다음과 같은 사고가 엠페도클레스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즉 사물의 다양성은 무엇보다도 증오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마치 쓰레기와 같은 유형이라고 한다. 세계의 원상..

23 철학 이론 2022.11.08

블로흐: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의 물질 이론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으레 이중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강물이 흐르고, 저기에는 조용한 강변이 가만히 있다. 강물과 강변은 모두 가시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두 영역 모두에 동조하는 느낌, 혹은 부정하려는 느낌이 자리하고 있다. 강물을 찬양하는 자는 강가에서의 죽음을 두려워한다. 강변을 찬양하는 자는 강물 속의 허망함으로 인하여 겁에 질린다. 우리의 사고가 신선할수록, 이러한 유형의 가치를 따지는 태도는 더욱더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럴수록 두 가지 사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작업은 더욱더 열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한 가지가 다른 한 가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운동이 가치 있는가, 아니면 휴지가 중요한가를 따지게 된다. 인간의 오관은 두 가지..

23 철학 이론 2022.11.05

블로흐: 파르메니데스와 피타고라스의 물질 이론

그런데 과거 사람들은 운동보다도 멈춤에 관해서 강력하고 집요하게 추적하였다. 그리하여 멈춤은 쉽사리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장되었다. 멈추어 있는 존재는 이루어진 무엇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본원적 실체로 이해되었다. 다시 말해 실체는 생동하지 않으며, 어떠한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엘레아 학파들은 다만 스스로 생명으로 치장해 있는, 어떤 죽음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고는 비밀스러운 광채에 의해서 번득였다. 엘레아 철학자들은 늙은 다음에 찾아오는 죽음의 상에 대해 반대했다. 그들은 “가득 찬 무엇 πλέον”을 몹시 애호하며, 공허함을 거부하고 혐오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허무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엘레아 학파는 무엇보다도 완전한..

23 철학 이론 2022.11.05

블로흐: 베르그송과 물질 (3)

가령 베르그송의 도약의 개념은 처음부터 모든 게 결정되어 있는 인과율의 법칙을 조롱합니다. 도약은 마지막 종착 지점을 비아냥거리고 비웃습니다. 왜냐하면 인과율의 법칙은 실현을 위해서 나아가는 방향의 유연성을 용인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마지막의 종점을 결정짓게 하기 때문입니다. 베르그송은 원인과 결과라는 두 가지 사항이 물리역학적인 것이며, 만물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생명은 무엇보다도 어떤 통로의 장소이며 그리고 생명의 정수는 그것을 이전하는 운동 속에 위치하고 있다. L'être vivant est surtout un lieu de passage, et l'essentiel de la vie tient dans le mouvement qui la transmet.” 인용문에서 베르그송..

23 철학 이론 2022.06.01

블로흐: 베르그송과 물질 (2)

베르그송이 추구한 단순한 직관은 물질 이론의 모든 유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실로 물질 이론은 대부분의 경우 인과율 내지 발생 기원적인 견해에 근거할 뿐 아니라, 나아가 경제적 물질적 역사관 내지 변증법적 물질 이론의 세계관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르그송은 물질을 그런 식으로 고찰하지 않고, 단순히 어떤 정태적인 기억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질에서 어떠한 새로운 무엇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베르그송의 지론이었습니다. 물질은 베르그송에 의하면 스스로에 내재해 있는 모든 “팽창력tension”이 사라질 때까지 아래로 그냥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바깥으로 향하는 힘이 가해지면, 비스듬히 하강하여,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따뜻한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게 물질이라는 것입..

23 철학 이론 2022.05.30

블로흐: 베르그송과 물질 (1)

베르그송은 사고의 과정 속에서 어떤 새롭고도 생기 넘치는 특징을 발견하려고 했습니다. 가령 그는 시간적 흐름이 마치 맥박과 같이 진행된다고 설파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는 단순히 어떠한 병렬적인 것도 자리하지 않으며, 어떤 시간적 유형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개로 분리되는 공간의 서투른 모방만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은 제각기 서로 다른 곳에서 동일한 특징으로서 수많은 순간들로써 어떤 차례 내지 서열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다시 말해 “아무런 중개 없는”) 주어진 상태는 한마디로 “흐르는 지속성”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지속성 속에는 이전의 순간과 이후의 순간이 순서에 의해 구분된 채 채워져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상호적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순수한 지속성은 인간 의식의 ..

23 철학 이론 2022.05.28

카우츠키의 물질 이론의 역사 이해

『물질 이론의 역사 이해Die materialistische Geschichtsauffassung』는 카를 카우츠키의 대표작이다. 이 문헌은 역사 철학 내지 사회학의 연구서로서 1927년에 간행되었다. 당시에 카우츠키는 당 이론을 위한 기관지 『신시대』의 편집자이며, 동시에 『에어푸르트 프로그램』 (1891)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프로그램』(1925)의 공저자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는 독일 사민당 내부에서 명석한 두뇌로 수많은 정치 이론을 집필 발표하던 터였다. 게다가 1889년 노동자 운동의 제 2인터내셔널을 주도하였으며, 엥겔스와 함께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의 토대를 닦기도 하였다. 이때 나타난 저서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Karl Marx' ökonomische Lehren』(1887)이었다..

23 철학 이론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