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34

박설호: (2) 블로흐의 물질 이론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아비켄나, 아베로에스 그리고 아비케브론: 중세에는 아라비아 철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구하였습니다. 그들은 아비켄나, 아베로에스 그리고 아비케브론이었는데, 특히 의학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아비켄나(이븐 시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물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원한 무엇이라고 파악했습니다. 그는 최상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고 형태인 신(神)은 더 이상 권능을 지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Bloch, MA: 510).  신은 아비켄나에 의하면 물질 속에서 잠자고 있는 형태를 깨우는 자이며, 형태를 추출해내는 자세를 견지한 분이라고 합니다. 아베로에스 (이븐 루슈드)는 아비켄나의 사상적 단초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이론을 계속 발전시켰습니다. 모..

27 Bloch 저술 2024.09.10

(단상. 517) 한국인은 홍익(弘益)을 갈구한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세계는 문화적 일방 통행성을 극복하고, 변방이 중심으로, 중심이 변방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좋은 조짐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호감은 K 팝 그리고 K 드라마와 같은 단순히 외형적 전파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한국 문화의 진수는 한국인의 본원적 정서 그리고 근원적 정신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인의 특징은 -많은 석학들이 언급한 바 있지만,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정이 깊은 인성, 2. 끈기 그리고 불굴의 노력, 3. 남을 배려하는 마음, 4. 협동 정신, 5. 갈등과 투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요약하건대 한국인은 홍익을 갈구한다. 널리 이롭게 하는 마음 그것..

3 내 단상 2024.09.10

서로박: 보수는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하는가?

“관습은 보수주의의 수행원으로서, 사회의 속도를 조절하는 바퀴와 같다.“ (William James)............................... 1. 참으로 답답한정치적 현실이다. 굥석열은 무수한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의 상부 지향적 야욕을 드러내면서 국가의 수반이 되었다. 그의 정치적 목표는 처음부터 대통령의 권좌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되어 어떻게 정책을 펼칠까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기는커녕 왕으로 군림하려는 게 그가 의도한 마지막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민을 속이고 전 정권을 기만했으며, 심지어는 자신을 밀어준 "국민의 힘"을 배반했다. 목표 다음에는 어떠한 무엇도 없다. 지금은 배우자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2 나의 글 2024.09.10

김백민: "'태양광 송전 딜레마' 넘으려면"

다음은 김백민 교수 (부경대 황경대기과학과)의 글인데, 한겨레 신문에서 허락 없이 퍼왔습니다. 양해를 구하면서 ............... 호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광활한 평야로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주목받아왔다.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이번 여름에 우리가 큰 전력 대란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체 발전량의 17%를 차지한 태양광 발전 덕이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가 당장 이달부터 송전선 용량 부족을 이유로 호남과 제주 지역에 추가 태양광 사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급증한 태양광 발전량을 기존 송전망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송전..

2a 남의 글 2024.09.10

Reinhard Mey의 '바보 배'

독일의 노래하는 음유 시인, 라인하르트 마이 (Reinhard Mey, 1947 - )는 수많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 심취하곤 합니다. 오늘 필자는 그의 노래 "바보 배 das Narrenschiff"을 번역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대에 항해하는 썩은 배 그리고 그 안에서 좌충우돌하는 인간군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음을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LP: 6분 42초)https://www.youtube.com/watch?v=N-6hi5hWe1U  다음을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LIVE: 5분 56초)https://www.youtube.com/watch?v=46hobUy4mc4  수은이 아래로 떨어지고, 폭풍의 징후가 머문다..코닝 타워에서..

7 D-Pop 2024.09.09

박설호: (1) 블로흐의 물질 이론

“변모만큼 지속적인 것도 없다.” (헤라클레이토스) 1. 물질과 정신은 하나의 이원론으로 구분될 수 없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대부분 문헌에서 물질의 개념을 이중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흔히 말하는 물리적 영역과 결부된 물질의 개념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인간과 사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물질입니다. 여기서 데카르트 방식의 물질과 정신이라는 이원론적인 분할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오히려 관념론에서 말하는 정신의 개념은 물질이라는 대개념 속에 얼마든지 편입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블로흐는 물질을 주체로서의 인간 그리고 객체로서의 세계 사이를 구분하는 이원론과는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고 말입니다.  물질은 블로흐에 의하면 생동하는 동일성의..

27 Bloch 저술 2024.09.09

박설호의 시, '붉은 팔레트 속의 광주'

붉은 팔레트 속의 광주박설호 TV 속에서 기어 나왔지요정신 나간 화가가 임산부의 배에 그려놓은붉은 색깔의 아기가 점아 점아 콩점아 *떡 사줄게 나온나 부끄러워 얼굴 가렸어요아 배 밖으로 튀어나온 아기 얼굴 팔레트바깥으로 금남로가 보였지요 점아 점아 콩점아밥 사줄게 나온나 황혼이 나에게 빵 한 덩어리건넸지요 성탄절 달력에는 나의 빵 위에뿌려진 하얀 눈가루가 점아 점아 콩점아꽃 사줄게 나온나 백육십팔 시간이 기름에 녹아화폭에 슬픈 경악 남겼을까요 그림 속으로자맥질해 생명 구하고 싶었어요 .................. * 김명곤의 「점아점아 콩점아」에 등장하는 한 구절은 이달희 시인의 시, 「점치는 아이」에서 인용된 것이다.   1980년대 초 뮌헨에서 광주의 살육 현장을 TV를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

20 나의 시 2024.09.08

박설호: (4)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나오는 말씀 凸: 결론을 요약해주시겠습니까?凹: 두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첫째로 앞에서 거론한 작품들의 배경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남성중심의 사회”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인간의 오욕칠정은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지금까지 가부장주의로 강화된 관습과 도덕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도 실천할 수도 없었습니다.凸: 가부장주의가 문제로군요.凹: 네, 사랑의 삶에서 여성이 차별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부남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에게 죄를 짓지만, 유부녀가 바람을 피우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오늘날에도 많아요. 이러한 생각 자체에 여성 차별이 뿌리 내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역설적으로 어떤 ..

21 독일시 2024.09.07

박설호: (3)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마샤 칼레코의 「대도시에서의 사랑」 凸: 이어지는 작품은 「대도시에서의 사랑」입니다. 마샤 칼레코 (Mascha Kaléko, 1907 - 1975)는 생소한 시인인데요?凹: 네. 그미는 세인의 뇌리에서 멀어진 시인이지요. 칼레코는 1907년 아우슈비츠에서 가까운 크르차노프에서 유대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미의 가족들은 1914년에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하였으며, 1918년부터 거기서 살았습니다. 재정적 이유에서 대학을 다니지 못한 칼레코는 낮에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며, 밤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1933년 시집 『시로 쓴 속기 노트 Lyrisches Stenogrammheft』로 잠깐 알려졌지만, 그미는 히틀러의 탄압으로 독일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칼레코는 1938년 미국으..

21 독일시 2024.09.07

박설호: (2)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3. 시빌라 슈바르츠의 「사랑은 신들조차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아요」 凸: 자료를 뒤져보니 시빌라 슈바르츠 (Sibylla Schwarz, 1621 – 1638)는 암울한 바로크 시대에 살다가, 이른 나이에 이질에 걸려 세상을 하직했다고 합니다. 凹: 시인의 삶에 관해 약술해 주시지요.凸: 네. 시빌라 슈바르츠는 1621년 포메른의 항구도시, 그라이프스발트의 시장의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포메른은 동프로이센에 속하는 지역으로서, 근대 식민지 쟁탈의 역사에서 피로 얼룩진 곳입니다. 슈바르츠는 어린 시절에는 유복하게 지냈으나, 1627년부터 30년 전쟁으로 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뒤에 그미는 이듬해인 1631년, 약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품들은 사랑, 우정..

21 독일시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