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73

박설호: 흙철학과 토본주의

21세기에는 인문학 대신에 흙철학이, 인본주의 대신에 토본주의가 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코 델라 미란돌라Pico della Mirandola의 인간의 품위에 관한 연설은 오늘날 그대로 통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에는 결코 품격이 자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당신과 나와 같은 특정 사람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일단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의 품위에 관한 연설" 접하시기를 권한다. ......................... 서로박: 아담이여 나는 그대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지만, 그대는 나에게 연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대는 풀과 나무를 훼손하고 자연을 더럽혔다. 그대는 장난삼아 개구리를 죽였다. 그대의 ..

23 철학 이론 2023.06.12

피코 델라 미란돌라: 인간의 품위에 관한 연설

피코 델라 미란돌라: 인간의 품위에 관한 연설 Giovanni Pico della Mirandola: Oratio de homini dignitate 피코 텔라 미란돌라는 신의 혀를 빌려서 아담에게 놀라운 말을 전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미래에 행할 수 있는 놀라운 개방성과 가능성에 관한 발언이다. "우리는 그대에게 확고한 거주지도, 고유한 얼굴도 그리고 특별한 재능도 부여하지 않았노라. 아담이여,그대 스스로 갈망하고 결정하는 대로 가옥을 짓고, 그대의 면모를 가꾸며, 스스로의 재능을 자발적으로 개발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 밖의 피조물의 경우 우리는 자연을 분명히 규정하였고, 우리가 정한 법칙 내에서 그것을 제한하였노라. 그대는 어떠한 제한이나 편견 없이 우리가 그대에게 부여한 측정의 능력을 발휘하..

23 철학 이론 2023.06.11

서로박: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

친애하는 K, 오늘은 프리드리히 엥겔스 (1820 - 1895)의 사회 이론을 담은 저서,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 Der Ursprung der Familie, des Privateigentums und des Staats.』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 작품은 마르크스가 죽은 1년 뒤에 (1884) 바로 간행되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죽기 전에 인류 사회의 형성 시기의 역사에 관한 주요 단계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엥겔스와 여러 가지 저서를 공동으로 저작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독일 이데올로기 Deutsche Ideologie』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가족의 기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오랜 협력 작업의 하나에 해당합니다. 엥겔스가 이 작품을 완성하게 된 계기는 1877년..

23 철학 이론 2023.04.21

박설호: (4)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앞에서 계속됩니다.) 9. 홍산문화 그리고 동학의 중요성: 미래의 문화는 저자에 의하면 동양과 서양, 중국과 한국, 남성과 여성, 인격신과 기 에너지 등의 대립이 아니라, 서양의 이원론적 균열과 충돌 대신에 조화와 화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는 충돌의 과정에서 승리와 패배로 등을 돌릴 게 아니라, 상호적으로 서로 장점을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뇌량이 그러하듯이 좌뇌적인 무엇은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우뇌적인 무엇과의 결합 시에 상호 협력하고 아우르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미래의 건전한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남성 중심적 신학 Theology”은 평등 호혜의 의미를 받아들여서 “여성 중심적 신학 Thealogy”으로 변해야 한다. 이 점이야 말로 ..

23 철학 이론 2023.04.11

박설호: (3)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문화적 침범과 서구화 그리고 이와는 다른 홍산 문화: 서양의 이원론의 대립은 좌뇌와 우뇌의 균열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대립은 앞에서 언급한 여성 살해에 관한 서양의 신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은 기독교를 비서구 국가에 전파하고, 이들이 서구화하기를 희구하였다. 그들의 3 M 정책은 “선교Mission”, “상인Merchant” 그리고 “군대Military” 등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잠식하고 파괴하는 것은 신화에서 선취되고 있다. 문명사의 대서사시는 동양과 서양 사람들의 충돌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가령 우랄알타이어 산맥에 거주하던 수메르 인들은 메소포타미아로 이전하여 서양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10세기의 칭..

23 철학 이론 2023.04.11

박설호: (2)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두 가지 이질성을 아우르는 뇌량 그리고 한국의 고대 문화: 한국의 고대 문화는 좌뇌와 우뇌의 조화를 이루는 뇌량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그 까닭은 차축 시대 이전에 송화강 유역에서 풍요로운 홍산 문화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강대한 홍산 문화는 황하강 유역의 중국인들의 초라한 용산문화보다 1000년 앞선 문명으로서 강한 모계 사회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서양의 대부분 역사가들이 중국 송화강 유역의 용산문화를 고대 중국의 문화라고 단정 지은 까닭은 홍산 문화의 발굴 작업이 20세기 이후에 비로소 활발히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에 대한 대표적인 문헌 가운데에는 카를 야스퍼스의 『역사의 근원과 목표 Vom Ursprung und Ziel der Gesc..

23 철학 이론 2023.04.11

박설호: (1) 김상일의 "腦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

1. 문명의 충돌을 극복하려는 뇌 연구: 김상일 교수의 『脳의 충돌과 文明의 충돌』(2007)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뇌의 연구와 문명의 역사를 서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정신과학과 사회과학의 내용을 자연과학과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맨 처음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국제 질서의 재편성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1996)에서 어떤 모티프를 찾아내어, 이를 뇌 과학 연구에 접목시킨다. 그렇지만 뇌의 기능과 문명의 충돌을 서술하면서, 저자는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 중국과 한국의 문화적 대립, 유, 불, 도로 요약되는 동양학의 발전과 수용 그리고 한 사상 내지 동학..

23 철학 이론 2023.04.11

서로박: (2) 바슐라르의 학문적 정신의 형성

바슐라르는 학문적 현상들을 하나의 담론을 도출해내는 연결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현상들이 다른 것들과 어떠한 차이를 드러내며, 어떠한 공통적이고 이질적인 영역을 형성하는가 하는 물음에 따라 정의내려질 수 있습니다. 바슐라르는 학문적 사고가 수학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1940년에 간행한 『부정의 철학La Philosophie dy non』에서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의 계몽된 지식을 이른바 변증법적인 합리주의로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슐라르의 문헌은 특히 미셸 푸코의 담론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L’archéologie du savoir』(1969) 그리고 『사물의 질서Les mots et les choses』(1966)는 바슐라르의 문헌이 얼마나..

23 철학 이론 2023.03.09

서로박: (1) 바슐라르의 학문적 정신의 형성

친애하는 B. 오늘은 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1884 – 1962)의 문헌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책은『학문적 정신의 형성. 객관적 인식에 대한 어떤 정신분석을 위한 논고 La formation de l’Esprit scientifique. Contribution à une psychoanalyse de la connaissance objective』입니다. 이 책은 1938년에 간행되었습니다. 바슐라르의 연구는 두 가지로 극명하게 나누어집니다. 그 하나는 객관적 인식이론을 가리키는데, 바술라르는 특히 현대 물리학에서 언급되는 양자 역학의 비결정성에 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그의 연구 방법론은 형식적 측면에서 구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로..

23 철학 이론 2023.03.09

박설호: "인간은 막힘없이 피어나는 우주의 꽃이다." 윤노빈의 '신생 철학'

1. 『신생 철학』은 현세에서 고통당하며 목숨을 이어가는 분들의 피와 땀과 관계되는 문헌입니다. 그것은 식자들을 위한 현학 서적도 아니고, 부유층 자제를 위한 교재도 아니며, 배부른 자세로 주문을 외는 사제들을 위한 교리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것은 억압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지침서와 같습니다. 윤노빈의 『신생 철학』은 세상에서 가장 핍박당하는 민족, 그것도 배달의 민족을 위한 충직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책은 모든 인위적(人僞的)인 억압, 강제 노동, 감금, 고통, 죽임 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해방 (Exodus)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윤노빈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메시아사상, 페르시아에서 유래하는 ..

23 철학 이론 202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