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50

서로박: (2) 뷔히너의 헤센 급사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헤센 급사의 내용 1, 부르주아 비판: 친애하는 D, 뷔히너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헤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적 궁핍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뷔히너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국가의 고통을 모조리 지고 있는 반면에, 고상한 자들은 이를 이용해먹고 있다고 말입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가해지는 법들은 귀족들, 부자들 그리고 국가의 관리들의 수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일반 사람들로부터 혈세를 짜낸다는 것입니다. 뷔히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법을 소유하고 있는 계급은 사실상 사회에 중요하지 않는 부유한자들 그리고 학자들이다. 이들은 온갖 노력을 다하여 지배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정의는 다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너희들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데..

41 19전독문헌 2023.01.07

서로박: (1) 뷔히너의 헤센 급사

(1) 혁명적 선전물로서의 헤센 급사: 친애하는 D, “헤센 급사”는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에 의해 씌어지고, 나중에 프리드리히 루드비히 바이디히 (1791 - 1837)에 의해 수정 가필된 사회 혁명적인 선언문입니다. 총 8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글은 오펜바흐에서 총 1000 편으로 인쇄되었는데, 익명의 저자가 “1834년 다름슈타트”에서 간행하였다고 씌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대기의 측면에서 그리고 주제상의 측면에서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그리고 독일의 자코뱅주의자 칼 클라우어 (K. Clauer) 혹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레브만 (G. Fr. Rebmann) 등의 정치적 선언문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서 독일 삼월 전기 문학의 핵심적 출판물에 해당합니다...

41 19전독문헌 2023.01.07

(명저 소개) 김종갑: 혐오. 감정의 정치학

뒤늦게나마 김종갑 교수의 책, "혐오, 감정의 심리학" (은행나무 2017)을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몇 구절을 인용하기로 한다. ........................ "원래부터 혐오스러운 사람은 없다.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품처럼 제작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혐오와 '원래부터'는 모순 형용이다." (13쪽)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은 자기가 정치인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낫다는 생각을, 여성 혐오자는 자기가 본질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17쪽) 무엇을 혹은 누구를 혐오하는 자는 무엇 그리고 누구로부터 거리감을 취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헬레니즘과 기독교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부정하는 문화였다. (...) 플라톤에 의하면 바람직한 인간이란 자신의 동..

1 알림 (명저) 2023.01.06

서로박: (3) 몽테를랑의 "젊은 처녀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소설 속에 묘사되는 남성의 심리: 사부작 소설은 20세기 초 프랑스에 살던 젊은 여성들 그리고 엘리트 의식을 지닌 남성 작가의 무의식적 욕망을 꿰뚫고 있다. 그런데 작품에는 남성들의 이기주의적 자세, 여성에 대한 경멸하는 시각 그리고 결혼제도에 대한 비판 등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남성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이켜볼 정도로 주인공 코스탈이 자신과 유사하다고 느끼곤 했다. 그렇다면 『젊은 처녀들Les jeunes filles』의 주제는 남성적 일방적 오만 그리고 편견으로 요약될 수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몽테를랑은 자신이 주인공 코스탈과 동일시되는 데 대해 반기를 들었다. 코스탈은 자신과는 다른 남성적 주체라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태도..

33 현대불문헌 2023.01.05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 몇 달 전에 K 교수는 정년으로 대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로서 수십 년 간 교직에 몸담았던 분이다. K 교수는 많은 학계 사람들, 후학 그리고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고별 강연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젊은이처럼 정정하지 않는가? 나아가 물리학계에 끼친 그의 영향은 심대한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가 명예 교수로 학교에 남기를 원했지만, K 교수는 이마저 거절했다. 어느 제자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생님, 우리가 싫으십니까?” 그때 K 교수는 반문했다. “자네, 알고 있는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2. 한참 동안 입장 바꿔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범인 (凡人)이 어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정확히 알 ..

2 나의 글 2023.01.05

서로박: (2) 몽테를랑의 "젊은 처녀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7. 가톨릭 방식의 결혼에는 이혼이 없다.: 세 번째 소설의 제목인 『선함의 악령Le démon du bien』은 그 자체 “형용모순oxymore”의 표현이다. 코스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처해 있다. 결국 그는 동정심과 긍휼의 감정 속에 자신을 내맡길 수밖에 없다. 솔랑주는 주인공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정작 동침만을 거부하고 있다. 그럴수록 코스탈의 열정은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를 뿐이다. 이때마다 솔랑주는 자신과 결혼식을 올리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코스탈로서는 가톨릭 방식으로 그미와 혼인하는 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가톨릭 방식의 결혼은 나중에 절대로 무효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결혼은 그의 마음에 하나의 부자유의 끈으로 다가온다..

33 현대불문헌 2023.01.03

서로박: (1) 몽테를랑의 "젊은 처녀들"

1. 위풍당당한 마초, 여성에 대한 경멸 그리고 인종주의: 이것은 앙리 드 몽테를랑 (Henri de Montherlant, 1895 – 1972)과 그의 문학에서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몽테를랑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의용군으로 참가하였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발표된 소설 『꿈』(1922)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전쟁 영웅이 묘사되고 있다. 남성적 기개를 지닌 작가는 젊은 시절에 투우 경기에 몰입한 바 있으며,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소설 『소년들』이 2018년에 유정애의 번역으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간행된 바 있다. 몽테를랑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일의 작가, 에른스트 윙거Ernst Jünger를 닮았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지키는 강인..

33 현대불문헌 2023.01.03

서로박: 장 파울의 거인 (2)

(앞에서 이어집니다.) 9. 친구와 연인, 사랑과 질투 그리고 소유욕: 로크바이롤은 어느새 바람둥이 남자, 사기꾼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어느 날 그는 알바노의 집에서 일하는 하녀를 유혹합니다. 하녀의 희디흰 속살이 그의 마음을 완전히 설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로크바이롤은 어느 날 밤에 하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서, 그미의 처녀성을 유린해버리고 맙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그를 개망나니로 행동하게 했던 것은 욕정이 아니라, 젊음을 사랑하는 순수한 정념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의 변명을 듣고 있던 주인공으로서는 로크바이롤의 행동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알바노는 그에게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말하면서 절교를 선언합니다. 다른 한편 로크바이롤의 여동생, 리안..

40 근대독문헌 2023.01.03

서로박: 장 파울의 거인 (1)

1. 위대한 반고전주의 작가, 장 파울: 친애하는 P, 장 파울 (Jean Paul, 1763 – 1825)은 독일의 천재적인 반고전주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밖에 프리드리히 횔덜린 그리고 클라이스트가 나머지 반고전주의 작가입니다. 장 작 루소에게서 영향을 받은 그는 독일 산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언어유희, 풍자와 예리한 암시적 표현 등은 후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문체 그리고 언어구사는 번역작업을 어렵게 하여, 영미권은 물론이며, 남한에서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2. 감정의 온탕, 풍자의 냉탕: 오늘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장 파울의 대표작으로서 동시대인들로부터 “감정의 온탕 그리고 풍자의 냉탕”..

40 근대독문헌 2023.01.03

박설호: (5)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7. "백 장미 Die weisse Rose “백인과 인디언 사이의 첫 번째 만남은 16세기 초에 이루어졌다. 황금에 혈안이 된 백인들의 배후에는 장검과 권총이 감추어져 있었고, 인디언들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듯한 손님들을 맞으려고 온갖 과일과 선물을 가지고 왔다.” (G. B. de Las Casas) 라스카사스의 "신대륙 발견과 인디언 학살의 역사" 이래로 유럽 문명과 인디언 문화 사이의 대립을 가장 정밀하게 다룬 작품으로서 우리는 "백 장미"를 들 수 있다. 트라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백장미"는 20년대 말에 집필되었다. 소설 형식의 측면에서 본 소설은 지금까지의 발표된 소설들과는 약간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소설적 화자로서 ‘나’, 제랄드 게일 Gerald Gale이 등장했는데, "..

43 20전독문헌 202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