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독일시

프리드리히 실러: (1) '산책'

필자 (匹子) 2023. 3. 21. 11:43

친애하는 나의 제자 M에게~ 당신을 위해서 실러의 산책을 번역하여 올려놓습니다. 번역하는 데 힘이 들어서 5일이나 걸렸습니다. 각주가 지워졌군요. ㅠㅠ 조만간 해설도 올려놓겠습니다. 관심 부탁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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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프리드리히 실러

 

 

안녕, 불그스름한 봉우리로 빛나는 나의 산(山)아,

사랑스럽게 산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여, 잘 있었니?

인사하노라, 생기 넘치는 평야여, 바람 스치는 보리수여

즐거운 합창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여,

초록의 숲 위의 갈색으로 비치는 산과 산 그리고 5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답답한 대화를 나누다가 빠져나온

나의 주위에는 끝없이 펴져 나가는 아름다운 창공의

푸르름이여, 너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구원해 주는구나.

스쳐 지나가는 향기로운 바람은 나를 상쾌하게 하고

힘찬 빛은 갈구하는 내 눈동자에 원기를 돋구게 하지. 10

 

강가에 꽃 피는 수풀 지역은 변화무쌍한 색 되비쳐주니

어떠한 자극적 다툼이라도 우아함으로 용해되고 말아.

들판은 마치 넓어지는 꽃밭처럼 자유롭게 나를 영접하고,

즐거운 초록 사이로 시골길이 다정하게 꿈틀거린다.

주위에는 활기찬 꿀벌은 연신 날개 퍼덕이며 잉잉거리고 15

나비는 불그레한 클로버의 요람 위에서 둥실거리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마치 화살처럼 조용히 조끼 속으로 파고드니,

다만 종달새 노랫소리 쾌활한 공기 속에 맴돌고 있다.

이젠 근처의 관목 또한 술렁거리지, 오리나무는 깊이

고개 숙이며 원을 그린다. 은빛 풀은 바람에 드러눕고 20

 

감미로운 밤은 나를 에워싸고, 서늘한 향기 속에

떡갈나무 그림자 위 찬란한 지붕이 나를 영접하고 있다.

숲속의 비밀로부터 갑자기 풍경이 빠져나가고 있네.

꾸불꾸불한 오솔길이 나를 위로 등반하게 하는데,

나뭇가지 하나가 곁눈질로 잎사귀의 창틀을 파고들어 25

빛은 드물고, 푸르런 창공 웃으면서 내려다본다.

갑자가 만개한 꽃들이 찢어지고, 완전히 개방된 숲은

놀랍게도 한낮의 눈부신 광채를 내게 그대로 돌려준다.

불현듯 내 눈동자를 가득 채우는 먼 곳의 모습

저 푸른 산맥은 향기에 휩싸인 세상의 끝을 알리고, 30

 

산 벼랑, 급작스럽게 아래로 추락하는 발자국 하나

초록의 강물 흐름에 반사되어 계속 일렁이고 있다.

발 아래 머리 위 끝없이 일렁이는 에테르를 바라보고,

현기증으로 위를 보고 경악으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허나 영원히 높은 곳, 영원히 깊은 곳 사이에는 35

숲에 에워싸인 길 하나 방랑자를 지나치게 한다.

풍요로운 강변 내 곁에서 미소 지으며 도주하는데,

찬란한 계곡 자신의 부지런함 즐거이 자랑하고 있다.

저 멀리 선(線)을 보라! 동족 사람의 소유를 알려주는데

초원은 꽃밭 내부에서 데메터 여신을 자극하고 있어, 40

 

법 그리고 인간을 보호해줄 신의 친밀한 문헌들,

철의 시대 이후로 사랑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지!

들판은 마구 비틀린 채 지나친 규칙으로 정해지고,

이제 숲으로 잠식되고, 산의 높은 곳으로 올라선

어떤 흐릿한 줄무늬, 넒은 지역, 서로 연결된 도로, 45

평평한 강 위로 여러 뗏목이 미끄러지며 지나친다.

군인들의 울부짖음, 활기찬 광야에서 다양하게 퍼지고

목자의 노래는 고적한 메아리로 다시 울려 퍼진다.

생기 넘치는 마을 강을 나누고, 관목에서 사라지는

다른 인종들, 산등성이에서 급작스레 추락해서 죽는다. 50

 

인접 지역 사람들은 땅을 경작하며 함께 거주하고,

그들의 들판은 시골 지붕을 평화롭게 감싸고 있는데,

낮으막한 창문 위로 포도 덩쿨이 아늑하게 기어오른다.

가지 뻗은 나무 무심결에 초가를 삼키듯 그러안고

광야의 유복한 민족이여, 자유롭게 눈뜨지 못하고 55

너희는 근엄한 법으로 경작지를 서로 분배하면서,

그래, 오직 무심하게 순환되는 수확만 바라는구나!

너희의 삶 하루의 얼레처럼 술술 풀려나가는구나!

누가 내게서 사랑스러운 광경을 단번에 빼앗는가?

낯선 정신은 다른 곳의 평야로 신속히 퍼져나간다. 60

 

미움으로 뒤섞인 무엇이 깨질 듯 말 듯 분리되고

같은 것으로 배열된 무엇만이 일반으로 통용된다.

나는 계층의 형성을 바라보네, 자랑스러운 포플라 종이

고결하게 질서 잡힌 예식에 맞추어 나아가고 있어.

모든 게 규칙이고, 모든 게 선택, 모든 게 의미야. 65

네 생각엔 하인의 복종심이 지배자를 만드는 것 같아,

멀리서 찬란한 원구가 자랑스럽게 지배자를 알리고,

가장 견고한 핵에서 성벽을 쌓는 도시가 건설된다.

숲의 여성들은 황무지 너머 바깥으로 추방당했다.

허나 경건한 마음 암벽에 더욱 고상한 삶을 부여하고 70

 

인간은 서로 근접했다. 주위는 점점 가까워지고,

생기 넘치게 깨어났다. 세상은 더욱 재빨리 전복된다.

보라, 거친 투쟁 속에 열정적인 힘의 불꽃이 타오르고

세력 다툼은 더욱 거대한 힘을 낳고 서로 연합하게 한다.

하나의 정신은 수천의 손을 뜨겁게 달구고 수천의 75

가슴속 작열하는 열기를 타오르게 한다. 유일한 심장

조국을 위해서 두근거리고 선조들의 법을 달군다.

그래, 경애하는 조상의 뼈가 귀한 땅에서 쉬지 않는가?

성스러운 신들이 하늘에서 성큼 내려와 축복받은

지역에서 그들의 신성하고 성대한 거처를 마련한다. 80

 

신들은 놀라운 선물을 전하면서 그 가운데 특히

체레스를 통해 곡물을, 헤르메스를 통해 닻을 전해준다.

박카스는 포도를, 올리브나무의 미네르바는 쌀을 선물한다.

전쟁의 신 포사이돈은 호전적인 말을 가져다주고,

키벨레 여신은 전차의 손잡이에 사자를 묶어준 다음에, 85

여성 시민으로 차려입고 축제이 대문 앞으로 다가온다.

성스러운 별들이여! 인류의 식물들이 너희 도움으로 자라네,

도덕 그리고 예술은 대양에 있는 먼 섬까지 전해졌다.

사교적인 대문 앞에서 영특하게 법을 논하고 했지,

영웅들은 수호신, 페나테스를 위해 싸우다가 몰락한다고. 90

 

장벽 위에는 젖먹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들이 출현하고,

전사들의 행군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오래 관망했다.

여자들은 신의 제단에서 주저앉아 울면서 기도한다,

반드시 승리를 구가한 다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예롭게 승리하라고, 허나 영광은 허망하게 돌아온다. 95

감동적인 비명(碑銘)은 그들의 행적을 이렇게 알려준다

“방랑자여, 스파르타로 가려는가, 우리가 법이 명령한 대로

이곳에서 싸우다 전사했음을 분명히 보았노라고 전해다오.”

사랑받는 자들이여, 편히 쉬거라! 너희가 흘린 피에서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귀한 싹이 활발히 터져 나온다.100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