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8 7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2)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공자의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 그래,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풍습이 온존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애써 떠올리지 않습니다. 즉 불과 백 년 전에 한국인들은 상투를 매었고, 임금을 마치 하느님처럼 극진하게 모셨으며, 노예가 존재했고, 사대부는 첩을 거느리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그러나 우리의 습관 그리고 의식을 여전히 배후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교적 잔재입니다. 정치 집단의 구조, 조직 사회의 씨족 문화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여러 조직들은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사대부 우월주의"가 아닌가요? 그러니까 (가장 앞서서 달리는) 독점 자본주의는 (가장 뒤에 처진) 씨족 이기주의와 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룡 단체를 결성합니다. 모든 조직이..

2 나의 글 2023.01.28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1)

1. 빠름과 느림, 혹은 끈끈이주걱: 인터넷과 대중 매체로 인하여 누구나 세상이 참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불과 어제 접한 정보는 오늘에는 휴지통 속으로 사라집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물결에 부응하려면, 컴퓨터와 영어 실력을 기본적으로 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사이버 세상 속으로 빠져들면, 모든 게 자동적으로 검색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인간의 두뇌 속에 아무런 지식을 담을 필요가 없다고 착각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학생들이 그저 컴퓨터 조작법만 알면, 족하다고 말합니다. 젊은이들은 느릿느릿한 것을 싫어하지요. 오래된 골동품은 그들에게는 마치 사라진 고구려 시대처럼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외부적 현실도 달라졌고, 인간 삶의 방식도 10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2 나의 글 2023.01.28

서로박: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미셸 푸코는 인간 주체가 여러 사회적 국가적 기관에 의해 어떻게 이용당하고 자신의 고유한 자유를 구속당했는가를 추적해 왔다. 개인의 권리가 국가 기관에 의해 우롱당하고 억압당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나타난 바 있다. 푸코의 관심사는 특히 감옥, 성의 억압, 거대한 힘으로 작용하는 지식 등으로 향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감옥이야말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로서, 그 자체 인간의 사회적 삶에서 추악하게 작용하는 도구적 이성의 횡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푸코의 견해는 『계몽의 변증법』에 서술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입장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일단 지식과 권력에 관한 이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지식과 권력은 푸코에 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세력으로 역사 속에서 기능하는 무엇들이다. 권력은..

26 유토피아 2023.01.28

(단상. 553) 한스 디트리히 겐셔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당들은 상대방의 정책을 견제하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토론하여 타협책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가운데에 이를 무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과 유권자들만을 위해 정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비록 자신과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나라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진정한 정치가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독일의 외무부장관을 역임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Hans Dietrich Genscher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지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왜냐하면 그는 자..

3 내 단상 2023.01.28

청춘에는 처음부터 열매의 흔적이 드러나 있지 않아요.^^

친애하는 P, 며칠 전에 나의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제자는 학교 다닐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학생이었는데, 이제 박사학위를 마치고 강단에서 강의하는 친구입니다. 나는 당시에 그가 학문에 뜻을 둘지 추호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그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말할까 합니다. 김영훈 화백의 생각 줍기 (한겨레 신문) 1. 감나무는 꽃이 핀 다음에는 즉시 감열매를 달게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입신 (立身)의 시기에 열매의 흔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2. 뭐라고요? "떡잎부터 다르다."고요? 이 속담은 수많은 거짓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식물은 떡잎부터 다르지요, 그러나 인간의 떡잎은 거의 동일합니다. 흙수저라..

2 나의 글 2023.01.28

(저서 소개)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친애하는 J, 필자 자신의 책을 본인이 소개하는 게 쑥스럽지만, 출판사를 위하여 그리고 당신을 위하여 이번에 간행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중엽까지 네 번째 권. 4권이 다루는 시대는 “혁명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부르주아들이 그들의 자본을 토대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가던 자본의 시대였다. 산업 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간 그들은 마침내 물질적 삶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를 축적해 가면 갈수록 그들의 부를 가능하게 해 준 노동자들의 삶은 열악해졌고, 심지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고단한 시절을 견뎌 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다발적으로 움트기 시작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이..

1 알림 (명저) 2023.01.28

박설호: (6)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나오는 말 “나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나는 기쁠 수 있기를 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기뻐하고 싶다. [..] 그렇지만 내 주위에 있는 다른 모든 인간들이 즐거워할 경우에만 나는 즐거울 수 있다.” (트라벤) 마지막으로 서문에서 제기된 질문에 관해 언급해 보자. 1. 어떠한 이유에서 트라벤은 인디언 문화를 통해서 황금만능주의 및 이윤 추구의 성향을 극복하려 했는가? 인디언 문화에 대한 트라벤의 애착은 하나의 이상인가, 아니면 유럽 문화로부터의 도피에 불과한가? 트라벤은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황금만능주의 내지는 이윤 추구 정신을 잉태시키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릇 과잉된 자기 보존 욕구는 나아가 재화 확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창출한다. 더 이상 피해입..

43 20전독문헌 2023.01.28