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53

박설호: (1) 블로흐와 루카치, 사상과 예술론의 차이점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질과 유토피아의 시스템을 설정하는 일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여기에 포함되는 사항이다.” (블로흐)“자연 주체에 관한 논의는 마르크스주의에서 일탈한 사고로서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난다.” (루카치) 1. 인간과 자연: 에른스트 블로흐의 사상적 진수를 압축해놓은 문헌, 『흔적들 Spuren』에는 물질과 관계되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우주는 참으로 광활한데, 우리 앞에 위치한 성 피터 성당의 높이는 얼마나 볼품없이 가련한가요? 만약 지구가 할 말이 있다면서 리스본에서 모스크바까지 입을 쫙 벌리고, 비밀스럽게 몇 마디 근원의 말씀을 외친다면, 어떨까요? 이때 지방 문화를 애호하는 현명한 친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 따위 헛소리는 논의라고 말할 수 없지요, 아니, 아마 쓸데..

2 나의 잡글 2024.09.30

서로박: (2) 국짐은 망할 것이다. 보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첫째로 반공주의는 우리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린 오래된 나쁜 것 가운데 하나이다. 요즈음 MZ 세대는 반공주의 내지는 매카시즘의 폐해가 지금까지 한인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가했으며, 얼마나 혹독한 심리적 아픔을 안겨주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반공법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어떤 경고의 기능이 아니라, 국가가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서 수없이 남용된 바 있다. 이는 이승만 체제에서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리영희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매카시즘의 직간접적인 폐해에 관해서 수없이 지적하였다. 21세기 현대 사회에 빨갱이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남한 사람 가운데 미사일을 폭죽처럼 터뜨리는 김정은을 동조하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철마다 언급되는 “북한이 쳐들어온다,”는 ..

2 나의 잡글 2024.09.29

(명시 소개) 윤경재의 시, 쑥부쟁이

쑥부쟁이윤경재 제 이름 모르는 채 들국화라 홀대하다연보라 뽐내거나 노란 꿈 비교 않네바람에 흔들거려도속정 깊은 누이여 불쟁이 아버지와 동생들 헌신 봉양무심한 나무꾼과 노루도 감동하고죽음도 차마 못하여들꽃으로 피웠네 벼랑을 넘어서는 여여한 징검다리못다 부른 사랑의 숨결을 되살렸어괜찮아 누군가의 꽃깊은 가을 사르네

19 한국 문학 2024.09.29

서로박: (1) 국짐은 망할 것이다. 보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관습은 보수주의의 수행원으로서, 사회의 속도를 조절하는 바퀴와 같다.“ (William James)............................... 1. 참으로 답답한정치적 현실이다. 굥석열은 무수한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의 상부 지향적 야욕을 드러내면서 국가의 수반이 되었다. 그의 정치적 목표는 처음부터 대통령의 권좌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되어 어떻게 정책을 펼칠까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기는커녕 왕으로 군림하려는 게 그가 의도한 마지막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민을 속이고 전 정권을 기만했으며, 심지어는 자신을 밀어준 "국민의 힘"을 배반했다. 목표 다음에는 어떠한 무엇도 없다. 지금은 배우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2 나의 잡글 2024.09.29

카린 키부스의 두 편의 시

카린 키부스는 1942년 베를린에서 태어나다.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독문학 그리고 정치학을 공부한 그미는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1976년 시집 『현재의 양면에 관하여 (Von beiden Seiten der Gegenwart)』를 간행하다. 그미의 시는 주로 일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데, 냉정하고 명징한 표현을 선호한다.    작가들에게 카린 키부스 세상은 잠들어 있다너희의 탄생 시간에 오로지 낮꿈에 의해너희는 세상을 깨운다 거친, 달콤한, 투박한모험을 행하라고 현실의 부분 오랫동안유희 속에서 정복될 수 없다  An die Dichter von Karin Kiwus: Die Welt ist eingeschlafen/ in der Stunde eurer Geburt..

21 독일시 2024.09.28

송용구의 시 '바람 소리'

바람 소리- 어느 의사의 고백 -송용구 앞 못 보는 자의 눈이 되고앉은뱅이의 다리가 되는그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너의 눈과 너의 다리는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나의 혀끝에전사(戰士)처럼 칼을 들이대던스무 살적 바람소리여백일몽을 가위누르던서슬 퍼런 바람 소리여나를 잊으라 나를 용서하라 온 하루 빈 들녁에 퍼붓던겨울 소나기 잠잠해지면나는 쓸쓸히 저무는 강가에 꿇어 앉아잊혀진 연서 (戀書)의 언약 같은마른 억새 잎으로 입술을 내리치며눈시울 붉은 달빛 속에저주 받은 승냥이의 울음을꺼이꺼이 게워내고 있는가   송용구 시인이 어떠한 계기로 이 시를 집필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젊은 날 "공부해서 남 주어야 한다."고 다짐하지 않았을까?  그래, 한 인간으로 태어나, 이웃과 사회 그리고 나라에 도움을 주는 삶을 살..

19 한국 문학 2024.09.28

박설호: (3) 동학 그리고 에코 페미니즘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동학의 정신은 무엇보다도 “양천(養天)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동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천(養天)”이라고 판단합니다. 하늘을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늘을 돌보고 키우는 일이야말로 동학 정신의 핵심 사항이라고 여겨집니다. 박준건은 시천과 양천의 상호 관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습니다. “모심은 살아계시는 것을 섬김이다. 살아계시는 것을 섬기는 것은 고정적 보존이나 현상 유지가 아니라, 키움(養)이다.” (박준건: 동학의 모심을 다시 생각한다. 한국 민족문화, 2016, 202쪽.) 양천은 나 자신의 변화와 세계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음을 정갈하게 가꾸려는 내단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신쌍전(誠身双全)의 자세입니다. 그밖에 양천 속에는 개벽과..

2 나의 잡글 2024.09.26

박설호: (2) 동학 그리고 에코 페미니즘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플레타르키아” versus “플레타나르키아”: 김용옥은 민본(民本)이라는 개념을 분명하게 규정하기 위해서 “플레타르키아Pletharchia”라는 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데모스’는 보다 광범위한, 계층적 제한이 없는 ‘다중(多衆)’을 가리키며, ‘아르케’는 ‘지배’의 개념보다는 ‘본원’의 의미가 내재한다.”는 것입니다. (동경대전, I, 272). 이 단어는 “민중”, “무리”, “다수의 인간”에 해당하는 “πλήθος”에다 국가의 기능을 강조하는 “archia”를 결합한 조어입니다. 그러나 아르케는 지금까지 “본원”에 비해 “지배”라는 의미로 더욱더 많이 활용되었음을 도올은 좌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자, “아르키아”의 경우 서양에서 민주주..

2 나의 잡글 2024.09.26

박설호: (1) 동학 그리고 에코페미니즘

“최시형의 경물(敬物)은 인류세의 시대에 노아의 후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주 내지는 비상 보트에 승선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필자) ........................... 1. “도올은 동양학의 걸물이다.” (김경재): 젊은 시절 도올 김용옥의 『여자란 무엇인가』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목 자체가 처음에는 나를 불쾌하게 했습니다. “여자란 누구인가?”라고 묻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원래 “무엇”이란 사물, 객체 그리고 대상을 지칭하므로, 여자를 그런 식으로 규정하는 게 기분 나빴습니다. 그렇지만 책에는 여성 혐오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성의 문제는 하느님에 대한 따님의 인권을 회복하는 문제다.” 이 말은 열사람의 영웅, 일남구녀(一男九女)..

2 나의 잡글 2024.09.26

힐데 도민의 시 '청원'

힐데 도민 (1912 - 2006)은 (본명: 힐데 팔름) 1912년 유대인 법률가의 딸로서 쾰른에서 태어나다. (그미의 출생 연도는 실제로는 1909년이라고 한다.) 1929년 아비투어를 마친 뒤 쾰른 대학에서 국민 경제학,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카를 야스퍼스와 칼 만하임에게서 철학을 배우다. 1932년 로마로 망명하여, 피렌체 대학에서 “마키아벨리의 선구자로서의 폰타누스”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다. 도민은 1939년까지 로마에서 어학 교사로 일하다가, 나치의 위협 때문에 영국을 경유하여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망명하다. 처음에는 번역가, 건축 사진사 등으로 일하다가, 1947년부터 1952년까지 산토도밍고 대학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다. 1951년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에 도민은 시를 쓰기 ..

21 독일시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