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7 4

박설호: (4)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나오는 말씀 凸: 결론을 요약해주시겠습니까?凹: 두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첫째로 앞에서 거론한 작품들의 배경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남성중심의 사회”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인간의 오욕칠정은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지금까지 가부장주의로 강화된 관습과 도덕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도 실천할 수도 없었습니다.凸: 가부장주의가 문제로군요.凹: 네, 사랑의 삶에서 여성이 차별당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부남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에게 죄를 짓지만, 유부녀가 바람을 피우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오늘날에도 많아요. 이러한 생각 자체에 여성 차별이 뿌리 내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역설적으로 어떤 ..

21 독일시 2024.09.07

박설호: (3)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마샤 칼레코의 「대도시에서의 사랑」 凸: 이어지는 작품은 「대도시에서의 사랑」입니다. 마샤 칼레코 (Mascha Kaléko, 1907 - 1975)는 생소한 시인인데요?凹: 네. 그미는 세인의 뇌리에서 멀어진 시인이지요. 칼레코는 1907년 아우슈비츠에서 가까운 크르차노프에서 유대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미의 가족들은 1914년에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하였으며, 1918년부터 거기서 살았습니다. 재정적 이유에서 대학을 다니지 못한 칼레코는 낮에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며, 밤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1933년 시집 『시로 쓴 속기 노트 Lyrisches Stenogrammheft』로 잠깐 알려졌지만, 그미는 히틀러의 탄압으로 독일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칼레코는 1938년 미국으..

21 독일시 2024.09.07

박설호: (2)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3. 시빌라 슈바르츠의 「사랑은 신들조차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아요」 凸: 자료를 뒤져보니 시빌라 슈바르츠 (Sibylla Schwarz, 1621 – 1638)는 암울한 바로크 시대에 살다가, 이른 나이에 이질에 걸려 세상을 하직했다고 합니다. 凹: 시인의 삶에 관해 약술해 주시지요.凸: 네. 시빌라 슈바르츠는 1621년 포메른의 항구도시, 그라이프스발트의 시장의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포메른은 동프로이센에 속하는 지역으로서, 근대 식민지 쟁탈의 역사에서 피로 얼룩진 곳입니다. 슈바르츠는 어린 시절에는 유복하게 지냈으나, 1627년부터 30년 전쟁으로 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은 뒤에 그미는 이듬해인 1631년, 약 10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품들은 사랑, 우정..

21 독일시 2024.09.07

박설호: (1) '시 작품은 상처 치유의 연고다.'

아래의 글은 창작 21, 2024년 여름호에 실린 글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1. 들어가는 말씀 凸: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고르신 시들은 중세, 바로크 시대, 19세기 초, 20세기 초에 발표된 것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인들의 연애관이 약간의 시대적 편차를 보여줍니다. 凹:: 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직업과 결부된 계층 차이는 천부적인 것으로 확정되어 있었지만, 남녀 차별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존재는 중세 이후로 천시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사고하는 주체”가 아니라, “아름다운 객체”로 취급되었습니다. 凸:: 그것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요?凹:: 성을 억압하는 기독교 세계관의 영향이 큽니다. 죄악이 “바빌론의 창녀”로 상징화되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기독교의 ..

21 독일시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